공자의 부활

  어릴 적 친구였던 목사와 스님이 만났다. 목사가 스님에게 예수의 부활에 대하여 설득을 하였더니, 스님 왈, "이 세상에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바둑과 남자의 심벌인 그것밖에 더 있느냐?"고 하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여기서 내가 '공자부활' 운운하면, 더 어리둥절할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공자 고향 곡부(曲阜)를 탐방하고서중국 공산당 모택동 정권에 의해 사형선고를 당했던 공자가 30년이 지난 오늘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고 돌아왔다.

   공자는 2500년 전, 우리에게 인륜도덕을 가르쳐 준 유교의 개조(開祖)였기에 석가, 그리스도와 더불어 세계 3대 성인의 한 사람으로 만인의 추앙을 받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1960년대 모택동의 집권 후에 공자에게 역사상 지배계급의 편에서 서민계급을 핍박한 봉건주의 옹호자였다는 죄명을 씌워 문화혁명의 이름으로 사형선고를 추서하였으니, 공산주의 사상이란 이렇게도 혹독한 것이었다. 중국 인민들이 공자 유적지에 참재도 못하게 하였으며 유적을 훼손시킴으로써 잡초 우거진 폐허로 만들었다.

  그런데 30년이 흐른 지난 10월 나는 박약회(博約會)주최, 5박 6일 중국 역사기행에 참가하고서, 공산당으로부터 사형 당했던 공자가 다시 부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부활은 예수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사람의 시각이란 묘한 것. 보는 각도에 따라 선(善)이 악으로,  악이 선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던가. 공자가 인간의 도덕성을 가르쳐 준 사람으로 2000년 동안 만인의 존경을 받아온 것은 세계인이 인정하고 있는 바다. 그것이 공산주의 정치 시각에서는 도덕성을 가르친 은인이 아니라, 오히려 지배계급의 권력만 비호한 '봉건적 노예제도의 변호사'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공산 정권 수립후 아루아침에 지존적 위치에서 인민 권력 착취자로 전락되고, 드디어는 '증오의 과녁으로까지 격하되고 말았다. 시각차이란 흰 것을 검다고 우기는 힘도 있다.

   그러나 인간 만사는 事必歸正으로 가는 법. 공산당의 孔卑운동의 기세는 10년도 못가서 꺾이고 말았다. 중국 인민들이 모택동의 공자 비하사상에 동의하지 않고 외면을 함으로써 민심이 떠나게 되었다. 이는 '민심을 등진 정치가 성할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는 파가 생겨남으로써 극단적인 '공자 격하운동'이 수그러 들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1980년대 후반에 들어, 다시 복구되기 시작, 실용주의 정책과 맞물려 유적지 복구에 가속도가 붙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재정비 미화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지하의 모택동 얼굴이 얼마나 붉어져 있을까.

   중국이 지난날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공자를 비하, 배척하고 유교의 전통을 말살해 버리는 바람에 공자 사당에 제사지내는 의례까지 맥이 끊어지다시피 되었다. 그러던 차에 우리가 이곳에 와서 유교의 전통을 되심어 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낄수 있었으니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연상케 하였다.

   그날 만찬석상에 나온 공자의 76세손인 쿵린런(孔令仁 여 80세)산동대 교수는 환영인사를 통해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도 인상적이지만, 전통사상의 우수한 점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은 중국이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하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하였는데, 그 표정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다음 날에도 공자의 유적지를 돌아보는 가운데 문화 혁명때 부수었다가 복원시킨 흔적과 최근 안내판을 세워놓은 것도 많이 보았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공자 몰살 정책에서 숭배정신으로 전환하였으니 공자 부활이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현재 논의 되고 있는 과거사 규명이니 청산이니 하는 작업에 있어서도 중국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국의 문화혁명때처럼 보편적인 시작에서 이루어지지 아니한 편견 때문에 성인을 죄인으로 둔갑시키는 우(愚)를 범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정하다. (2005. 3. 『문학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