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갑시다

  여러 문학단체 모임에 참가하다보면, 자녁 회식이 끝난 후에는 흔히 "노래방 갑시다." 하는 제안이 나온다. 그러면 '술집에 가자'와 '노래방 가자'의 두 편으로 나뉜다. 나는 당연히 '노래방 가자'편에 들고, 어떤 때는 선도적 역할을 하는 수도 있다.

  내가 노래방을 선호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 소요결비가 적게든다. 시간당 만원만하면 되니 부담이 없다. 나는 주당이 되지 못해 술집에 가면 고역일 때가 있는데, 노래방은 음료수 위주로 노래 부르면서 여흥을 즐기고 스트레스까지 해소시킬 수 있으니 금살첨화이다.

  노래방에서의 나의 주된 곡목은 『번지 없는 주막』같은 흘러간 노래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던 게 어느날 한 후배로부터 "형님은 흘러간 노래밖에 모르고, 신곡도 좀 배우이소." 하는 충고를 받았다. 오기가 돋치어 약 1년간에 걸쳐 배운 것이「사랑은 아무나 하나」와 「네 박자」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구곡에 신곡을 섞어 부를 수 있게 되었는데 역시 자신이 있는 것은 「홍도야 울지 마라」「물방아 도는 내력」「고향 무정」등 흘러간 노래 쪽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민족은 성실과 근면에 치중된 생활을 해오다 보니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간다는 면에서는 등한시 되어 온 편이었다. 그러나 원래 음악적 소질이 없거나 흥이 없는 민족은 아니었다. 민요가 있고, 노랫가락이 있어 어깨를 들먹거리게 하였으며, 우리 고유의 '시조창'도 있어 여유로운 여흥을 즐기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가야금과 거문고를 발명하여 임족 예술로서 고전 국악이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제 한강의 기적을 우루고 경제적으로 세계10위권을 바라보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고 있으니 앞으로는 생활의 여유를 갖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팔순을 넘긴 내가 요즘 '노래방 가자'는 분위기에 휩쓸려 자주 동참하게 된 것은 아마도 젊었을 적엔 '사명감적 인생관'에 쫓기어 바쁘게 살다가 이제 와서 좀 시가적 여유를 얻게 되고보니, '낭만적 인생관'쪽으로 눈을 돌리게 됩으로써 뒤늦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어 하는 노탐이 생겼디 때문이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 해보게 된다. (200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