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은 녹아 흐르건만

  선친 묘소로 가는 길 옆 개울에서 나를 부르는 것처럼 콜콜거리는 소리가 들리기에 다가가 보았다. 갸우내 얼어붙었던 계곡물이 노아내리면서 지르는 소리다. 들여다보니, 창살 같았던 계고드름 줄기기 녹아내려 콜콜과 쫄쫄의 합창을 연주하고 있었다. 도심의 소음과 매연 속의 한 인간으로 되돌아온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대자연의 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싶은 심정으로 심호홉을 수 없이 해 보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진잘래 꽃나무가 줄지어 서서 산비탈을 점령하고 있었다. 겨울 동안 고사한 듯싶었던 나무가 줄기에 봄기운을 빨아올려 도톰한 꽃 몽오리를 부풀림으로써 머지 않아 초록을 토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버들강아지도 실가지 끝에까지 봄기운을 밀어올려 연초록 피부색으로 새침데기처럼 곱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재지에 꽁꽁 얼어붙었던 계속물이 해빙되고 있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싶어졌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는 꽁꽁 얼어붙어 우리를 가슴조이게 했다.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에 눈이 어두워 국가 사회발전보다는 사리자욕을 먼저 챙기는 승섭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다.

   대화는 없고 주장만 있으며, 정치는 실종되고 정쟁만이 난무할 뿐이다. 대선을 앞두고 개헌이니 사학법 개정이니 하는 문제로 지리멸렬된 채 여야 정치판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며, 제 갈갈길에만 눈을 꽂고 타협을 외면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치의 급선무는 화합과 경제 살리기인데 이는 뒷전이 되고 있으니 답답한 것은 국민이다.

   인간은 자연의 진리에 순응하야야 하는법. 자연의 봄을 맞은 우리 정치판도 이제 해빙제 약을 복용할 때다. 대자연이 계곡물을 녹였듯이, 경색된 정국을 목여 하루속히 국민이 갈망하는 화합의 정치를 실현할 때다. (200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