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

  시대의 변천에 따라 요즘 사람들이 '작고 짧은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풍조가 문학 쪽으로도 불어옴으로써 독자들이 길게 쓴 소설을 잘 읽지 않을 뿐 아니라, 수필도 긴 것은 읽기를 꺼려하고 짧은 수필을 좋아한다.

  이에 따라 각 문학잡지나 동인지에 짧은 수필 코너나 단수필 특집란이 마련되기도 하는데, 단수필에 대한 시각은 찬반으로 나누어진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짧은 것을 선호하게 됨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긍정 쪽과, 수필의 본령을 깨뜨리고 산문성을 무시, 시를 닮아가려는 주체성 없는 경거망동으로 몰아세우는 부정 쪽이 있다. 양쪽에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이를 어떻게 보고 대처할 것인가가 우리 앞에 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수필의 체제를 무너뜨려서도 아니 되겠고, 독자들의 기호를 외면해서도 아니 되겠으니 둘 사이에서 고민을 할 수박에 없다. 글은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쓴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읽히지 않는 글을 썼다고 했을 때 손해를 보는 것은 바로 작가이다. 그렇다면 족자들에게 기호를 받아들여 때로는 '짧을 수필'도 섞어 써줌으로써 수필이 독자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수필은 15매 내외를 표준량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지난날 내가 써놓은 수필을 다시 살펴보면, 그 중에는 분량을 채우기 위해 집어넣은 것 같은 내용들이 없지 않다. 주제와는 크게 문관한 것들이 들어있다. 이것은 군더더기요, 사족이니 독자에게 지루함을 줄 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과감히 줄여도 된다는 말이니 단수필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다만, 독자들이 선호한다고 모든 수필을 짧게 써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수필은 긴 수필도 있을 수 있고, 짧은 수필도 잇을 수 있다. 그 쓰고자 하는 내용에 따라 긴 수필도, 짧은 수필도 될 수 있다. 좋은 수필의 조건은 길이 여하에 있자 않고, 족자에게 얼머나 공감을 줄 수 있고 표현을 잘 하였느냐에 잘려 있다 하겠다.

   짧은 수필을 선호하는 것은 사회의 변천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 읽히는 수필이 되기 위하여는 독자의 기호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수필에는 긴 수필도, 짧은 수필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짧은 수필을 선호하는 독자에게 아첨하기위해서가 아니라, 수필이 많이 읽히게 하기 위하여 압축미를 통한 산뜻한 단수필을 섞어 씀으로써, 수필문학의 저변확대를 이룩해야 한다고 하고 싶다. (200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