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걸

  우리나라 고전 문학에서 등장하는 성춘향과 황진이는 여성상으로서 대조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면서 또한 공통점도 지니고 있는 여걸이었다. 성춘향은 작중 인물이고, 황진이는 실존 인물이다. 그러나 두 여인이 다 비정상적인 가정의 여인었으며, 또 신분적 차별 대우가 심한 시대에 정상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였다는 점에서도 공통성이 있다. 퇴기 월매의 딸인 춘향은 도도하게도 어미의 대를 잇는 기생을 마다하고 여염집 처자로 지내고 싶어 했는데 비해, 황진이는 오히려 기생을 자원, 평생을 만인의 여성으로 보냈다는 면에서 대조적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옛날 여인으로서는 드물게 글 공부를 많이 하여 시와 문장으로 남성과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데에 있다. 춘향은 학식이 뛰어난 사또의 아들 이몽룡을 상대하여 시문으로 어울릴 수 있었으며, 황진이 또한 시서(詩書)는 물론, 가무에 있어서도 타고난 예술적 자질을 발휘하여 못 남성을 메혹시켰다. 집앞을 지나가는 벽계수에게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라는 옥을 굴리듯한 청아한 노랫소리로 마음을 흔들어 나귀 등에서 떨어지게 하였으며, 당대의 도승 지족선사를 파계시켰다.

   성춘향이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한다고 매맞을 적에 "일편단심 굳은 마음 일부종사 뜻이오니 일개 형벌 치옵신들 일각인들 변하리까?"는 유식한 말로 항변하였다. 황진이의 경우는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둘러내어'와 같은 뛰어난 문학작품으로 말한다.

  성춘향과 황진이는 다같이 미천한 신분으로 불운하게 태어났다. 그러나 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대조적인 면을 보이면서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겼다.

   춘향은 우리나라 전통적 여성의 전형적인 요조숙녀 형으로 평생토록 한 지아비를 섬기고 절개를 지킨데 비해 황진이는 남달리 지성과 재주와 풍류를 갖춘 여성으로서, 자신이 뭇 남성의 여인이 되겠다는 특이한 인생관을 갖고 일생을 마친 여걸이요, 개방주의자였다.

   춘향은 한 남성의 품안에서 절개를 지키고 살아가는 것을 최대의 행복으로 여기고 살아간데 비하여, 황진이는 한 남성에 봉사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남성과 어울려 풍류를 즐기고 인생을 엔조이하며 당당하게 맞서 사귀면서 살았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남성을 깔보고 놀리기까지 하는 기질과 우월성을 지녔다. 계약결혼까지 하고 살았으니 확실히 진보적이요, 개방형 여인이었다. 따라서 여성해방과 남녀평등을 부르짓는 선구자라 할 만하다.

  그러고 보니, 춘향이는 작중 인물로서 남녀평등을 부르짖었으며, 황진이는 실존 인물로서 여성도 남성 못지 않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평등주의사상을 보여 주었으니 여걸로 대접받을 만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200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