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국 예찬

   우리가 조상의 제사를 모실 적인 제사상에 탕국을 꼭 잊지 않고 차린다. 그런데 요즘 신세대들은 물론, 중년 이후 사람들 가운데도 탕국은 저승 사람들이 먹는 음식으로 치부해 좋아하지 않고, '텅국냄새' 운운하면서 멀리 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생각해보면 어리석은 짓이다. 머지 않아 자신도 자신도 탕국을 먹을 신세가 될 터인데 말이다.

   나는 탕국을 좋아한다. 까닭이 있다. 우리 집엔 오래 전부터 제사 횟수가 많아 연간 아홉번이나 되어 탕국을 자주 먹게 되면서 이에 맛들여졌음인지 남달리 좋아한다. 탕국은 우리 선조들이 조상의 영혼을 초청하면서 무언가 특별한 맛있는 요리가 없을 까 하고 온갖 정성을 다해 연구 끝에 발명한(?) 특식 국물이다. 거기엔 선조들의 전통적 지혜가 스며 있어 특유의 조상맛을 접할 수도 있다.

   탕국에 들어가는 재료에는 무, 박 등 야채를 비롯, 홍합, 오징어, 문어, 새우, 명태 등 해물, 그리고 쇠고기, 어묵, 두부  등 10가지가 고루거루 들어간다. 따라서 영양식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며, 기름기나 비린내 같은 게 없어 백의민족으로서의 전통적인 담백한 맛은 물론, 조상 대대의 구미까지 곁들여 친근감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

   탕국은 결코 천시하거나 멀리 할 대상이 아니다. 탕국을 기피한다고 어찌 저승 가는 행차시간을 늦출 수 잇겠는가. 슈퍼마켓에 가보면 엣날부터의 우리 전통 음료인 식혜가 오늘날 주스, 사이다와 어깨를 겨루며 팔리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또 한때 식당가에서 헛제사밥이 시민의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듯 탕국도 옛날부터 선조의 솜씨와 정성이 담긴 우리 전통음식으로서 현대식당에서 국민이 즐겨 찾는 음식으로 가꾸어 나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200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