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의 위력과 마력

  4살짜리 손자는 한창 말을 배우는 중이며 호기심이 많다. 장난감 자동차가 가다가 멈추니까 "왜 안 가느냐?"고 묻는다. 배터리가 다 닳아서 힘이 없어졌기 때문이라 설명하니, 새것을 사달라고 한다. 다음에 사 주겠다고 해도 지금 당장 갈아 달라고 떼를 쓴다. 마침 집에 새것이 하나 남아 있었기에 주었더니 제 손으로 끼워서 차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좋아라 한다.

   요즘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따라서 그만큼 별나기도 하다. 옛날엔 어른들이 별난 아이들을 보면 나무라고, 야전한 아이를 착하다고 칭찬을 했었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별란 아이일수록 뒷날 공부 잘한다'고 기를 돋우려고 애를 쓴다. 호기심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하겠다.

   호기심, 이는 새롭거나 신기한 것에 끌리는 마음이다. 옛날 어른들은 호기심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오늘날에는 교육적으로 호기심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모든 발명의 시초가 호기심에서 불발한 것이었음을 알게된다.

  스티븐슨이 솥에서 물이 끓을 적에 증기의 힘으로 뚜껑이 열리는 것을 보고 신기함을 느껴 연구한 결과, 증기 기관차를 발명하게 되었으며, 라이트 형제는 공중의 나는새를 보고, 사람은 저렇게 날 수 없을 까 하는 호기심르호 출발, 결국 비행기를 발명하게 되었다. 그밖에 의약품의 발명, 폭탄의 발명, 전기제품의 발명, 각종 생활용구의 발명 등등이 모두 호기심에서 출발, 세상에 탄생되었다. 특히 오늘날에 와서는 컴퓨터가 등장하여 종합적 과학문명의 극치를 이루고, 온갖 산업에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이는 이류가 유사 이래로 집적(集積)한 호기심의 총결산이라 할 수 있다.

   호기심은 이처럼 막강한 위력뿐 아니라 때로는 마력(魔力)을 발휘할 때도 있다. 학생들이 화학실험을 할 때, 잘못하여 인명사고가지 발생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장난감으로 놀이를 하다가 뜻밖의 사고를 내는 수도 있다. 또 나이가 들어 성(性)에 눈을 떠 이성 친구를 만나 호기심이 발동하여 여기에 매혹되어 옆길로 빠짐으로써, 일찍 '실패인생'을 맛보는 수도 있다.

   또 청년기에 한때 우연히 유흥가에 발을 디뎌 화장 여우에게 푸욱빠져 환락인생의 별천지를 발견, 향락이 인생의 전부인양 삶의 초점을 여기에 맞추고 드디어는 유흥비마련을 위해 거짓말, 절도, 강더질은 물론, 살인행위까지도 자행하게 되니, 호기심의 가는 곳은 끝날 줄을 모르게 된다. 6,7년전, 신창원이란 탈옥수나 최근 아프간 탈레반에 납치됐던 샘물교회 봉사단도 자나친 호기심으로 일을 무모하게 강행하다가 돌이킬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했었다.

   호기심은 젊은 층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고, 또 큰 발견이나 발명을 낳는 원동력이 되는 위력을 발휘한다. 반면에 마약과도 같은 일시적 호기심에 빠져 자신을 병들게 하고, 패가망신으로까지 가게 되므로 브레이크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그러고 보니 호기심은 위력과 마력의 양날을 세운 칼과도 같다. (2007. 6. 『수필문학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