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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 가족
4남매의 자식들을 각기 짝지어 출가시키고 나니 나와 아내 둘만 남았다. 그런데 우리 집엔 바금가족이 하나있 다. 애완견처럼 매일 밥은 주지 않아도 된다. 며칠만에 한 번씩 물만 주면 달게 받아 먹는다. 다만 1년에 두세 차례 특식을 주어서 영양실조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그에게 각별한 애정이 들게 된 것은 그가 31년 전, 내 나이 50이 조금 넘은 해에 우리집에 들어왔는데, 그가 들어온 후로는 나와 우리집 형편이 잘 풀리어 나갔기 때문이다. 그는 태어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아주 어릴 적에 또래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입주를 하였는데, 다른 친구들은 적응을 하지 못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말았음에도, 그는 독야청청 주인을 지키겠다는 지조가 있어 우리집을 떠나지 않고 있으니 고맙기도 하여 더욱 애정이 간다. 그의 이름은 행운목이다. 이 행운목이 31년 전 우리 집에 들어와 행운을 지켜 주었기에 우리 가족은 행복하였다. 그가 20살이 넘고부터는 해마다 화사한 꽃을 피워 축복을 해주니 더욱 고맙다. 백함과도 같은 순백한 꽃을 피워서 천리향, 만리향보다 더 진한 향기를 뿜어내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애정을 쏟을 곳이 없는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다'고 하였다. 나는 우리집 버금가족 행운목에게 아침마다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서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곳이 있음으로써 행복하다. (2008. 6.『수필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