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사는 길

이병수   

   이번 수필문학추천작가회 연차대회 문학기행 중 하이라이트는 동리목원문학관 견학이었다. 요즘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 그 고장의 문화유적을 발굴, 되살리려는 사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런 가운데 경주시가 신라 고도(古都) 경주가 낳은 역사적 인물의 업적을 되새겨보기 위한 동리목월문학관을 개관했다는 것은 돋보이는 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학관을 돌아보니, 전체 건물 중 좌편에 동리문학관, 우편에 목월 문학관으로 반분, 배치해 각각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그 중, 소년시절 성장과정의 자료와 책으로 발간된 자료들이 많았지만, 직접 원고지, 노트 등에 육필로 쓴 것들이 많아 눈길을 끈다. 이로써 두 선생의 지난날과 집필생활에 대한 면모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실감이 나고 전시품을 감상하는 가운데 친근감과 존경심이 우러났다.

   1900년대 중기, 우리 문학을 한결 꽃피웠던 동리 목월 두 선생은 한 시대의 별로 빛나다가 떨어졌다. 그러나 두분은 결코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육체는 비록 이 세상에서 서라져갔지만, 그의 사상과 감정은 작품 속에 살아 숨쉬고 있으며, 우리에게 지금도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두분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엄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대들이 죽어서도 살아남으려면 문장 수련에 온몸을 쏟으라. 그래서 피로써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문학성 높은 작품을 써 남겨라."고.

  때마침 함께 관람하던 K회장께서 "여러분, 여러분도 장차 자기 문학관을 만들 준비를 미리 하시오. 자기 문학관을 만들 준비는 자기가 해야 합니다." 한다. 우스갯소리로 들리기도 하지만 결코, 우스갯소리로만 흘려 버릴  일이 아니다. 우리 일행 문우들 가운데 이미 수준 높은 작품들을 쓰고 있는 이들이 더러 있으니, 가능성 있는 희망적인 말일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꼭 '돌리목월문학관' 같은 이런 거창한 게 아닌, 조그마한 가족문학관, 마을 문학관 등도 생각해 볼수 있지 않을까. 생을 마칠 때까지 열심히 작품 수련을 하여 몇 권이라도 작품집을 만들고, 자기 서실에 문학 수련과 작품제작 과정을 남긴다고 하자. 그러면 훗일 자식들이나 제자, 후배들이 이를 보존할 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한 칸의 방이라도 마련하여 보존해 줄 것이다. 이것이 확대되면 문중 재실에 비치될 수도 있지 않을까. 꼭 '문학관(館)'이 안되면, '문학방(房)'이라도 되지 않겠는가.

   나는 이번에 동리목월문학관을 관람하고서, '죽어서도 사는 길이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보람으로 안고 돌아왔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떠울려 보느 순간이었다. (2007. 5. 『수필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