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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 주막집이 간직한 일화 올해 하계수필문학 세미나 덕분으로 오랜만에 문경새제를 거닐어보게 되었다. 70년대에 한 번, 80년대에 두 번, 90년대 이후 두 번을 찾은 일이 있었는지라, 이번이 여섯 번째 인 셈이다. 처음 방문하였을 적에 이길은 전국의 주요 도로가 경쟁이라도 하듯 한창 포장이 되고 있을 적에도 당시 박정희 대통령께서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경상도에서 과거 차 한양으로 왕래하던 역사적인 길이었으니 각별히 포장을 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도록 하자고 제의 함에 따라, 재를 넘는 새길을 따로 내어 차도를 개설함으로써 옛날 간선도로 중에서 유일하게 비포장 도로로 남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었다. 그후 여기를 방문할 때마다 산길아닌, 평길을 걸으면서도 비포장 도로를 걷는 운치를 맛볼수 있어서 박대통령이 고맙게 생각되고, 정치 지도자의 선견지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도 된다. 문경새제 길은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 세 관문을 통과하는데, 언제 걸어도 향긋한 자연미를 맛볼 수 있어 정다운 길이다. 중간에 용추폭포, 여궁폭포, 책바위. 드라마 촬영장, 문경새제 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아 심심찮게 지날 수 있어 좋다. 중간에 주막이 있어 둘러 보았다. 이 주막은 옛날 영남에서 한양을 걸어서 오르내리던 선비들과 상인 등, 여러 계층 사람들이 피로에 지친 몸을 풀기 위해 한잔 술로 목을 축이고, 식사 요기도 하고, 숙박도 하던 곳이었다. 그러기에 이 주막은 청운의 꿈을 안고 한양으로 가는 예비 과거 입문자에 얽힌 수많은 일화를 간직하고 있다. 이 주막을 방문하고 보니, 지난날 내가 야담책에서 읽은 일화가 문득 생각난다. 옛날 과거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소관 부서가 있었는 바, 때로는 왕이 사전에 암행어사를 민정 시찰차 보내어 그들로부터 민정 상황을 청취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에게 출제를 위촉하는 일도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날 밤, 한 암행어사가 문경 근처에 민정 시찰을 나갔더니, 어느 집에선가 울음 소리와 노랫소리가 합창이 되어 들려 왔다. 가서 문틈으로 동정을 살펴보니 영감은 울고 있고, 지아비(남편)는 노래를 부르고 있고, 그의 아내는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도 이상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그집 지아비는 수차 과거시험에 응시하였으나 번번이 낙방만 하다 보니 집안 살림을 다 까먹고 형편이 어렵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영감은 아들과 며느리가 애처롭고 가여워서 울고 있는데, 아들은 그러한 아버지를 달래고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하여 노래를 부르고 있고, 며느리는 그러한 시아버지를 위로해 드리려고 남편의 노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암행어사가 이관경을 보고 듯고 나서, 사정이 딱하고 지아비 내외의 효성이 남다르기도 하다 싶어 동정심이 우러나 지아버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결코 낙심하지 말고 아버지를 잘 봉양할 것이며, 다음번 과거시험에는 다시 한번 꼭 응시해 보라" 고 . 그 후 지아비는 준비를 단단히 하여 다음번 과거 시험장에 나갔던 바, 출제 제목이 '父泣 夫唱 婦舞"이었다. "아버지는 울고, 지아비는 노래 부르고, 며느리는 춤을 추고 있다." 가 아닌가! 그리하여 지아비는 바로 자기가 겪은 현실인지라, 소상한 풀이를 하여 답안을 작성해 내고 나왔더니 급제가 되었으며, 훗날 훌륭한 관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일화가 있으니, 약간의 쑥스러운 감이 없지 않으나, 직접 이 주막과 관계가 있는 것이어서 무릅쓰고 소개를 할까 한다. 영남의 한 과거 지망생이 시험을 보기 위해 봇짐을 지고 한양길을 가다가 해가 저물어 문경 새재 주막집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바로 이 주막집이었던가 싶다) 독수공방으로 잠자리에 누웠는데 생각나는게 있었다. 박차고 일어나 수음(手淫)으로 자위행위를 했는데, 그놈의 흰죽물이 말이 뛰듯이 함차게 튀어 벽면에 달라붙었다. 선비가 그 장면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시구 하나가 떠올라 벽면에다 갈겨 섰다. 그런데 다음날, 민정시찰 암행어사가 이방을 돌아보니 이상야릇한 글귀가 벽면에 써져 있는게 아닌가. 그리하여 이 의문을 풀 겸, 한양으로 돌아와 바로 이 글귀를 과거시험 문제로 출제를 하였으니, 그날 밤의 선비가 가장 명답안을 제출할 수 있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두 번째 이야기는 내가 직접 책에서 읽은 것이 아니고, 해방 직후에 친구에게서 들은 것이어서 문헌 고증을 하라고 하면 난처하다. 이미 60년 가까운 시일이 흘렀는데도 너무나 인상이 깊었음인지, 아직도 내 두뇌 컴퓨터에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입력되어 있어 불러내기를 해 본 것이다. 진위여부를 떠나 그 글귀는 보통사람의 머리에서 좀체로 떠올리기 어려운 명구(名句)가 아닌가? 나는 정년퇴임을 하기 전까지는 대체로 교과서적으로 인생을 살아온 편에 속한다. 그러다가 퇴임 후에는 교과서 대로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이면 인생도 있는데, 그것은 결코 인생에서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느 책에서 '미(美)는 난조(亂調)에 있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또 '좋은 수필은 파격에서 나온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요즘에 와서 '수필이 읽히는 수필이 되려면 재미있게 써야 한다' 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의 그 선비와 같은 기발한 발상을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이는 말못일까? <세미나 참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