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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학덕은 길다 이번에 일본 후쿠오카현 가스가 시(春日市) 정행사에서 개최된 국제 퇴계학 학술 발표회에 참석하여 일본 땅에 퇴계 선생의 현창비가 세워진 것을 보고 왔다. 일본 땅에 퇴계 선생의 현창비가 서게 된 것은 서울 남한산에 있는 망월사와 일본 규슈에 있는 정행사가 자매 결연하고 이 퇴계 선생이 일본 유학 중흥에 크게 공헌을 하였다는 사실이 양측 사람들 사이에 공동 인식이 되었기 때문 이었다. 이 퇴계 선생이 유교 학자로서 한국 뿐 아니라, 일본의 유교를 일으키는 데도 크게 공이 있었으며, 메이지유신 때 '교육칙어'를 만들 적에 퇴계사상을 근본으로 하여 작성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 같은 학덕 높은 선생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일본 땅에 선생의 현창비를 세우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이를 제의 하였더니, 일본 측 사람들도 이미 역사적으로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터였기에 선 뜻 찬동 함으로써 결실을 보게 된 것이었다. 일본은 임진왜란 때 우리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며, 근세에 와서도 36년간 우리 국권을 빼앗아 지배를 하였다. 그러기에 일본은 우리에게 원한의 나라이며, 일본 또한 우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현창비를 일본에 세우게 한 것은 무슨 힘의 작용 이었을까? 첫째는 선생의 15대손인 성 법니 스님의 선조의 업적을 현창 하고자 하는 숭조심이 씨앗이 되었다 할 것이고, 퇴계 선생은 430년 전 70평생을 살고 타계 하셨으나, 그 학덕은 죽지 않고 살아 남아 일본 인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다시 비석으로 화신(化身)되어 정행사 뜰에 나타나셨으니 인생은 짧고 학덕은 길다 하겠다. 역사 왜곡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 시점에 양국 사찰의 화합의 결실인 현창비 건립은 양 국민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2005.7.21 부산일보 독자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