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먹거리]
간장(醬類)의 역사
이 재 희 (29세손 직제학)
자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전통적으로 가정이나 사찰등에서 보면 크고 작은 독들이 서열순으로 정연하게 모여져 있는 장독대를 볼 수 있다. 4세기경의 것이라고 짐작되는 安岳3호 고분의 뱍화를 보면, 우물가에 독이 그려져 있다. 독은 이미 그 시대에도 쓰여져 왔고 여기에는 장이나 김치(지금의 김치와는 좀 다름)가 담겨져 있었을 것이다.
우리네 독은 지금도 소탈하고 꾸밈새가 없다. 어쩌면 우리 민족성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도 하다. 그 속에서 우리 어머니들의 정성이 스민 장이나 감치가 익어져 왔던 것이다.
우리의 조상은 유목 생활에서 농경 생활로 전환 하면서 만주 남부에 정착을 했다. 주변의 여러 잡초들을 이용해서 농작물을 개발 하던중 콩의 재배법도 알게 된 것이다. 이 지방이 콩 재배의 총 본산이라는 것을 부인 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 콩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이용 방법이 연구되었을 것이다. 콩을 먹으려고 삶아 놨더니 진이 생겼다. 버리기가 아까워서 봤더니 별미가 있었다. 그것을 저장 할 목적으로 소금을 섞어왔더니 밑에 액즙이 고인다. 그 액즙을 찍어 맛을 보니 놀랍게도 감칠맛이 뛰어났다. 이렇게 되어서 청국장이 생기고 간장, 된장이 생겼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이와같이 해서 발명(발견)한 장을 처음에는 「미순」이라 했고 그후에「며조」또는「미주」로 변했고 일본에 가서는「미소(일본된장 이름)」변했다. 혹자는 장의 본산을 중국으로 믿고 있으나 중국의 고서에 나오는「醬」은 肉醬이지 지금 논하고 았는 豆醬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식문화에 있어서「장」은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체로 한 집안의 음식 맛은 장맛에 지배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장맛이 좋아야 음식맛이 좋다」는 예로부터의 격언은 삼척동자라 해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이다.
고구려 땅에서 개발된 장은 중국 쪽으로, 일본 쪽으로도 번져 오늘날 한국을 위시한 이들 나라들을 합쳐서「大豆文化圈」이라 부르고 더 구체적으로는「醬類文化圈」이라 부르고 있는데 그 중에서 특히 우리나라는 장의 종류에 있어서도 여타국 보다 많고 또 장에대한 관심이 가히 신앙적이라 하리 만큼 깊다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장을 담그려면 택일을 하고 고사를 지낸다. 잡신이 덤벼장맛에 훼방을 부리는 수도 있으니 금줄을 쳐서 그것을 막아야 했다. 장 담그는 주부는 사흘전부터 부정을 타지 않도록 조심한다. 예를 들면 외출을 삼가고 개도 꾸짖지 않고 물론 부부관계도 삼간다. 작업시에는 창호지로 입을 보해서 여인의 음기가 장에 스미지 않도록 한다. 그후의 관리에 있어서도 이루 말 할 수 없는 정성을 쏟는다. 만일 맛이 변화면 그것이 음식 맛에 관계되는 것을 넘어서 집안에 흉사가 닥칠 징조라고 까지 믿었다.
이와 같이 가정에서 담그던 장은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일부는 공장에서 공급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가정에서 장독을 고수하고 있는 모습은 고소득 장류문화권에서는 유별난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유목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가 가축을 끌고와서 만주 남부에 정착해서 농경생활을 시작했다. 중국 화북의 농경술을 도입해서 기름진 만주 나부 땅에 농경으로 정착 했으나 유목에서 풍부했던 단백질원의 심품은 자연 부족하기 쉬운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콩」이라는 야생초에서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 이것의 작물화를 꾀하게 되고 그것은 성공 했던 것이다.
오늘날 만주 남부인 옛 고구려 땅은 이 지구상에서 콩이 처음으로 생산 된, 즉 콩의 원산지로서 이이를 다는 사람은 없다. 중국의 앙소, 용단의 농경문화 유물에서 콩이 보이지 않고 詩經속에 비로소 「菽」이라는 이름으로 콩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여러 가지 증거에 의해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전해진 것이 틀림없다. 오늘날 콩 재배는 미국이 전세계의 60%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2차대전이 끝나기전 까지는 만주지방과 한반도에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콩 원산지의 면모를 과시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재배된 콩은 중국으로 건너가서「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그러면서 콩의 꼬투리 열매를 자세히 보니 제기(祭器)에 쓰이는 豆(제기두, 굽이달린 나무그릇)와 비슨한 것을 보고「豆」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콩과 비슷하게 생긴 팥이 들어오니 콩을「大豆」팥을「小豆」로 구별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콩을「太」라 하는데 중국의 사전에는 콩이라는 뜻이 없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뜻인 듯 하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의 아들 조비는 성질이 좀 잔인하여 동생 조식이 마음에 안들어 처형하기로 하여 형장에 세웠으나, 그냥 죽이기에는 좀 싱거웠던지 아우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 즉 7보를 걷는 동안 시 한 수를 지으면 살려 주겠다 했다. 원래 학식이 높은 조식은 즉시 시를 지었다.
者豆燃箕 豆在釜中읍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콩을 삶기 위해 콩깍지를 태우니 솥 속의 콩이 우는 구나. 본래 다같은 뿌리에서 생겼는데 서로 고통을 받는 일이 왜 그리 급할소냐.)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醬이라는 식품을 온갖 음식의 주종으로 여겨온 것이 틀림없다. "장맛이 좋아야 음식맛이 좋다."는 속담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래서 장을 담글때부터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날짜도 특별히 고려해서 丙寅日(호랑이날), 丁卯日(토끼날)이 가장 좋은 날이라고 했고 辛日에 담그면 간장이 시어진다고 하며, 우수, 입동, 춘(추)분, 삼복 때 담그면 벌레가 생기기 않는다고 믿었다
장을 담그는 데는 장독과 물이 가장 중요하다. 장독은 반들반들한 것 보다는 좀 거칠어 보이는 것이 좋다. 물은 수돗물 보다는 생수가 좋으며 부득이 수돗물을 사용할 때에는 미리 하루전에 받아 두는 것이 좋다. 메주는 시중에 파는 것은 덩어리 메주와 낱알 메주가 있다. 두가지 다 좋으나 간장을 위주로 하면 덩어리 메주가 좋으며 염도는 기온에 따라 18%~23%정도 맞추어야 한다. 가정에서 간단하게 염도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염수에 날계란을 띄워보면 된다. 뜨는 높이가 500원짜리 동전만큼 뜨면 약 18%정도며 100원짜리 만큼 뜨면 약22~23%된다. 소금은 수입 돌소금보다 천일염이 좋다. 간장의 맛을 많이 내려면 약40일 정도 후에 간장을 분리해서 다리면 되는데 기후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꼭 참고 하시기 바란다. [이사. (주)미화합동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