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수

李瀚均 (33세 전서공)

사람은 누구나 다 고향이 있다. 나 또한 고향이 있으니 청명한 날이면 대마도가 돌팔매질을 하면 닿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거제도 동북부에 자리잡은 조그마한 포구 외포라는 곳이다. 앞으로는 형해탄, 뒤로는 대금산, 왼쪽으로는 망월산, 오른쪽으로는 강마산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여져 있는 아름다운 갯마을이기도 하다.

한때는 대구잡이 어업의 전진기지로서 파시를 이루며 명성을 떨쳤던 풍요로운 마을이기도 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물양장이나 해변가 도로 주변 등 어디나 할 것 없이 말리는 그물이 깔려 있어 사람 다니기가 불편하였던 시절도 있었다.

망월산에 오르면 부산 영도의 봉래산 끝자락이 가덕도 등대너머 저 멀리 수평선 쪽으로 바라다 보이기도 하는데, 아침의 해돋이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으니 그 모습 또한 형형색색이었다. 맑은 날에는 마치 바다에서 불덩어리가 솟아오르는 모습 같기도하였다. 그리고 망월산 밑의 바다면에는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해 있는데, 그 해안에는 멍게, 홍합, 굴, 해삼, 고동, 미역 등 수많은 해산물과 더불어 뽈락, 노래미, 감성돔, 자라돔, 흑돔, 술뱅이 등 헤아릴 수 없는 어종들이 노닐고 있었으니 해산물의 낙원인 동시에 보고이기도 하였다.

물안경을 쓰고 자맥질을 하면은 지천으로 깔려 있는 멍게는 저녁노을이 불타는 듯한 광경이었고, 낚시질을 하면은 바구니에 찰 정도의 수확은 보통이었고, 봄이면 병아리(멸치 비슷한 물고기의 일종)를 잡아 미끼하여 뽈락을 낚으면 고기 상자를 채우고도 남았으니 그 풍성함을 상상하면 바다 오염의 원흉이 얄밉기만 하다.

여름이면 창을 만들어 생선을 찔러잡기도 하였는데, 그 재미 또한 다른 어떤 무엇에도 비길 수 없었고, 뽈락은 왕눈으로 사람을 마주 쳐다고는 움직이지 아니하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였다. 특히 감성돔은 힘이 세어 큰 것을 찌르면 창이 휘어지기도 하였는데, 그런 대어를 즉석에서 회를 만들어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쫄깃쫄깃한 맛은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일품이었으니 지금도 그 옛날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50년대 초반 청운의 큰 뜻을 품고 부산에서 유학하고 있을 당시에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그날부터 해양훈련이 실시되었는데 해양훈련을 팽개치고, 쏜살같이 고향으로 달려가 고향 바다를 만끽 하였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 진다.

그러나 자유 수출공단이 마산에 조성되고, 대우조선이 옥포에 들어서면서 진해만과 옥포만이 오염되고 그 여파로 우리 마을의 해변도 예외는 아나어서 급격하게 전염되면서 세태의 변화와 함께 수온의 변화마저 생기면서 수많은 수자원이 고갈 되어 옛 황금어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으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오늘도 바다에 얽힌 고향의 아련한 추억들을 회상하면서 명상에 잠긴채 마음은 고향으로 달리고 있다.(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