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꽃 무궁화
李 好 緣 (33세 전서공)
꽃과 인간생활 속에서 꽃의 문화가 있고, 인간이 느끼는 아름다운 사상이 꽃을 통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각 나라 마다 국가를 상징하는 국가와 애국가가 있고, 그 국토에 뿌려를 내리고 국민과 더불어 호홉을 같이 하고 사랑과 보호를 받는 나라꽃이 있기 마련이다. 대륙의 반도에 위치한 우리겨레는 북으로부터 몽고, 중국의 쉴새없는 북새질, 그 말발굽에 짓밟혀도 단일민족의 그 문화 전통을 지키며 살아 왔다.
나라꽃 무궁화는 바로 우리 겨레의 정신을 상징하는 꽃임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가슴깊이 새기며 살아가먀난 한다. 우리나라꽃 무궁화는 수천년을 나라꽃으로 전해 내려 오면서 엣날엔 槿花라고 하여 중국지리서 산해경엔 우리 나라를 「君子之國 多木根花 有薰華草 朝生暮死」'양반의 나라엔 무궁화가 많아서 아침에 피고 저젹에 지더라'고 했다.
신라 효공왕 897년에 당라나 光宗께 국서를 보낼 때 최치원을 시켜 스스로 우리나라를 槿花鄕이라고 했다. 고려시대 文人이었던 이규보의 東國李相國集에는 문무과 과거에 합격한 자에게 임금이 친히 내리는 御賜花가 무궁화였으며, 관중의 잔치엔 進饌花로 문무백관이 썼던 紗帽에 무궁화 조화를 꽂았던 사실이 나타나며 이러한 글들이 조선조 세종 대 姜希顔이 쓴 養花小錄등에도 보인다.
이와 같은 사실을 통해서 무궁화가 소중하고 엄숙한 예의를 차려야 할 때 사용하였던 꽃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현대에는 입법 사법 행정의 국가 공직자는 무궁화 휘장을 달고 있다. 옛날 사가에서도 새색시 시집갈 때 시부모님께 예단 드릴 때는 치마 앞에 무궁화 세송이를 바쳤다. 그 뜻은 충, 효, 덕 의 아들 셋을 낳아 바치겠다는 의미도 된다.
그렇게도 귀중한 곳에서 사랑받던 무궁화가 일제의 침략으로 우리 민족혼을 말살하려고 제일 먼저 무궁화를 보는 대로 뽑고 불태워 버리고, 우리의 이름도 성도 그들 식으로 바꾸어 버리고, 태극기는 찢어 없애고, 새색시 예단에 사용하던 무궁화는 알을 낳은 닭으로대신해 버리고, 각종 행사장에 사용되는 꽃(깃)은 일본 황실의 紋章인 菊花가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광복 52주년이 넘는 오늘날 우리의 엄숙한 행사장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구한 역사,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면서 왜 남의 것과 내것의 분별을 못하고 있는지, 정말 사슴 아픈 일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이 마당에 우리의 선조들이 물려준 민족의 얼이 서려있는 나라꽃 무궁화를 되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의 선조들께선 세계에서 보기드물게 남의 탄압과 모진 시련을 겪으며 그 무서운 눈초리를 피해가면서 무궁화를 심는 숭고한 애국심으로 오늘을 이어온 것이다.
무궁화를 심고 사랑하자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꽃을 보자는 마음보다 그 꽃 속에 깊이 담겨있는 우리의 민족혼을 바로 보자는 데에 있는 것이다. 무궁화로 인하여 생애를 바치신 南宮億선생같은 분은 남자의 몸으로 손수 명주천에다 우리나라 13도 지도를 그려 명주실로 무궁화 꽃을 수 놓아 애국에 뜻있는 젊은 여성들을 모아 밤이면 아름답게 수놓는 법을 가르치시며 독립의 의지를 굳게 다집하고 나라사랑의 마음을 고취시켰었다.
일제의 무서운 압박 밑에서도 자주독립의 정신을 고취시키려고 강원도 양양군수로 재직 당시, 뽑히고 불태워진 무궁화의 명맥을 이어나가려고 강원도 깊은 산골에 무궁화를 몰래 심어 놓고 식수장려를 하면서 각처에 뽕나무를 우송할 때 그 속에 무궁화를 섞어서 각처에 널리 퍼져 갔으나 결국 왜경에게 탄로가 난 「무궁화 동산 사건」으로 애국지사들과 함께 옥고를 치르고 고문에 시달리시다 77세로 해방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시면서, 「내가 죽거든 무덤을 만들지 말고 무궁화 나무밑에 묻어서 무궁화의 거름이 되게 하라.」는 가슴아픈 유언을 남기셨다.
그 당시는 무궁화가 독립에 대한 염원의 상징이며 애국의 크나큰 힘이 되었다.1919년 3월1일 기미독립운동이 일어난 후 우리 민족의 문화 말살정책으로 우리 민족의 얼이 서려 있는 무궁화부터 뽑고 그 자리에 그들의 나라꽃 사쿠라를 심고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곳, 특히 학교 마당에 교육용으로 「벚꽃같은 무사정신」을 가르쳤다. 지금도 그 벚꽃은 시골학교, 산사의 진입로, 도심지의 공원 같은 곳에서 잘 자라고 있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다. 일본인은 이 꽃이 피는 계절이면 무슨 축제니 ㄴㄹ이니 하고서 야단법석이다. 우리도 벚꽃이 피면 진해 벚꽃놀이에서부터 창경원 야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이곳 저곳에서 벚꽃놀이에 취하여 야단 들이다. 이제 곧 3, 4월이면 벚꽃이 필터인데 모두가 들뜨는 모습을 미리 생각해 보니 가습 아프다. 내 나라꽃 무궁화 축제는 생각조차 못하면서 남의 나라 꽃에 취하여 들뜨는 풍경을 어찌 바라볼까.(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