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씨리즈2>

우리 가문을 빛낸 이들

나라 위해 분영히 倡義한 揚武原從 一等功臣 切衝將軍 僉知中樞府事
贈嘉善大夫工曹參判兼五衛都摠府副摠管

  공의 諱는 泰卿이요, 字는 慶雲이며 號는 退軒, 姓은 합천이씨다.
  숙종조 계해년 10월 초8일에 공은 의령군 보림리 외가에서 탄생하시니 거동과 용모가 단정하며 엄숙했고 재주와 지혜가 뛰어났다. 자라서는 器局이 峻整하고 도량이 넓고 원대하였으며, 璘德堂 柳錫熙 문화에서 수업하였는데, 小學을 읽을 때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익힌 것은 반드시 실천하였으며, 몸을 조신하고 마음을 세워 반드시 故人으로서 법칙을 삼았다.

 평소 집에 있을 때는 어버이를 효도로써 봉야하고, 위사람을 충성으로써 사귀었다. 흉년을 만나 후한 값으로 한 여종을 샀는데, 뒤에 범상한 여자인 줄 알고 대가없이 돌려보내며 혼례와 장례에 쓰는 물건을 함께 보내 생활에 보탬이 되게 하였으며, 또한 궁핍한 사람들을 도와 굶거나 얼어 죽는 것을 면하게 하니, 향리 사람들이 평소 공을 친송하였다.

  영묘4년 무신년에 청주의 역적 이인좌가 반란을 꾀하여 난리를 일으켜 장차 서울을 침범하려고 하여 온나라가 흉흉하고 민심이 어지러웠다. 합천의 역적 曺聖佐와 정좌가 山陰의 賊 鄭希亮과 熊甫와 내통하여 군사를 이끌고 본군을 침범하니 군수 이정필은 구원을 요청하러 진주로 가니, 역적 조성좌는 자칭 忠義師라 하고 객사에 웅거하여 軍技들에게 호령하니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함성이 천지를 뒤흔드니 고을 사람들이 벌벌 떨었다.

  이즈음 公께서는 아들 重弼과 아우 相卿, 禹卿을 불러 우리 가문이 대대로 합천 고을의 토호로서 살았거늘, 郡이 역적의 수중에 들어갔어니 분함을 참을 수가 없다 하시며 倡義할 것을 의논하니 의견이 일치 하였다.

  公께서는 엄밀히 숯 창고에서 文斗章, 宋元平, 朴善根, 李從發 등 동지들을 규합하여 誓死殲賊 네 글자를 써보이고 창의를 결의하여 나라에 보국하기로 하였다. 公께서 네가 알기로 咸萬重은 충직한 사람으로 비록 賊陣에 있지만 가히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 말씀하시고, 李從發을 적진에 보내어 萬重을 오게 하였다.

  萬重이 도착하니, 공께서는 칼을 안고 앞에 나가서 말씀하시기를 "바야흐로 역적을 쳐부수려고 꾀하니, 어떤 계책이 장차 필요하겠소?" 하시면서 물으니 萬重이 말하기를 "칼날을 무릅쓰고 적진에 돌진함은 公이 나만 같지 못하고, 줏대를 움직이며 계책을 써 적을 사로잡는 일은 내가 公만 같지 못하다"고 말했다.

  公께서는 군수는 나가서 원병을 빌고 변고가 생겨 군이 텅 비었으니 역적을 파괴할 계책을 우리 두 사람이 각각 손바닥 가운데에 써 보자고 제안, 配坐하여 글을 쓰니 公께서는 移陣闊處 乃可用武(진영을 넓은 곳으로 옮겨야 이에 가히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라 써고, 萬重의 손바닥에는 客舍狹窄 難以下手(객사가 좁고 협소하여 손을 쓰기가 어렵다)라고 썼다. 공께서는 칼을 던지고 크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시기를 "두 사람의 소견 보합하니 어찌 일을 성사하지 못할까?" 하셨다.

  다음날 萬重은 적진에 가서 적성좌에게 객사가 협소하여 벙어가 불리하니 송태산 평광로 진영을 옮길 것을 권하니 선좌, 정좌 두 역적이 말하기를 우리 뜻에 합치된다고 하고는 군령을 발하여 다음날 진영을 앞산 넓은 곳으로 옮긴 후 사졸들에게 고기와 술로 큰 잔치를 배풀어 모두 대취하여 깊은 잠에 골아 떨어졌다.

  이날 밤 공께서는 비로소 비밀 계획을 천총 김 개와 여러 장사들에게 말하고 "흉악한 역적들이 감히 하늘에다 활을 쏘아대는 꾀를 품으니 신하된 사람으로서 어찌 차마 좌시할 수 있겠는가?" 말씀하시며 목숨을 바쳐 역적의 무리들을 섬멸시키자고 하셨다  공께서 작전 지시를 내리시기를 만중은 한재우와 대포를 쏘아 작전 개시 신호로 삼고 이필간은 이만수와 사방에서 함성이 일어나면 역적의 군사들이 머물고 있는 장막에 새끼줄을 끊으라고 했다.

  송원평은 이종발과 더불어 그믐밤 깊은 삼경에 사람 얼굴을 분간하기 어려운 때를 틈타서 적진 주변 여러곳에 마른 나무와 관솔, 그리고 마른풀을 쌓아 두었다가 대포 소리를 기다려 방화하고 문두장과 중필은 휘하의 병사들을 둘로 나눠 사방에 매복하여 대포쏘기를 기다렸다가 긴창과 철퇴로 일시에 봉기하여 장막속의 역적을 죽일 것을 명했다.

  또한 상경과 우경 두 동생과 같은 아문의 客인 盧世燁으로 하여금 도망가는 역적을 추격, 체포하게 지시했다. 임무 부여를 마치자, 함만중은 말하기를 "뜻밖에 우리 고을에 자량과 진평이 다시 나왔다"고 했다. 밤이 삼경에 이르러 역적의 진영에 장졸들이 모두 술에 취해 깊은 잠에 곯아 떨어져 자는데, 적전에 나선 장사들이 안으로 응하고 밖으로 합하니 관연 포화가 일어나 천지를 진동시키고 화광이 충천하니 온통 붉고 밝기가 대낮 같고, 사방에서 함성이 일어 산이 울리고 골짜기에 가득 차니 도무지 군사들이 어느 곳에서 나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적의 허를 찌르는 기습으로 적을 모조리 죽이고 괴수를 죄다 사로잡으며 도망해 나가는 자가 있으면 중필등이 추격 체포하였다. 역적들이 이내 섬멸되어 군진을 회복하니 郡守가 돌아와 역적 聖座, 鼎坐, 德佐, 許澤등 네 명 괴수의 목을 베어 효수 했다.

  공께서는 역적을 사로잡을 때 먼저 역적 군사들의 都目四冊을 취하여 불 속에 집어 던지며 말하기를 "이 책이 존재할 것 같으면 도내 연류된 사람이 幾十百家인지라, 옥석을 구별하기 힘들어 모두 태우는 것이라" 하였다. 좌우의 사람들이 매우 위태롭게 여겼으나, 공께서 말씀하시기를 "역적의 협박과 강압에 못이겨 이름을 올린 사람들을 살린 것이 죄가된다면 백번이라도 감수하겠다"고 하셨다.

  이로 인해 주위의 사림과 향읍인 들이 만인에게 적선했다고 칭송이 자자했다. 성주목사 李普赫이 到郡하여 판결하기를 군수는 성을 비웠다 하여 투옥되고, 청총, 김개도 무고로 투옥되니, 공께서 크게놀라 목사에게 김개는 죄가 없고 功이 있다 하여 풀려나 錄功되었다.

  신임 군수 吳命瑞가 공로를 조사하여 공을 일등으로 하였으나, 공께서는 모든 공을 咸萬重에게 돌리고 양공하므로, 報告文 가운데를 특별히 보고 하였다. 그후 이 사실을 사림들이 조정에 장개를 올려 按無使 朴文秀가 軍公을 再조사하니, 합천 李泰卿이 비록 양퇴하여 不從公論이나 먼저 倡儀하고, 파적지책을 혼자 세워 적을 섬멸하였으니 만중보다 높다 하고 일등공신 이태경, 함만중, 김개,3인이요, 2등 공신에 유단, 이만수, 이신원, 이명동, 김희재, 한재우, 이필간, 박우림, 하세호, 박세적, 하필해, 문두장, 서원로, 이중갑 13인 이요, 3등공신 이중필, 함중선, 이상경, 이기화, 이춘경, 이재선, 이달삼, 이상기, 문봉휘, 권겸, 우이경, 이동한, 이웅걸, 양경하, 배희종, 김승구, 이상직, 임중태, 서영철, 이후설, 이상일, 배선문, 한발, 송원평, 박시욱, 이기만, 우차금, 곽세우, 강인만 13인이라 하였다.

  備局堂上入侍時에 우의정 李집이 이태경이 논공시 퇴하였으나, 일등수하에 두는 것은 古所未聞이니 當爲首功이라 하니 上이 可其奏하여 양무원종 일등공신하고, 특배절충장군첨지중추부사하고, 封爵考비 하였다.

  계해년 11월 29일 서거하시니 향년 61세였다. 조문객이 수천이고 만장과 제문이 수십으로 闔川大也谷에 장사를 지냈는데, 후에 인가가 밀접하여 서산촌 안계곡에 이장하였다. 조정에서는 가선대부공조참판겸오위도총부부총관을 증직했고, 후에 사림들이 사당을 건립하여 춘추로 향사하니 조정에서 현충사를 사액하였다.

  합천 상삼리 북산하에 사립과 후손들이 보존하여 오던중 세월이 오래 되어 후폐되었기로 서산리 월암산 아래 중건하여 향사를 예전과 같이 봉행하며 서산서원이 철폐된 후 복원하여 양무공신 대경, 양무공신 상경 양무공신 중필 삼위를 배향하였다.

 슬프다! 무신년에 역적이 형세가 하늘에 다달아 온 군이 바람에 쓰러졌는데도 공께서 홀로 나라를 위해 창의하시니 이것은 충성이요, 동지들께 죽기를 맹세하고 계책을 내어 공훈을 세우니 이것은 지혜이고, 도목책을 취하여 불에 던져서 만인을 구원해 살리니 이것은 仁이요, 노공행상을 논할 때 공을 다른사람에게 양보하니 이것은 禮요, 한가지 일을 들어서 사덕을 서니 장량과 진평만이 홀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공의 아름다운 이름이 만세에 길이 남을 것이다.

<자료제공 : 闔川 西山齋 會長이며 現대종화수회 총무인 李佑烈氏(31세)가 지은 공의 行狀을 참고로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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