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사라져 가는 우리전통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이가?

회장 李 炳 壽(33세 전서공)

 현대 사회가 급변하면서 모든 것 들이 급진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대대로 내려오면서 가꾸고 소중시 하던 우리의 갖가지 전통마저 너무나 빠른 속도로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사회의 모습이 변해가는 것은 순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같이 우리의 전통사상, 전통예정, 전통풍속, 전통언어, 전통읍식, 전통복장 등 전통문화가 한꺼번에 사라져 가는 것을 볼적에는, 정말 어리둥절하고 이러다가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불안감 마저 갖게된다.

  여기에서 우리의 우려를 자아내게하는 것은 다음 두가지 문제 때문이라 생각된다.
첫째는 재래의 전통을 완전히 캐캐묵은 것으로만 몰아부쳐 그 가치성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마구 헌신짝 처럼 팽개쳐 버리려는 데 있으며,
둘째는 미국이나 서양을 닮아가는 것이 선진화요, 세계화인양 생각하는 사고방식,그것이 문제이다. 다음에는 이를 몇가지 분야로 나누어 생각해 본다.

(1) 전통사상 전통예절

  우리나라의 전통사상에는 "부모에의 효도"  "웃 사람 공경하기"등,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자식들이 부모를 한집에서 정성드려 모시고 있는 것을 보거나,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른에게 존대말을 쓰고 자리를 영보하며, 무거운 짐을 들어다 주는 등의 광경을 지켜 보고서는 이구동성으로 이를 찬양하고 부러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부모 한집에 모시기'를 기피하려 하고, 노인들은 생각이 고루하다고 하여 보수주의적 존재로만 생각하고, 오히려 사회 발전의 걸림돌적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나타나 노소간에 갈등 현상까지 빚고 있으니, 서로를 위하여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부모들 가운데에도, 자식이 부모와의 동거를 자청하는데도, 오히려 손자 돌보아 주기가 귀찮아서 아들과 동거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으니 피장파장이요, 자업자득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모 자식이 동거를 하든지 아니하든지 간에, 서로 간에 情의 문제인 것이니, 상호 입장을 이해하고 충분한 합의를 거친 끝에 결정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문제는 근본 정신에 있어서, 자식은 부모를 섬기겠다는 효행정신이 있어야 하고, 부모는 손자의 양육을 돌보아 줌으로써 자식들의 노고를 덜어주겠다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니, 쌍방의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내어야 한다.

(2) 전통 언어

  요즘 우리 사회의 언어생활을 들여다 보면, 전통 언어 체계가 무자비하게 무너져가고 있는 현실을 볼수 있다.
첫째, 호칭에서부터 그러하다. 부부간에 전통적으로 써내려오던 '여보' '당신'이 사라져가고, 그 자리에 '어이' 자기야 또는 '너'가 점령을 하려들고 있다. '어이' '너'는 손아래 사람을 부릴(使)때 쓰는 말이고. '자기야'라는 호칭어는 부정적 삼인칭을 지칭할 때에 가끔 사용하나 우리 언어생활의 부부 호칭에는 있지도 않는 잡스러운 신조어 이다.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부부간에 '여보' '당신'이란 호칭으로 서로간에 존대어를 써왔었다. 그것은 오늘날 역사소설이나 TV 사극을 보면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젊은 이들은 우리 조상들이 남존여비, 즉 남녀불평등의 언어생활을 해온 것으로 오해를 하고, 존대어가 없는 서양말에 매력을 느끼고, 부부간에 마구 '너나들이'를 하고 지내는 것이 친근감있고 남녀 평등의 생활을 실천하는 것처럼 착작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부부간에 인격종중의 생활을 소홀히 하는데 큰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젊은이들의 언어 체계가 무너지고 오염이 되고 있는 것은 어른들의 권위가 무너진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신세대들이 선조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을 덮어놓고 고루한, 가치없는 것으로만 치부하는 경솔함 때문이라 할 수 있고, 또 방송 매체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본다.

 TV연속극을 보고 있노라면, 거칠고 저속한 말을 함부로 쓰거나, 듣도 보도 못했던 '어이' '자기야' 등 신조어를 '여보' '당신' 대신에 표준말처럼 퍼뜨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물론 방송작가가 만들어 낸 말은 아니고, 일부 청소년 사이에 쓰이고 있는 말임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작가들은 아마 '작품은 현실사회의 반영'이란 말을 앞세워 변명을 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사회의 한 밑바닥에 깔려 있는 먼지를 부채로 부쳐내어 온세상을 오염 투성이로 만들고 있는것과 다를바 없다. 작가는 덮어두어야 할 먼지, 즉 부정적인 데에만 눈을 팔지 말고, 긍정적으로 묻힌 옥돌을 찾아내어 빛을 밝혀주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실사회의 반영을 보다 밝은 방향으로 재현함으로써 바람직한 앞날의 사회를 추구하는 데 보다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3) 전통 음식

 우리 나라의 전통 음식에도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들이 많이 있다. '김치'는 이미 일본을 비롯하여 동남아, 미국에까지 건너가 한국 전통 음식의 대표 지격으로 뛰고 있으며, 식혜(단술)도 우리나라 전통 음료로서 자라를 잡아 외국에까지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들은 어찌하여 우리의 전통 음식에는 그 처럼 무관심하고 고개를 들리려 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전통 음식인 떡만 하더라도, 시루떡, 송편, 찰떡, 쑥떡 등 맛있고 영양가 있는 것들이 많이 있으며, 유과나 강정 등 한과도 결코 외국과자에 손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선 달콤하고 고소하다고 하여 빵 종류나 튀김 과자류를 선호한다. 또 우리 나라 전통 파전이나 감자붙임 등 지짐 종류들도 많이 있는데 하필이면 그 기름기 많은 피자만을 선호해 먹음으로써 비만증 어린이가 양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L회사니 M회사니 하는 외국 메이커들이 풍부한 자금공세로 밀어부치는 상술에 영향 입은 바 크다고 할 것이나, 우리 어른들의 진정 어린 애정이 쏟아진다고 하며, 적절한 지도가 가능할 것이라 믿어진다.

  우리나라의 전통 지짐인 '야채 지짐'(고구마, 감자 등 포함) 이 서양의 피자에 의해 구축을 당하고 잇는 사실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 할 것이니, 자라나는 세대들의 비만증 예방등, 균형 있는 신체발달을 위해서도 검토됨으로써 뒷날 국민건강면에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食性이 人性의 형성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는 아이는 인내력이 없는 인간으로 길러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으니, 우리는 가급적 양식을 피하고 우리의 전통음식을 애용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 스럽다 할 것이다.

(4) 전통 풍속, 전통 복장

  전통 풍속이나 전통 복장의 보존면에서는, 비록 일부층이기는 하나, 우리 고유의 전통 풍속을 가꾸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각 지방에서 그 지역의 전통 민속놀이 등을 발굴하여 이를 재생하고, '지역 축제 행사'를  갖는 등의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얼마 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하였을 적에 우리의 전통 민속 마을인 안동 하회 마을을 찾아 우리 고유의 풍속을 돌아보고, 거기에서 한국전통음식을 차린 '생일잔치상'을 대접 받고 갔다는 보도는 우리를 흐뭇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우리의 전통 풍속과 음식을 전파 매체를 통하여 온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요즘 곳곳에서 우리의 전통 한복이 너무 거추장스럽고 실생활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개량한복'입기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 하겠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개량 한복을 입고 직장에 출근도 하며, 일상생활복으로까지 파고 들고 있는 것은 세계인 속의 한국인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한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지금까지, 우리 전통이 급속도로 사라져가는 것을 걱정하고, 이를 어떻게 붙들고 살려나갈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음식을 잃으면 민족을 잃는다'고 하여 외처에 나가 살아도, 꼭꼭 자기들의 전통음식을 찾아서 애용한다고 한다. 이로써 우리는 그들이 얼마만큼 주체성이 강한 민족인가를 알수 있다 할 것이니, 그 처럼 주체성을 살리면서 살아가는 그들이기에, 세계에서 최다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리 소중히 가꾸어 온 전통이라 할지라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점차로 자연스럽게 변하여 가는 것은 어찌 하겠는가. 그러나, 급진적인 변천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니, 우리는 이를 경계하여야 하겠다. 溫故而知新이란 옛것을 살핌으로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이다. 우리의 전통문화의 변천에 있어서도 '온고이지신'하는 바탕위에서 주변상황을 잘 살펴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변화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개선해 가야 할 것이다. 밑둥치도 남기지 않고 송두리째 없애 버리지 말고, 밑뿌리는 살리면서, 새잎이 돋아나게 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전통을 가꾸고 이어나가자는 것이다.(전 개금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