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오빠라니

  이 세상에서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사회가 있다고 하면, "그런 패륜족들이 어디 있느냐?"며 놀랄 것이다. 놀랍게도 분명히 그 사회가 있다. 그것도 먼 바깥나라가 아닌, 지난날 동방에의지국으로 칭송받았던 우리나라에 있으니 이 어찌된 일인가?

  우리의 신세대들 가운데는 자기 남편을 '오빠'라고 부른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부모 앞에서도 예사로 남편을 '오빠'라 부르면서도, 그것이 잘못되엇다는 사실을 의식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서로가 이성교제를 하던 시절에는 오빠라는 호칭이 다정하고 자연스러웠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결혼에 골인한 이상에는 명백히 부부관계가 형성되었으니, 당연히 부부사이의 호칭을 사용해야 마땅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갑자기 '여보'라는 호칭으로 바꾸어 부르기가 어색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약속인 호칭을 지키지 아니한다는 것은 마치 운동경기에서 룰을 지키지 않고 반칙을 해가면서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 운동경기에서 규칙을 지키지 아니하는 선수가 있다면 당장 '경고' 또는 '퇴장'감이 될 것이며, 규칙 위반을 많이 해가면서까지 비신사적으로 이긴 경기라 한다면, 얼마나 불명예스럽고 값어치 없는 승리라 할 것인가?

  요즘 신세대 부부 가운데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상호간 호칭인 '여보', '당신'이 있음에도 '어이'라고 한다거나, '자기'라는 신조호칭을 쓰며, 심지어는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등 우리 언어사회를 난마처럼 헝클어뜨리고 있는 부류들이 있다. '자기'는 우리나라 언어 사상 호칭으로 쓰인 일이 전혀 없고, '나(타인)'의 상대어로 쓰이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신세대들은 어찌하여 이렇게 언어 질서를 깨트리기를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밥먹듯 하는 것일까? 이것은 결국 최근 신세대간의 병폐로 번지고 있는 '나만 좋으면 된다'는 자기 편의주의적인 사고방식 때문이다.

  더욱이 TV 방송에서 이같은 빗나간 사회 일각의 풍조를 부추기는 현상이 있으니, 그 책임을 묻고 싶다. 일부 몰지각한 방송드라마 작가들이 인기 작전의 일환으로 남편을 오빠로 부르는 장면을 예사로 화면에 담아서 방영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이는 언어질서 파괴범이 아닌가?

  호칭관계에서 또 하나 생각나는 게 있다. 요즘 아이들 가운데는 숙부(작은아버지)를 '삼촌'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음을 본다. 숙부가 '삼촌'인 것은 맞다. 그러나 숙부는 호칭이지만, 삼촌은 호칭이 아니고 촌수를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숙부를 호칭할 때 '삼촌'이라고 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반드시 '숙부' 또는 '작은아버지'라 해야 하고, 미혼인 경우에는 '어저씨(아재)'라고 불러야 맞는 것이다. 5촌은 당숙부, 7촌은 재종숙부로 구별해야 옳다.

  '글은 곧 사람이다'란 말과 같이, '말은 곧 인격의 표현'인 것이다. 언어 질서를 예사로 무너뜨리는 젊은이들은 장차 불문율인 사회 도덕을 물론, 성문율까지도 서슴치 않고 무너뜨�� 수 있는 '불구 인격자'가 될 것이니. 우리의 앞날을 위하여 그러한 사회질서파괴 예비족을 양산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자기 딸이나 며느리가, 제 남편을 보고 '여보'하는 전통호칭을 무시하고 '오빠'라고 부르고 있는 것 보고도,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지도하기는커녕, 오히려 덩달아 웃고만 넘기는 부모가 있다고 하면, 이는 자녀교육의 책임을 팽개쳐 버린 무책임한 실격부모이다.

  우리는 2세인 자식에게 희망을 걸고 살아간다. 그런데 자식들을 위한 기본 교양교육을 포기한 부모가 어찌 장치 자기 자식들에게 집안의 가풍을 이어가고, 이나라의 미풍양속을 계승해 나가리라는 기대를 걸 수 있겠는가? 기성세대로서 반성을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