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뭐길래

 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 뉴스를 주로 보며, 역사극이 아닌 홈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는 편이다. 1, 2년 전에만 해도 재미있는 홈드라마를 즐겨 보았었는데, 요즘에 와서 자주 보지 않게 된 것은 드라마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불륜과 탈선, 파괴가정을 소재로 한 것이 대부분이라 보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지 싶어서다.

  우리나라 TV연속극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시청률 때문이라고들 한다. 불륜과 파괴가정을 ㅅ재로 해야 시청륭이 높아지는 모양이다. 텔레비전은 대중매체이므로 대중의 인기를 무시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인기는 어디까지나 건전성과 진실성을 바탕으로한 것이라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일시적 호기심으로 무작정 좋아한다는 것만을 갖고 예술적 가치를 재는 잣대로 삼아서야 되겠는가? 그것은 대중가요가 우선 대중이 좋아한다고 하여 그것을 높이 받들고, 순수 예술음악은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가 안닌가? 또 정치인이 먼 장래를 내다보지 않고 일시적인 인기에만 죄우되어 정치행위를 한다고 하면, 그는 결국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 아니겠는가?

  연속극에서 꼭 불륜이나 파괴가정을 다루어야만 인기가 오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시청자에게 진짜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재는 불륜행위나 파괴가정 말고도 알마든지 있는 것이니, 그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하겠다. 원래 문학이나 연극 작품은 있음직한 상상의 세계를 진실성있게 표현 하는 예술이다. 그러므로 요즘 사회에 불륜사건이 빈발하고, 비정상적 파괴가정이 늘어나고 있으니, 이런 것을 다룬 작품이 더러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연속극들이 이런 작품들을 경쟁하듯 제작해 내고 있는데 대하여는 나라 장래를 위해여 크게 반성을 해야 하겠다.

  물론 오늘날 우리나라 가정을 돌아보면, 아니들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너래방 도우미로 나가는 가정주부가 있고, 부부간에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이혼을 옷 갈아입듯 쉬 하는 가정이 있고, 부모자식간에 재산을 두고 칼부림까지 벌이는 일이 있으며 또, 아내에게 매맞고 사는 이색적인 가정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눈을 닦고 자세히 보면, 그래도 아직 장상적인 건전한 가정이 많지, 불건전한 가정은 '쌀에 뉘'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TV연속극마다가 온통 불건전한 비정상적인 가정만을 일색으로 비추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여 우리사회를 패륜적인 불건전 사회로 끌고 가는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니 용서박지 못할 일이 아닌가? 특히 골든타임에 맞추어 불륜 파괴가정을 그린 드라마를 상연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독약을 먹이는 일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판단력이 정립되지 못한 미성숙기인 청소년들이 호기심으로 그런 프로에 접하다보면, 이 사회가 마치 그처럼 온통 불륜사회인 것으로 그릇판단하고, 그것이 정상인 양 착각을 하게 될 것이 아닌가?

  방송사에서는 언필칭 시청률을 생명인 것처럼 내세운다. 그래서 시청률을 의식하다 보면 그렇게 되어 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시청률이 뭐길래? 어찌 시청률이 연속극의 잔부라 할 것인가? 시청률은 오락물에 대한 일시적 인기에 불과한 것임을 알아야 하겠다. 연속극의 궁극적 목적은 감동을 통한 인간생활의 정화에 있다.

  한때, 어느 TV 연속 드라마가 극중에 '내아이(남편)', '네 아이(부인이 데리고 온)', '우리아니(둘이 재혼후 낳은)' 세종류의 성분이 다른 자식들이 함께 사는 가정을 등장시켜, 그 가운데서 비록 남의 핏줄이지만, 지극한 애정을 쏟아 순수한 인간애를 발휘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연출함으로써 숭고한 휴매니즘으로 숭화시켜 화제가 되었다. 이 작품이 인기를 얻어 높은 시청률을 차지하게 된 후, 모든 '홈드라마가' 마치 경쟁이라도 하다시피, 불륜과 파괴가정 일색으로 저질화 되고 있으니, 누구를 탓해야 할까?

  요즘은 TV홈드라마를 시청하다보면, 동방예의지국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에 파괴가정만 있고, 정상적인 가정은 아예 없는 듯하여 외국인들 보기가 부끄러울 지경이 되었다. 어느 시청자는 요즘 텔레비전 연속극에 불륜, 파괴가정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드라마 작가가 주로 여성이고, 또 정상적인 건전한 가정을 갖지 못한 작가들이기에, '글은 곧 사람'인지라, 그처럼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드라마를 쓰게 된다고 하였다. 조사를 해보지 않았으니 알 수는 없다.

  그런데 3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민족은 윤리와 도덕성이 세계에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오늘날에 와서 이혼율이 급격히 늘어나, 세계1위에 육박하고 있다. 고소, 고발 사건이 또한 최상위에 들었고, 2001년도 유니세프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청소년이 아태지역 17개 나라중 '어른 존경심 꼴지'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아무리 스피드시대라 하지만, 급격한 변천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TV에서 불륜, 파괴가정을 다룬 연속극이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결코 무관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이혼을 헌옷 갈아입듯 쉽게 생각하는 원인이 이런데 있는 것은 아닐까?

  사회는 흐르는 물처럼 자정(自淨)능력을 갖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렇다면, 우리 TV도 이제 자성(自省) 자정을 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싶다. 이 이상 시청률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건전 사회로의 발전을 위해, 특히 청소년들의 올바른 발달을 위해 온 국민이 대오각성할 때가 되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우리의 희망이요, 꽃이다. 만약 우리가 이 꽃들을 올바로 피어나게 가꾸지 못하면 우리에겐 희망은 없다. 이처럼 소중한 우리의 꽃들에게 온 천지에 불륜과 파괴가정이 판을 치고 있는 것처럼 비추어져서야 되겠는가?

  속담에 '부자가 망해도 3년 먹을 것은 있다'는 말이 있다. 그래도 세계적 도덕국가요, 효를 자랑하던 우리나라이기에 곳곳에 아직도 부모 잘 섬기는 효자가 많고, 모범적인 부부애를 실천하고 있는 건전하고 아름다운 가정이 허다하여 받침목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작가들이 그 쪽으로 카메라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물론 여기엔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은 두말항 나위가 없다. 우리 모두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건전 사회로의 자정(自淨)활동이 속히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