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만발 시대

  한동안 촛불시위가 기승을 부린 적이 있었다. 그 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종료됨으로써 조금 수그러드는 듯하였으나, 그 후에도 집단과 지역의 이기주의를 앞세운 잡다한 시위들이 끊임없이 계속되어 오다가, 이번에는 'LG칼텍스정유'가 회사 설립 37년 만의 최대 노조 파업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엿으며, 서울과 인천 등 4개 도시의 지하철 노조도 일제히 파업을 강행함으로써 심상찮은 양상으로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노조가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누울 자리 봐 가며 발 뻗는다'는 말이 있듯이, 파업결과가 가져올 부작용을 고려하면서 투쟁해야 하지 않겠는가? 노조원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자, 핵심 경제 주체일진대, 근로자라는 일방적 입장만 네세우지 말고, 사용자측과 합의하여 원만히 문제를 풀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LG정유 노조의 요구사항은 임금인상과 지역사회 발전기금조성,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이라 한다. 어론보도에 따르면 10년 근속 노조원의 평균 욘봉이 6천만원에 이른다 하니, 불법파업을 할 정도로 절박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지하철 노조도 임금인상과 인원증원이 협상조건이라 한느데, 현재 한달 19일 근무에 연봉 4,500만원을 받는다고 하니 결코 낮은 보수는 아닌 듯하다. 요즘 우리 경제가 어렵고 지하철이 적자운영이라는 것은 온 국민이 알고 있는 터에 자기 본위 주장만을 내세워서야 시민들의 공감을 얻겠는가?

  오늘날 우리가 시위 만발시대에 살면서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들의 시위방법이 도를 지나친 악랄한 수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과 정부의 대응책이 미온적이라는 데 있다. 쇠파이프는 약과이고, 휘발유 드럼통, LP가스통, 화염병까지 동원되고 있다. 이를 진압하는 의경들은 방패와 진압봉, 대나무가지가 든 겉옷이 고작이니 쇠막대기로 마구 치거나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을 보고서 의경들에 대한 동정심과 더불어 과연 이나라가 법치국가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경찰은 시위대가 편화적 시위가 아닌 물리적 수단을 사용하면 가차없이 진압한다고 하며, 프랑스 경찰도 화염병 같은 살상 흉기를 소지만 하여도 엄하게 다스린다. 우리의 치안질서가 왜 이리 무너졌으며, 경찰력이 이다지도 무력해졌는지 개탄이 앞선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기에서 나는 자난날의 우리나라 데모(시위)의 역사를 더듬어조고 싶어진다. 데모는 원래 민주주의의 산물로 8.15해방 후 좌, 우익으로 나누어진 소규모 데모가 있기는 하였으나 본격적인 데모는 4.19 때부터였다.

  자유당 정권을 무너뜨린 4.19 시위는 총칼로도 막지 못하여 데모천국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그 덕분에 민주정부가 탄생되었으나, 데모는 날로 성행, 모든 요구사항을 법아닌, 데모로 해결하려 듦에 따라 행정력이 마비되고, 데모로 시작하여 데모로 해결하려 듦에 따라 행정력이 바비되고, 데모로 시작하여 데모로 저물어가는 '데모 만능시대'가 연출되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화를 자초하는 법. 극심한 데모의 파도에 취해 멀미가 나서 사회가 어지럼증이 생기고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게 되매,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불안감에 떨게 되었다. 결국엔 '데모로 세운 나라 데모로 망한다'는 불길한 유행어가 나돌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급기야는 또 다른 독재를 불러오고 말았다.

  지나친 시위문화에 찌들린 묵민들 가운데서, 이제 데모만능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사회 질서를 바로 잡아 주었으면 하는 여론이 형성되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이시점을 십분 활용한 5.16군사쿠테타가 성공을 거두게 되었던 것이니, 군사혁명 자체엔 부정적이면서도 마비된 사회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부득이하였다는 공감대를 얻었던 것이다.
  참여정부 발족 후 그간 노동단체 시위는 물론, 발전소 설치를 둘러싼 주민들의 격렬 시위, 택지개발 추가보상금 요구 시위, 금융계합병반대쉬위, 고속철 통과 유치 또는 반대시위, 호주제 철폐 찬성 또는 반대시위, 그밖에 지역, 시민단체, 참여연대 등의 온갖 이기주의적 요구사항을 둘러싼 시위가 빈발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여대야소가 되면서 지난날의 운동권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등용됨에 따라 이른바 '개혁'을 앞세운 과거사 진상 규명이란 이름으로 과거의 불법행위를 민주화 투쟁으로 주장하거나, 일제시대를 들추어 친일행위로 몰아붙이려고 주장하는 싱위 등도 벌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간첩 전과자가 군사령관을 조사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심지어 대통령을 시해한 자의 행위까지 민주화 투쟁으로 둔갑을 시키려는 주장까지 나와 바랴흐로 우리사회는 싱위 만발의 시대를 낳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때마침 개혁과 보수양대 세력의 정치싸움과 맞물려 편가름을 부추기는 현상으로 번져, 이로 인해 국가 기강이 2분법적 사고에 휘말리어 흔들림으로써, 사회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으니 착잡한 심정을 느끼게 된다.
 시위는 민주사회에서 정당한 요구를 정당한 방법으로 행하는 의사 표현의 수단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사회에서 횡행되고 있는 집단 시위는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장을 보겠다고 사생결단식으로 하니, 이것은 무법자요, 민주주의의 말살행위가 아닌가?

  민주정치는 개인 인권의 종중을 바탕으로 하는 상생의 정치가 되어야 하겠거늘, 이기주의적 주장만을 실현하려는 시위는 이땅에서 청산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4.19 후의 데모만능시대의 망상이 떠오른다. 정부도 이젠 중구난방 상태로 흐트러진 나라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불법시워자를 엄중히 법에 따라 조치함으로써 법질서가 확립된 정성사회로 회복시켜야 할 시점에 왔다고 본다.

  정부가 만약 코드가 맞는 단체라고, 그들이 내 세운는 시위 사유가 부당하고 불법임에도 이를 미온적으로 대응한다고 하면, 국가기강은 더욱 흐트러져 결국엔 회복할 수 없는 혼란 상태를 초래하고 말 것이며, 민심은 정부로부터 이탈될 것임을 명심해야 하리라 믿는다.
  시위문화의 이미지는 의견 수렵으로 화합을 이끌어내는 민주주의 꽃이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결코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험상궂은 상으로 상대를 위협하며 항복을 쟁취하려는 악랄한 투쟁자의 모습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