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우리 문중門中의 자랑 배산서당

  단성 배양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배산서당은 우리 문중의 자랑일 뿐 아니라, 우리 고장의 자랑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국헌공 후손은 성경재는 알아도 배산서당은 아직까지 모르는 후손이 있지 않을 까 싶고 또, 재실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으나, 어떤 분을 모시고 있는지 알고 있는 후손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배산서당은 공자님을 비롯하여 우리의 원대 조상이신 청향당 선생과 죽각 선생을 모시고 있고, 또한 퇴계 선생과 남명 선생도 아울러 모시고 있는 재실이다.

   퇴계선생과 남명선생을 모시게 된 연유는 우리 역사상 위인일 뿐만 아니라, 죽각선생을 가르친 스승이시며, 청향당선생과 삼경사동의 절친한 친구분이었기에 이 두분의 위패를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배산서당을 한번 참재하지 않은 후손이라면, 향례때에는 참석하기 어렵겠지만, 명절에 고향을 들릴 때 시간을 내어 한번이라도 참배를 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가 아닐까 한다.

   배산서당은 경남 문화재 자료제15호로 지정되어 있고, 매년 3월 첫 해일에 각처 유림의 인사를 초청하여 향례를 올리고 있다. 이날에는 아침 8시경부터 먼저 공자님께 예를 올리고, 그 다음 퇴계와 남명과 청향당 선생께 합동으로 예를 올린 후 마자막으로 죽각선생께 예를 올리고 나서 행사를 끝낸다. 해마다 거행하는 서당의 향례는 문중의 족형되는 병능 위원장님이 노령의 연세에도 종사 업무를 맡아 행사를 치르고 있는데, 그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묵곡마을에서 멀지 않은 배산서당은 배양마을과 뒷동산에 45도 각도의 비탈진 곳에 일곱 채의 한옥 古家가 동쪽을 향해 줄을 잇듯 나란히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느 곳, 어느 재실을 보더라도 대가 솟을 대문인 출입문이 있고, 그 문을 들어서면 4,5칸의 한옥 고가가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의 배산서당은 전국적으로 그 규묘가 뒤지지 않을 것이다. 崇仁門이라는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커다란 5칸 한옥에 배산서당이라는 큰 현판이 눈길을 끈다. 이 한옥의 고가는 한문을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었으며, 행사를 치르는 본관이다. 그리고 마당서편에는 3칸의 한옥인서재가 있는데, 이 서재는 현재 사무실로 삼고 있다.

   배산서당의 현판은 중국 淸나라 말미의 정치가이며 대 학자였던 康有爲선생의 친필을 받아서 새긴 것이다. 우리 배산서당이 중국의 이런 이물에게까지 알려져 그분의 글씨를 오늘 우리가 접하게 되니 우리서당이 더욱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립운동가였던 백범 김구 산생을 비롯하여 상해 임시정부의 총리를 지낸 白巖 朴殷植 선생과 대한민국 초기 부통령을 지낸 李始榮선생과 조완구 선생 등,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축문을 모두 새겨 마루 위 벽면에 진열하여 걸어 놓은 것을 볼 때, 이 또한 자랑스러운 遺物이 아닐 수 없다.

  배산서당 건물의 뒷편으로 올라서면 또 하나의 출입문이 있다. 이 출입문을 들어서면 道洞祠라는 현판이 눈길을 끈다. 이 도동사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선대이신 청향당 선생과 죽각선생, 그리고 퇴계선생과 남명선생의 위패를 모셔 놓은 祀堂이다. 이 도동사에서 다시 뒷편으로 오른면 또 다시 출입문이 있고, 이 문을 들어서면 공자의 초상을 모셔 놓은 文廟가 있다. 이 초상은 임금만이 썼던 면류관을 쓰고 있어 제왕다운 위풍이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하게 한다. 배산서당의 건축은 지금으로부터 90여년 전 문중의 어른으로서 국회의원을 지내셨던 현포 이병홍 선생과 함양에 계시면서 전국 유림의 거두 이셨던 진암 이병헌 선생과 이병호 선생이 합심하여 이 거대한 재실인 서당을 건축하였다고 한다.

   7년에 결쳐 완성된 이 서당은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자의 초상을 모셔 놓고 유교를 복원하는 본산으로 받들어 왔다고 한다. 현재, 이웃나라 대만에서도 유교를 전승하는 대학 교수가 배산서당을 때때로 방문하고 있으니, 그명성은 세계적이라 말할 수 있겠고, 앞으로도 명성뿐만 아니라 문중의 튼튼한 부리가 되어 우리 후손들이 더욱 이를 드높여 길이길이 이어나아갈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