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헌문원>

올때 반갑고 갈때 더 반갑다

국헌공 10세손 李 炳 會    

 '올 때 반갑고 갈 때 더 반갑다'는 말이 있다. 이말은 명정이 다가 오면 객지에 있는 자녀들이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드는데, 이들이 올때와 갈 때에 부모님들의 심정을 표현한 새로운 유행어라 하겠다.

   오랜만에 이 아들 저 아들이 손자 손녀 며느리 등, 자기 가족들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서면 모두가 반갑기 그지없기도 하고, 더욱이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 할 머니" 하고 부르면서 품에 안길 때에는 귀엽고 사랑스러워 누구나 놀때 반갑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아들딸 손자 며느리가 모두 한 집에 모여 한두 밤능 보내면서 아이들이 귀엽게 재롱을 떠는 것을 보고는 즐겁기도 하겠지만 번잡스럽기가 그지없을 때도 있을 것이다.

   노부부가 종용히 있다가, 손자 손녀들이 다 모여 뛰놀며 시끄럽게 굴면서 온갖 장난을 치기도 하고, 정돈되어 있는 기물들을 흩어 놓는 것을 보면 속으로 짜증스러울 때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아이들도 저희끼리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하면서 나름다로 즐겁게 놀고 있는데, 어지럽혀 놓았다고 야단을 칠 수도 없을 것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자기 아이들이 난잡하게 굴고, 잘못을 저지르며, 어떠한 장난,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아이들의 기(氣)를 죽일까 싶어 야단을 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소란스러운 명정을 쇠고 나서는 모두 제갈 길이 바쁘다. 내일이면 모두 출근을 해야 하고, 또 아이들도 학교에 등교도 해야 하는데, 교통이 덜 붐빌 때 떠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떠난다고 하면 좀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만,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놀면서 소란을 피우는 바라메 떠날 때는 마음속으로 '더 반갑다'는 말이 나올 만하지 않을 까 싶다.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있었다. 귀찮아 빨리 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잇다가 떠나고 나니까 마음이 시원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좀더 있다가 가도 될텐데, 더 있지 않고 일찍 떠나고 나니 오하려 섭섭한 마음도 든다는 말일게다.

   그런데 평소에는 서울 가는 데 너댓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명절이면 교통이 막혀 열시간 이상 걸리기도 하기에, 교통이 덜 붐빌 때 일찍 따나려고 하는데, 좀 더 있다가 가라고 붙들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또 아이들을 일단 보내고 나면 무사히 도착을 해야 하는데 길에서 고생을 하지 않을 까 하고 걱정도 든다.

   이런 저런 걱정도 아닌 걱정을 하고 있다가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반갑게 받고나면 저절로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손자 손녀들이 재롱을 떨던 모습을 떠울리며 마음속으로 즐거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순간에도 부모가 이 아이들에게 오직 바라는 것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 주기를 마음뿐이라 하겠다.(덕산공등하교 교장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