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행적 일기>

죽각(竹閣) 할아버지의 행적

   죽각공은 청향당의 셋째 동생 潛의 아들이니 청향당선생의 조카이시다.
 청향당선생께서는 조카인 죽각이 어릴적 재주가 뛰어났음을 보고 직접 학문을 가르치며 훌륭한 인재로 양성하려고 애쓰셨다. 그래서 죽각선생에게는 청향당선생이 백부인 동시에 스승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죽각은 청향당선생으로 인해 훗일에 큰 학자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죽각선생의 행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52년 2월 13일 단성 배양리에서 태어났다. 6세에 글을 읽기 시작하여 10세에 백부인 청향당 이원에게서 소학을 배웠으며, 13세에 효경, 주역, 예기 등을 읽었다.

   22세에 청향당의 명으로 종형인 송당 이광곤과 함께 남명의 문하로 찾아가 배움을 청하였다. 나명은 죽각을 가르치면서 어느날 질문에 상세하고 명확하게 답변하고 오묘한 뜻을 천명하자, 이를 기뻐하며 "처음에는 자네가 노둔하다 여겼는데, 그 정밀함이 이 같은 경지에 이르렀을 줄 생각지도 못했구나" 라고 칭찬을 하였으며, 남명이 무척 아끼는 제자가 되었다.

  참봉 어응성의 따님을 부인으로 맞았는데, 친영하는 날 혼수품이 화려하기 그지 없는 것을 보고 부인에게 말하기를 "우리집안은 대대로 청빈하여 검약을 법도로 삼아 왔는데, 지금 이처럼 사치스럽고 호사스런 물건이 어찌 한미(寒微)한 선비의 집안에 어울리겠소?"라고하니, 부인이 그말을 듣고 몸소 음식을 만들어 남편의 뜻을 어기지 않았다. 이후에도 처가에서 부슬살이를 원한 적이 있었으나, 죽각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으니, 수신제가하며 자신을 구속함이 이와 같았다.

   연보에 의하면, 죽각은 32세에 "과거 공부는 사문(斯文)의 나머지 일이니, 반드시 이것을 힘쓸 필요는 없다. 오로지 자기를 지키고 도를 구하는 것으로 마음을 삼아『중용』과『대학』두책에 더욱 완미하고 탐색함을 더하여 강송을 그치지 않아야 한다"라 하고서 마침내 과거 공부를 그만 두었다.

   35세인 1568년 청향당과 함께 도산으로 가서 퇴계선생에게 배움을 청하였다. 외조인 강성군의 비각을 증수한 뒤 청향당이 직접 퇴계에게 가서 記기文문을 청하였는데, 죽각이 청향당을 모시고 갔다. 36세에 일신당 이천경과 함께 九四齋에서「성리대전」을 읽었고, 이듬에 영모당 鄭構와 함께 朱子學을 토론 하였다.

   39세인 1567년 단성에 죽림정사를 완성하였으며, '竹죽閣각老노人인"이라 自號하였는데 이는 평소 출처의 의를 마음속에 강마하여 확고히 보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이곳은 각재 하항, 덕계 오건 등 동문들의 회합장소가 되었다.

   41세에 백부이자 스승인 청향당이 별세하였고, 연이어 퇴계와 남명의 부음을 들었다. 48세에 여러 동문과 함께 남명을 위해 서원을 세웠고, 60세에는 청향당을 위해 신안서원을 건립하였다. 74세에는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도천서원을 중수하였고, 81세에는 首수題제로 추대되어 서원록을 다시 찬수하였으며, 84세에는 學記를 교정하였다.

   91세에 병으로 자리에 누웠는데, 외손인 겸제 하홍도에게 이르기를 옛날 남명선새께서는 문인들에게「의례」로써 상례를 치르도록 부탁하였다. "너희들도 마땅히 그것을 본받는 것이 옳을 것이다." 라 하고는 正정寢침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인근의 사람들이 외선조의 강성군(문익점)을 모신 도천서원에 청향당과 함께 배향하였다가 1788년 신안에 배산서원을 세워 봉안하였다. <편집자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