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와 오동나무

     
대진대학교 평가분석과장 공학박사 이봉규   
(죽각 1세손, 이청일 장남)   

   桐동千천年년老로恒항臟장曲곡

   梅매一일生생寒한不불賣매香향

   오동나무는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몇 년 전 벗들과 더불어 팔당댐 근처의 한 초당에 들렀을 때, 벽에 결려 있었던 그림에 적혀있던 하시의 절구다. 조선 중기 문인이던 상촌 신흠의 시이다.

   매화는 사군자 중 어뜸으로 불의에 결코 굴복하지 않는 선비의 강인한 기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 매화도 향기를 나누어 주는 경우가 있으니, 정성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그 향기를 듬뿍 내뿜어 준다고 한다.

   그 옛날 깊이를 알 수 없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추운 겨울날 깊은 손속 아름드리 ㅐ화나무 아래에 모여 들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없이 매화나무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깊은 삼매에 빠져들었다.

   한 식경이나 두 식경이 넘게 지난 후에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말없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 노래들의 제목은 '觀관梅매香향'이었다고 한다. 아직 꽃몽오리도 생기지 않앗는데, 매화의 향기를 보고 그 느낌을 춤을 추면서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봉황은 천년에 한번 세상에 나타난다고 한다.
   한번 날개 짓하면 만리를 날고,
   지쳐 쓰러져 죽을지언정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를 않고,
   굶어 죽을 지언정 竹죽實실이 나니면 먹지를 않는 다고 한다.
   그날 밤 초당은 이렇게 매화와 오동의 향기로 가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