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후 산행일기
죽각12세손 李炳奎
부산 해운대에 600여m 높이의 장산이 있다. 이 기슭에 살고 있는 같은 나이 또래(70세전후)인 주로 전직직장 동료들 7~8명이 매주 수요일 산행을 하기로 하고 모였다가 오후 1~2시경 하산하여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
2002년부터 시작하여 6년째지만, 이 산에 2,000회 이상을 오르내린 吉同舞라 호를 가진 회원의 산길 안내로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장산뿐 아니라 수영, 남구 쪽 황령산, 어린이 대공원의 백양산, 금정산 같은 근교는 물론, 경주 남산도 가고 경북 청도, 밀양, 창녕, 의령, 진해, 강원도 강릉까지 원거리 나들이도 가끔씩 하고 있다.
취미생활이 비슷한데도 많고 대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늘 자기보가 회원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생각들이 같아 은연중에 전회원의 듯이 모아진다. 그래서 그 정이 서로간의 따뜻한 가슴속을 메우고 있으며 건강관리도 겸해서 항상 그 날(수요일)이 오기를 기다려진다. 그리하여 항상 만나면 즐겁고, 서로 간 허물없이 농담도 터놓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산행에서의 걷는 즐거움도 있지만 각자 나름대로 겪고 살아가는 교훈적인 애기에서부터 고나심을 가지는 빅뉴스, 시국이야기 등,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한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당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영도를 탐내는 일본인 특유의 근성이 배어 잇는 만큼 먼 훗날 독도를 구실로 전쟁을 일으켜 침략하려고 노리는 저의가 틀림없으니 우리 후손들에게 국력을 키워서 과거일제에 압박받던 과오를 다사 당해서는 안되겠다는 얘기, 불법폭력 촛불시위에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회의원이 동참하는 등의 한국의 빗나간 민주주의 실상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그리고 모든 잘못의 원인은 상대방에게 있고 내가 하느 모든 일은 옳다는 식의 정치인에 대한 성토도 이어진다. 뿐만아니라, 어디에 맛있는 먹거리가 있으니 한번 가보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중국이나 원거리 지중해 여행도 같이 해 본 적도 잇다. 앞으로 국내의 축제가 열리는 곳에 가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외에 건강은 자신이 챙겨야 한다는 말이나 노인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노욕을 버리기 위하여 자주 지갑을 열어야 한다고도 한다. 마음 수련을 위하여 명상 시간을 자주 가지자는 것과 어떤 병에는 어떤 약이 좋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심지어는 나는 맛 좋은 것을 몰래 2층 방에 숨겨두었다가 혼자 살짝 먹고 내려온다는 이도 있다. 가족에게 충분한 경제권을 양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나는 집 일정한 통속에 항상 돈을 넣어두고 가족(주인)보고 언제든지 얼마든지 쓰고 싶을 때 필요한 만큼 쓰라고 한다고 해서 알고보니 저금통에 동전 넣어 모으는 일로 한바탕 웃고는 했다. 상호간에 이런 저런 농담이 오고 가다보면 "인생을 그렇게 살지 말란 말이야"라는 말이 몇 번 나온다.
그럼, 나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나 곰곰 생각해보니 우리집은 五無家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가정 필수품인 자동차, 컴퓨터, 에어콘, 침대, 카메라가 없으니 말이다. 때문에 이웃 동료의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지만 평편이 곤란하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처음엔 구입했다가 오히려 귀찮아서 처분했기 때문이다. 있는 것보다 없는 편이 오히려 편리하다는 이유까지는 다 밝히지 않더라도 한마디로 생긴 대로 살고 싶어서이다.
어덯게 사는 것이 생긴대로 잘 사는 것인지 동료 한 사람은 거의 빠짐없이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금쪽깥은 좋은 글(좌우명, 수칙, 명언 등)을 모아서 정리해 가지고 인터넷으로 뽑아1~2장 나누어 준다. 나도 이 글이 좋아 다시 복사하여 길동무가 퍼온 글이라고 또 다른 모임에서 나누어 주면 회원들의 반응이 좋다.
세상 이치 따라 가식이나 꾸밈이 없이 편한 마음으로 모자라는 능력 탓 하지 말고,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가 훨씬 좋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생긴대로 살고 싶다.(전동래경찰서 경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