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사상 초월한 큰 스승으로
추앙받는 성철 大宗師

 불교작가 尹靑光씨는 「성철스님을 생각하며」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993년 4월 아침 7시 30분, 세속 나이 82세로 59년간에 걸친 길고 긴 수행을 마치고 영원한 열반의 세계로 떠난 性徹스님.

   스님은 1912년 4월 10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에서 태어났는데 이 마을 이름이「默谷里」인 것은 우연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성철스님은 장장 59년의 수행을 하는 동안 설법을 하는 극히 짧은 시간 이외에는 언제나 默言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철스님이 젊었을 때부터 얻은 별명은「默言수좌」였다.

   1935년 월, 해인사에서 河東山스님을 은사로 출가득도하여 밥 대신 솔잎과 쌀가루로 무염식(소금없는 음식)을 해 오면서 8년 동안 이나 등을 방바닥에 대지 않는 長座不臥의 처절한 수행을 통해 다른 수행자들로부터「지독한 스님」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가야산, 파계사 성전암 등에서 수행할 적에는 철조망을 겹겹이 쳐놓고 자신도 문밖으로 나오지 않고 다른 사람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채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견디기도 했다.

   출가하기 전, 서당에서 한문 공부를 하여 자치통감을 배웠다. 학교 학력은 크게 없었지만, 출가 이후 독학으로 영어, 독일어, 불어, 중국어 일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했고, 만년까지도 TIME잡지를 정기 구독하여 탐독했는가 하면, 물리학, 심리학, 심지어는 정치, 경제, 사회학까지도 섭렵한 독서광이었으니 구도자의 자세가 얼마나 철저했던가를 집작할 수 있다.

   1967년 해인사로 돌아와 당신이 출가득도한 인연깊은 백련암에 머물기 시작했는데, 해인사 방장, 조계종 종정의 자리에 오르자 性徹스님을 뵙고자 수많은 승려, 신도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스님은 승속간을 불문하고 3천배를 해야만 접견을 허락했고, 한국불교의 최고의 지도자인 종정이면서도 단 한번도 공식행사에 얼굴을 내민 일이 없었다.「山僧이 山을 떠날 수 없다」는 게 이유의 전부였다 그리고 3천배를 하고 스님을 만나뵈려는 신도와 승려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3천배를 하라는 것은 남을 위해서 절을 하라는 거야. 세상 만물이 다 부처님이요, 세상만사가 다 불공이니 굳이 나를 찾아올 거 없어.」하셨다.

대통령도 장관도, 돈 많은 재벌도, 천배의 절멱에 막혀 만나볼 수 없었던 性徹스님. 그러나 스님은 어린아이들을 어찌나 좋아하셨던지 백련암 마당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리면 스스로 방문을 열고 나와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가야산 중턱에 붉게 물든 단풍이 한 잎 두잎 떨어지고 있는 때에 큰수님께서는 말없이 훌쩍 떠나셨다. 기실 것을 미리 예견이라도 하였듯이 큰 스님의 주변은 요 며칠 동안 무척이나 분주했다.

   93년 9월 21일에는 10년에 걸쳐서 번역한 禪林古鏡叢書 37권의 완간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이것은 큰스님께서 평소에 주장하시던 頓悟敦修사상을 널리 유포하기 위하여 이것과 부합되는 禪書들을 몸소 선정하고 감수하여 주신 것이다. 이들은 禪林寶典을 비롯하여 信心銘, 證道歌, 馬祖碌, 趙州錄 등 가장 난해하다고 하는 불교의 고전들이며, 이러한 작업은 한글판 속장경의 출판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10월 7일부터는 가야산 해인사가 개산된 이래 1천 4백여 년만에 처음으로 국제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것도 역시 큰 스님께서 평소에 주장하시던 돈오돈수사상에 관한 학문적인 정리작업이었다.

   그때의 주제는 -禪宗史에서 頓悟頓修思想의 위상과 의미- 라는 것이었다.

   이때 세계적인 석학자이며 국제 선학연구 소장인 일본의 야다기다세이쟌 교수가 와서 큰스님의 돈오돈수에 대한 문학적인 근거를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알려진 금강삼매경에서 찾아야 된다고 했다.

  또한 일본교수는 祖堂集이 있고, 팔만대장경이 있으며, 참다운 수행자가 있는 이곳 가야산에서 자신의 학문을 불태워 버리는 다비식을 거행하고 싶다고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의 다비가 있기도 전에 큰스님께서 먼저 가셨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11월 3일에는 책의 해를 맞이하여 고려대장경이 해인사에 봉안된 이후 6백년만에 처음으로 서울 나들이를 시킨 이튿날 큰스님께서는 사바의 옷을 벗으시고 圓원寂적에 드셨으니 세수는 81이요, 법랍은 57이시다.(중략)

  스님의 일생은 인간적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참회와 자각인 영원한 진리를 위하여 산 것이다. 스님께서는 1912년 4월 10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에서 출생하여 일제하의 젊은 시절을 사상적인 방황기로 보내다 信신心심銘명과 證道歌를 읽고 마음의 눈이 열렸다. 그런후 바로 집 인근에 있는 지리산 大源寺에 찾아갔다고 한다. 이때가 1935년 스님의 나이 23세였다.

  큰스님은 1936년 출가 이후 열반에 드실 때까지 산문을 나가지 않는 동구불출과 1944년에는 문경 대승사에서 8년 동안 눕거나 기개지 않는 장좌불와와 말하지 않는 묵언수행을 하는 신화적인 일화를 낳았다. 또한 1955년에는 대구 파계사 성전암에서 10년 동안 철조망을 치고 용맹정진을 하였으며, 1966년부터 해인산 백련암에서만 머물렀다. 1981년에는 종정으로 추대되었건만 취임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은 철저한 가야산 호랑이었다.(중략)

   또한 자신의 의식주에 관한 생활신조가 있었는데, 그것은「최저의 생활에서 최고의 노력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 실천방안으로 첫째는 도를 닦으려면 먼저 가난부터 배워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겨울에는 광목 옷, 여름에는 삼베 옷 한벌로 깁고 기운 누더기였으며 겨우 몸만 가리는 의복이었다.

   둘째는 음식은 적게먹고 맛있는 것은 먹지 않고, 깨소금 고춧가루 및 간이나 소금을 넣지 않은 無무鹽염食식만 드셨다.

   셋째는 화려한 곳에서 살지 않는 것이다. 즉 큰 사찰이나 단청한 곳에서 살지 않으며 주거하는 방은 3평 남짓한 곳에서 수십년을 사셨다. 이러한 생활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적은 것으로 만족하게 생각하고 살아라」고 하는 少소欲욕知지足족의 생활을 실천하였으며, 청저한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인간적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진리만을 찾아 나선 이시대에 보기드문 구도자였다. 많은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한번씩 내린 법어는 인간에 회자되었고, 목마른 나그네에게 가야산 감로수와도 같았다. 특히 1980년대의 한국 불교는 10.27 법난을 만나 만신창이가 되어 회생이 불가능하던 때 큰 스님의 다 헤어진 가사 자락은 전 불교도를 감싸주었고 새로운 기력을 찾게 하였다.

   큰스님께서는 생사를 초월하여 누더기를 벗어던지듯 영원한 열반의 세계로 가셨지만,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우리 중생들은 누구를 사표로 삼아야 할 것이며 해마다 내리시는 시원한 감로의 법문은 이제 영원히 만나 뵐 수 없음을 어찌 안타까워 하지 않으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