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韓國儒敎史에서의 孔子敎運動

  西洋의 압력이 높아지고 日本의 武力 앞에 門戶를 開放하면서 19세게 後半의 조선사회에서는 朱子學에 기반을 둔 道學派의 衛正斥邪論이 고조되어 排他的 正統意識으로 충만하였다. 이처럼 外勢의 압력 속에서 전통유교의 자기 방어적 보수성이 강화되는 반면에, 유교의 범위 안에서 진취적 개방성을 추구해 왔던 實學派는 쇠퇴하고 오히려 유교전통의 범위를 벗어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개방을 주장하는 開化派가 대두하고 있었다.

  조선사회는 자신의 전통체제 속에 누적된 모숨을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고 外勢의 강압으로 붕괴하게 되자, 道學派의 守舊論도 통치이념으로서의 지위를 상실 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개혁과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억임을 받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곧 甲午更張(1894)을 계기로 서양근대질서를 지향하는 사회제도의 개혁에 따라 衣服과 頭髮의 형태까지 바꾸도록 강요하는 變服令과 斷髮令이 내려지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日帝침략과 조선왕조의 멸망을 前後하여 유교전통의 儒林은 義兵으로 抗戰하기도 하고 서양식 근대제도를 거부하면서 강인하게 舊制度를 固守해 갔다. 그러나 유교질서는 시대변화의 大勢에 疏外되어 서서히 몰락해 가는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이처럼 유교전통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기독교세력은 새로운 근대적 질서에 부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급격히 팽창해 갔다. 서양식 근대교육제도가 일반화 되고 보수적 유림들의 교육제도가 합법적으로 승인받지 못하면서 유교의 붕괴는 결정적으로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小數의 儒學者들은 쇠망해 가는 유교를 재건립하기 위해서는 근대적 체제 속에서 유교를 재구성하여야 할 것으로 인식하였다. 여기에 유교의 근대적 개혁을 추구하는 몇 가지 시도의 類型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첫째는 1909년 9월 창건된<大同敎 >에서 볼 수 있다. 朴殷植 張志淵P 의해 조직된 大同敎는 李完用 申箕善등이 1908년 1월 <大同學會>를 조직하여 儒敎확장을 구실로 儒林을 親日化하려는 의도에 대항하여 愛國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2)

 이때 大同學會는 1909년 10월 <孔子敎>로 개칭하였다. 이 親日 <大同學會>나 <孔子敎>는 본래의 목적이 儒敎改革에 있지 않았고 동시에 유교전통의 계승을 추구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大同敎>는 朴殷植에 의해 儒敎改革思想으로 뒷받침 되고 있는 것이다. 朴殷植은 「宗敎說」에서 종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교가 정당하고 진실한 종교임을 지적하였다.3) 그는 또한 「儒敎求新論」에서도 백성을 중심으로 하고 능동적으로 전파하며 간결한 실천교리를 밝혀야 한다는 적극적 개혁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朴殷植의 입장은 양명학을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면서 그가 大同思想을 강조하는 점에서도 康有爲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4)

 두 번째 양상으로서 道學派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중국에서 성립된<孔子會>에 가담한 李承熙의 활동을 들어본 수 있다. 李承熙는 철저한 性理學의 기초위에서 滿洲에 亡命생활을 하면서 1913년 北京孔子會의 支會로서 <東三省韓人孔敎會>를 설립하였다. 당시 中國의 孔敎會가 개혁주의자인 康有爲의 영향 속에 성립되었지만 保守的 儒學者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었던 만큼 李承熙도 康有爲의 개혁론과 직접적 연결이 없이 孔敎會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李承熙는 「孔敎敎科論」「孔敎進行論」「聖祀冠服說」등을 지어 孔敎會雜誌에 발표하기도 하여 능동적으로 孔敎會의 체계화를 모색하였다. 그의 孔敎會활동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전통유교의 보수적 폐쇄화를 극복하고 道學의 유교전통을 적극적으로 재조직하며 활성화하는 성격을 지닌 것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양상으로 중국 曲阜의 孔敎會와 연결 속에 1923년 培山書堂을 건립하고 국내에서 康有爲의 이념에 따른 孔子敎운동을 전개한 이병헌의 활동을 들어볼 수 있다. 朴殷植의 大同敎활동에서도 康有爲의 사상적 영향이 개재된 것이 사실이고, 만주에서 李承熙의 韓人孔敎會도 간접으로나마 康有爲의 孔子敎운동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확고하게 직접적으로 康有爲의 康有爲의 영향을 받은 경우는 李炳憲에서 드러난다. 李炳憲은 康有爲 유교개혁론적 이론체계를 전반적으로 받아들여 經學上 의 今文學 내지 公羊學의 섭취와 社會思想으로서 大同思想의 인식을 통해 자신의 유교개혁이론을 체계화한「儒敎復元論」(1919)을 저술하였다. 그가 曲阜의 衍聖公府로부터 孔敎會支部 승인을 받아 培山書堂을 건립한 것도 制度와 儀禮에 있어서 康有爲의 孔子敎운동을 구현하고 있는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양상의 유교개혁 내지 유교재구성운동은 유교의 조직화와 근대적 재건립이라는 의미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며 또한 종교단체로서의 성격도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깊은 것이다. 여기서 康有爲에 의해 19세기 말엽부터 20세기 초엽사이에 일어난 孔子敎운동과 관련해서 본다면 李承熙의 東三省 韓人孔敎會 李炳憲의 培山書堂은 중국 孔敎會와 연결된 組織이라는 점에서 공통성을 지니면서도 李承熙의 道學的 배경과 李炳憲의 公羊學(今文學)的 배경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本 論考에서는 李炳憲과 李承熙를 중심으로 그 孔子敎 운동5)의 이념과 방법을 검토하고자 한다.

2)愼鏞廈, 朴殷植의 社會思想硏究, 서울대출판부, 1982, pp.201~206참조

3)朴殷植全書 中 1975. P.415 檀國大出版部「夫極天下之大中, 盡天下之正理, 孰有尙於夫子之敎哉」

4)愼鏞廈, 前揭書, pp.185~207참조

5)여기서 孔子敎운동은 1909년<大東學會)를 개칭한 <孔子敎>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康有爲를 중심으로 하는 孔子敎운동이나 중국 孔敎會와 연관하여 이해할 수 있다. 또한 親日團體로서의 <大東學會>내지 <孔子敎>를 앞서 열거한 세 가지 유교개혁운동의 양상에서도 제거한 이유는 민족사의 정통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병렬하는데 문제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