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溪先生寄淸香堂先生手柬(十三錄五取其有闕於南冥先生者)

千里遙程僧來致書曾是不意開緘細讀宛接風範幸荷之至慰釋無比如滉僻陋無似長臥漳濱形神彫悴志業鹵莽仰吉難追處今多愧常糞親舊之中有能痛惠規警庶幾有益而來書之言引重揄揚擬非其倫使人羞縮汗下不敢承當如公不是斯人者何故如此耶就中所云陶山記者偶於病中詩出戱語消遣愁寂而巳不意子姪背私相傳示致誤播出其爲有識嗤點何可勝言耶今公不以浮淺誚責乃反欲云云何也尤所未安然來紙不可空還欲書古詩以呈適値姪女之喪悲慘病添未暇把筆使來僧空手而返愧負愧負徐當一就附宜寧人送納照諒幸甚幸甚但唐紙有漬痕者似不可用而記跋之作又恐非病拙所能辨耳且來詩亦當效瀕而悲冗未果缺恨難喩亦竢後日讀此逋慢是計虬卵嘉貺拜領珍感珍感蠟藥小封安息香十六枚小見微意惟笑領如何餘祝以時加重不宣南冥高隱想神相淸福莫由際接但增馳慕甲子暮春十三日
兩地聲聞不接豈勝悠悠僕凡百依前就中前來紙幅書巳久置無便未卽送且其中六幅漬汚不堪着筆亦可恨也竊瞷示意其於屛紙欲得滉陶山諸詩僕往年偶於閒中戱爲五七言節句聊以自遣其懷不意播拙於遠邇巳甚愧汗今豈可自寫屛障之間哉吾雖欲苟徇公命奈人笑罵何故只寫古人詩呈上勿以爲誚其所云自叙傳其中亦有言及賤名而若有推借之意如此而滉自寫之何以示人乎玆故亦未依喩愧負多端南冥一絶及盛請三絶次韻別紙奉呈笑領兼示南冥翁如何惟照亮甲子六月初旬不意寄札傳自養陽兼得惠詩三絶俱悉近況佳勝遙深欣慰欣慰又知夢遇異人得授嘉論此必由平日好奇尙異之心發於寤寐之間而然恐不須遽自矜負要當思有以稱其號者益務鞱養爲佳耳九思齋命名之意亦謹聞之謬囑記文及示詩等皆當奉和且作只緣去冬雪寒異甚苦纏寒疾至今未蘇憊臥呻吟神思彫耗未暇搆思愧負奈何奈何聞南冥經由相欵不知有何奇論耶言不盡意惟珍琉苾萬萬不一勤拜復乙丑
千里僧來奉閱辱翰承知起處淸茂豁此縣欝幸荷幸荷去春果有南行計竟至蹉跎重尋舊遊非所望遂致種種狼狽以至今日病益深而人之疑謗不息不知何以結末令人憂惧奈何南冥亦値禮羅所被然處之己得宜可羨(下略)丙寅閏小春十一日
去春得見惠問及兩絶句久未酬報卽今歲換履候相益淸茂滉一墜塵網欲脫愈嬰病過三冬俯仰慚懼世必有高人臥雲下視而嗤笑不意七十之年百病殘身復見此事也桃花春漲當掛歸帆第以抽身之不易爲盧南冥必己還德山矣近日經席又有請召致者賴復有知南冥心事者方便論白故得停爲南冥深賀己巳正月十八

  퇴계 선생이 청향당 선생에게 부치는 편지 십삼수 중에 다섯을 기록하니 남명 선생에게 관계된 것만 취하였다.

천리나 먼길에 중이 와서 을을 전하니 뜻밖에 일이라 봉투를 떼어 자세히 읽어보니 완연히 얼굴을 대한 듯 하니 다행하고 위로됨이 비할데 없나이다. 황(滉)은 궁벽하고 좁은 것이 비유할데 없어 길이 장빈(漳濱)12)에 병들어 누어서 얼굴과 정신이 마르고 야위고 뜻과 사업이 거칠어서 예전을 처다 보아도 따라가기 어렵고 지금에 처해도 부끄러움이 많아 친구들 중에서 경계를 많이 주면 거의 유익할 것을 바랐더니 보낸 편지의 말이 칭찬이 많아서 그 유에 지나쳐서 사람으로 하여금 부끄럽고 위축되어 땀이 흘러 감히 감당하지 못하니 공과 같은 이는 서람을 속이지 않는 자이어늘 무슨 연고로 이와 같이 하는 것인고 말한바 도산기문은 우연히 병중에 희롱하는 말을 적어서 근심과 적막함을 보낼뿐이더니 뜻밖에 자질(子姪)들이 사사로 전시하여 그르처서 뿌려내니 유식자의 치소됨을 어찌다 말하리요. 지금 공이 부천함을 책망하지 아니하고 도리혀 칭찬함은 어쩐일인고 이것이 더욱 미안한 일입니다. 그러나 보낸 종이를 그대로 돌려 보내지 못하여 고시(古詩)를 써서 아뢰고져 하였드니 마침 질녀(姪女)의 상사를 당하여 비참함이 병을 더하여 붓을 잡지 못하고 중으로 하여금 빈손으로 돌려 보내니 매우 부끄럽나이다. 천천히 의령 사람에게 부쳐서 보낼 것이니 알아 주시면 감사하겠나이다. 다만 정지가 물이 묻은 흔적이 있어서 쓰지 못하겠고 기분과 발문의 저작이 병들고 옹절 한자의 능히하지 못하겠나이다. 또 보내주신 시를 마땅히 차운(效嚬)22)을 해야 하겠는데 슬프고 바빠서 하지 못하오니 한탄됨을 말할 수 없는지라 또 후일을 기다려 이같은 허물을 속하겠나이다. 구릉이 알을 주신것을 절하고 받으니 보내 같이 감사합니다. 벌약 한봉과 안식향(安息香)십육매를 보내오니 웃고 받음이 어떠하겠소 남은 말은 때로 써 보중하심을 축원하옵고 불선합니다. 남명의 높은 은사는 생각컨대 정신과 얼굴이 맑고 복받을 곳이나 만나지 못하니 다만 달리는 생각만 더할뿐입니다. 갑지년 모춘 십삽일.

21)장빈(漳濱)은 장수 물가이니 예전에 당나라 유정(劉楨)이 병들어 장빈에 누었음.
22)효빈(效瀕)은 예전 월나라 서시(西施)가 가슴이 아파서 매양 얼굴을 찡그리니 이웃에 못난 여자가 그것을 좋은 것이다 하여 본을 받았다는데 이후 남의 것을 흉내내는 것을 효빈이라 한다.

두 곳에 소문을 듣지 못하니 유유한 생각을 어찌 익히리요 복1)은 범백이 그 전과 같나이다. 전자에 보내주신 종이는 글을 써서 둔지가 오래 되었으되 인편이 없어서 보내지 목하옵고 그중 육폭은 물묻은 것이 더러워서 뭇을 대지 못하게으니 또한 한이 되나이다. 가만히 보오니 보내신 뜻이 병풍서는 황(滉)의 도산시(陶山詩)를 얻고저 하는데 복이 거년에 한가한 가운데 우연히 오칠언(五七言) 절구를 지어서 스스로 그 뜻을 보내고져 하였드니 뜻밖에 원근에 전파되어 이미 부끄러움이 심한지라 지금 어찌 병풍에 쓰리요. 나는 비록 공의 명령을 쫏고저 하되 타인들이 비웃고 꾸짖는데 어찌 하리요. 그런고로 다만 고인의 시만 써서 드리니 나무라지 마옵소서 그 자서전은 그 가운데 또 나의 천한 이름을 써서 추존한 뜻이 있으니 황이 스스로 쓰면 어찌 사람 보이리요. 이러므로 또한 명령대로 못하오니 부끄러움이 많나이다. 남명시 일절과 공의 시 삼절은 차운하여 별지에 보내오니 웃고 받으시고 겸하여 남명옹에게 보이는 것이 어떠하오.  살피소서 갑자년 유월 초순

1)복(僕)은 퇴계 자신을 낮추어 이름

뜻밖에 편지가 양양(壤陽)으로부터 전해오고 겸하여 공의 시 삼절을 얻어 근항(近況)이 좋음을 살피오니 멀리서 기쁘고 위로 됩니다. 또 꿈에 이인(異人)을 난나 아름다운 의논을 얻었다 하니 이것이 명일에 기이한 것을 숭상하든 마음이 잠자고 일어나는 사이에 발하여 그러한 것이니 문득 스스로 자랑하고 믿어하지 말고 마땅히 그 이름에 맞을 자를 생각하여 숨겨 기룸을 더욱 힘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구사제(九思齋)명명의 뜻은 삼가 듣거니와 기문을 부탁하는 것과 시를 청하는 것은 모두 봉답하여 짖고저하나 다만 거년 겨울에 눈 추위가 별달리 유심하여 한질(寒疾)이 걸려서 지금까지 누어서 낫지 아니하니 정신이 소모되어 생각할 여가가 없어서 부탁을 저바리니 부끄럽습니다. 들으니 남명이 서로 찾아서 관곡한다 하니 어떠한 기이한 의논이있는 있고 말로 뜻을 다 못하오니 보배같이 조심하소서. 낱낱이 못하옵고 삼가 천리에 중이와서 편지를 봉열하여 기거가 편안하심을 알아서 답답하든 마음을 통하니 다행하나이다. 거년 봄에 과연 남행(南行)할 생각을 두었드니 마침내 옛 친구를 찾지 못하니 나의 소망이 아니며 따라서 종종 낭패를 이루었고 오늘에와서 병이 더욱 깊어서 사람의 혜방이 시지 아니하니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지 몰라하니 집사람이 근심하고 두려워 하는바라 어찌하리요. 남명이 또한 예라(禮羅)1)를 만났으되 처신이 마땅함을 얻었으니 부러워 합니다. 병인년 윤소춘(閏小春)2) 십일일

1)예라(禮羅)는 인군이 폐백의 예로써 불러가는 것을 말함
2)윤소춘(閏小春)은 윤 시월(十月)이나 시월은 순음(純陰)의 달이라(≡≡ ≡≡삼절)성인이 양(陽)은 붇들고 음은 미워함으로 양의 달인 봄을 붙여 소춘(小春)이라 한 것임

거년 봄에 공의 편지와 및 두 절구 시를 받고 오래도록 수답도 못하고 지금 해가 바뀌고 봄이 돌아오니 생각하건데 더욱 건강할 것입니다. 황은 한번 티끌 그물에 떨어저서 벗어나고자 하되 더욱 절리고 병들어 삼동을 지나니 부앙간에 부끄럽고 두려우니 세상에 반드시 높은 사람이 있어 구름위에 누워서 내려다 보고 비웃을 것입니다. 뜻밖에 칠심지년에 백병에 쇠잔한 몸이 다시 이런일을 보았습니다. 복숭아 꽃에 물이 불으니 마땅히 돌아가는 돛대를 걸 것이나 추신(抽身)하기가 쉽지 아니하여 걱정입니다. 남명은 반드시 벌써 덕산(德山)에 돌아왔을 것입니다. 근일 경석1)에 또 불으기를 청하는자가 있더니 다시 남명의 심사를 아는자가 있어서 방편을 보아서 아뢰므로 정지하였으니 남명을 위하여 깊이 축하합니다. 기사년 정월 십팔일

1)경석(經席)은 대신이 인군을 모시고 경서를 강론하는 자리이니 혹은 경연이라고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