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溪先生贈淸香堂先生詩(十三錄六)

  次韻答友人(下方題曰右李君浩庚申)

  淸香堂裏舊知人 恠物天池尙臨濱 欲向陶山問心事 伐檀河上詠漣淪

按天池恠物之諭問心 伐檀之語何等鄭重何等期待 觀此則兩先生相與之情可見矣

  記

  我曾遊地聞君獨臥時 訪人驚鬼錄得句 寄漁磯共想年 顔改何磋鬢髮  稀珍投傀尙産報答只空詩

觀此則可知培山爲先生經遊之地矣

  南冥曺君楗仲淸香堂李君 君浩與余皆生於辛酉近 李君寄示南冥 一絶幷其詩三絶其言深有感於老懷次韻寄 李君兼示南冥(甲子六月)

三人初度有誰知先甲三年酉是期邈阻頭流與培養可無相憶遞傳詩頭白相知豈謂新詩來驚破一軒春自慚昏病年來甚却道深功艮背人同庚霜雪滿頭吹共歲今方百九奇安得孟韓俱變化雲龍相逐不相離莫恨光陰向老催雲山同是隔塵埃陶欣松竹爲三益杜狎鸕鷀詠百回

퇴계 선생이 청향당에서 준 시(詩) 십삼수에서 육수를 기록함

  차운 답우인 이군호 경신

  청향당 정사 안에 옛부터 알던사람

  천지속의 잠용이 아직까지 누워있네

  도산9)을 바라보고 심사를 물어보니

  벌단10)하는 하수 위에 맑은 물결 읊는고나

안찰컨대 천지 잠용의 비유와 문심 벌단의 말씀이 얼마나 정중하고 하등 기대한고 이것을 보면 두 선생의 지내는 정을 가히 보겠도다

  내가 일찍 놀던 땅은

  그대가 홀로 누웠을 때이로다.

  사람을 찾아서 귀신11)의 기록을 놀라고

  글귀를 얻어서 고기잡는 어계12)에 부치네

  다같이 알굴 빛이 변한 것을 생각하니

  어찌하여 머리틀이 빠진 것을 슬퍼하랴

  보배를 보낸 것은 남산13)을 누르는데

  빈 시만 보답하니 참으로 부끄럽네

이것을 보면 배산은 노선생의 경유한 것을 가히 알 것이다.

남명 조군 건중과 청향당 이군 군호가 나로 더부러 모두 신유년에 출생했다 근년에 이군이 남명시 일절과 자기시 삼절을 부처보내니 그 말이 나의 회포에 깊이 감상이 있어서 차운14)하여 이군에게 부치고 겸하여 남병에게 보인다 갑자 유월

  삼인의 초도15)를 누구가 알 것인고

  갑자 먼저 삼년에 신유년이 이것이네

  두류산과 배양리가 머리멀리 막혔으니

  서로가 생각함에 시보냄이 없을 손가

  늙도록 아는 친지 어찌설다 말하리요

  시가옴에 놀랍게도 한헌의 봄을 부수었네

  근년에 어지러운 병이 더욱이 심각하여

  간배사람16) 깊은 공을 말하기가 어렵구나.

  동경의 흰 서리가 머리가득 불러오니

  같은해 이제방금 백아홉이 기이하네

  어찌하면 맹교17)한유 다같이 병화하여

  구름용이 서로 닮고 떠나지 않이할고.

  세월이 늙은 사람 재촉함을 한탄말라

 구름 산이 모두 같이 티끝 세상 막았었네

  도연명18)은 송죽 좋아 세 벗을 삼았으며

  두자미19)는 노자20)친해 일백번 시 읊었네

  9)도산(陶山)은 퇴계가 거주하는 지명
10)벌단(伐檀)은 시전의 편명
11)귀록(鬼錄)은 죽은 사람의 명부
12)어계는 고기를 잡기 위하여 물가에 모아둔 돌무더기[知音과 같은 의미; 晉나라 兪伯牙(악성)와 鐘子期(어부)의 우정을 포시하는 것, 종자기의 고향을 의미한다]
13)남산(南産)은 값이 배나 비싼 쌍남금을 말한 것 같다
14)차운(次韻)은 주인이 지어놓은 원운의 운자를 맞추어 짓는 것을 말한다
15)초도(初度)는 환갑날을 말한다
16)간배인(艮背人)주역간괘의 효사에서 나온 말이니 벼슬하지 않고 근처 있는 사람이다
17)맹교(孟郊)와 한유(韓愈)우정이 깊은 한당 시인이다
18)도연명(陶淵明)호는 잠(潛) 동진의 시인이며 오류선생이라고도 한다. 귀거래사의 작자다.
19)두자미(杜子美)唐 詩聖 杜甫의 호
20)노자는 가마우지를 말한다. 친구에게 자기의 것을 주는 우정을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