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2017) 시향 소고

모닝콜이 울리기전에 일어나 주문해온 제수를 차에 싣고 여명을 기다린다. 12월 들어 꼼꼼하게 준비하는 아내의 정성이 예전보다 진지했다. 짓눈개비가 덮인 어두운 하늘은 여명을 잃었다. 전조등을 켜고 집을 나서자 찬비가 쏟아진다. 봉안당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거치지 않았다. 오늘은 제향귀진 안에서 향제를 치뤄야겠다고 아내가 말한다.

빗방울이 작아진 10시반 경에 부산 종수부자가 도착했다. 나에게 일을 못하게 하며 혼자 청소를 하던 아내가 기다린 둣 반긴다. 척추수술 직후라 일을 말렸던 아내의 표정이 밝아졌다. 제례준비를 잘하는 종수부자가 믿음직 하다. 얼마후 창원의 종수부부가 도착했고, 뒤이어 지난 10월에 작고한 부산 종열 사촌동생인 종윤부부가 헌납제수를 들고왔다.

열한시 무렵 종중재산을 탐하는 분탕꾼들이 구경꾼 처럼 인사도 없이 들어와 천막을 처마에 붙여 비를 피하도록 해야 한단다. 이들 중에 보지못한 50대 청년을 구정 종운이가 소개를 한다. 작년에는 작고한 정규 형님의 자제인 종영 종태 형제가 30년만에 와서 제부친의 업적을 묵살하고 갔다. 나는 울화통를 참으며 선영들의 염력이 계시면 당장 비를 걷워달라고 항심을 품었다.

뜻밖에 제례시간이 되자 비가 멋고 하늘이 열리며 햇볕이 내린다. 선영의 염력이 계심을 느낀 듯이 환호하며 밖으로 젯상을 옮겼다. 제향귀진이 왜국의 신사보다 더 나은 신이 감응하는 곳이라고 소리 쳤다. 제례를 선포하고 초혼을 시작하자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흥분되고 목메인 듯 높은 절규로 변한다. 선영들이 정직하지 못한 자손들을 원망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전율을 일으켰다.

내가 시향에 참가한 70년 만에 처음으로 제례상을 차려주는 부인들이 자진하여 선조의 영령에 잔을 올리고 재배를 하면서 정성껏 봉제를 모시겠다며 기도를 올리는 모습은 무디고 울분으로 가득한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풀어주었다. 창원의 종수부인과 부산 종윤 부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역대 70년을 지속해 온 시향에 대왕문어 두 마리가 젯상에 처음 올려져 선영이 감응하여 하늘의 비구름을 걷우어준 향제는 처음있는 일이라고 나는 기뻐했다. 아내가 오늘 처럼 수고한 보람을 기쁘고 행복하게 느껴본 시향이 30년만에 처음이라며, 정성을 다해 향제를 차려준 두 질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2017. 12. 12.

합천이씨정언공파종중대표

회장 진 원 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