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노동운동과 25년전의 영국

합리적 이성으로의 노동운동

우리의 노동운동과 25년 전의 영국

   피를 말리는 가뭄에 눈물마저 말라버리게 했던 농심을 이번에는 국지적 폭우로 지옥의 도시로 만들어버린 관리국가의 인재속에서도 합리적 이성을 찾지못하는 기득권의 남용이 한말망국사관의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기득권싸움에 국민의 등 터지는 꼴을 보면서 25년 전의 일을 생각하며 우리국민의 노동운동의 힘만이라도 결집하여 관리국가의 사고를 바꿀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옛 이야기를 해보고싶다. 30년전 색 바랜 선원수첩을 보며 월 수당 25불로 외국적선에서 3년의 강제노역을 착취당하면서 까지 해기사 실습 기간을 마치고, 달러벌이를 했던 지난날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스친다.

   우리의 노조전임지도자들이 25년전의 타임머신을 타고 저들만 즐기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숨길 수가 없다.

   1975년쯤의 일이다. 세시간의 하역이면 끝날 수 있는 철재을 싣고 런던근교의 리버풀항에 입항했었다. pilot station에 정박한 채 이틀이 지나서 노조의 하역거부로 출항계획마저 알 수 없게 되었으니 런던 관광계획이나 세워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대리점의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빚에 쪼들린 영국이 관광수입까지 챙기기 위해 노조까지 합세하는 것이라고 오해도 했으나 실은 편의치적선에 대한 영국해운노조의 하역작업 거부운동 때문이었다.

   ITF란 영국해운노조가 중심이 되어 결성된 국제무역해운노조연맹으로 백인들이 개도국들의 해양진출을 저지하여 해양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의도로 결성한 백인노조행동조직이다.

   허울 좋은 그들의 이데올로기적 구호가 마치 공산주의의 평등과 같아서 이를 경계하여 우리선원들의 인식계몽에 부심한 때가 많았다. 두 번의 오일 쇼크에 의한 선진국의 경영수지를 위하여 선진해운국들은<자국적 국민만이 자국적 선박, 항공기의 승무원이 될 수 있다> 는 자국법을 피탈할 목적으로 값싸고 질 좋은 외국용역을 사용하기 위해 편의치적선을 경쟁하듯 도입했던 것이다. 지금의 global 시대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노동조합도 영국 캐나다 미국 일본을 거쳐 수입되어 ITF를 닮은 노조가 한국적 관료주의의 기득권까지 더해진 것도 상당수 건재하고 있다. 다만 대처수상과 같은 위인이 함께 수입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대처수상에게 쫓겨난 영국노조 분신이 12사도처럼 뿔뿔이 흩어져 영 연방국을 거쳐 전 세계에 전파되었고 밥술 좀 뜰만한 한국에도 뒤늦게 상륙하여 서툰 도둑 날 새는 줄 모르고 있다.

   영국노조전성기 때 처음 런던에 갔을 때 흰 손을 담그면 그 흰 손이 희색망사장갑을 낀 것 같이 검푸르게 변하던 그 테임스 강물이 요즈음은 퍼 마실 수 있을 만큼 맑아진 강에 낚싯대를 담근 강태공들의 웃음소리가 대영제국의 태양을 다시 뜨게 하고있다.

   영국의 자존심이며 국제보험금융업의 대부로 알려진 로이드회사를 망하게 할 뻔했던 것도 영국노조가 일조 한 사례가 바로 이것이다. 세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하역작업을 2주 동안이나 버티다가 다른 나라들의 운송방해에 대한 손해보상청구가 쇄도하자 하역순서를 바꾸어 리버풀 항을 그대로 떠나 선창의 위에 실린 영국화물을 먼저 들어내고 하역을 마치면 재 선적하는 운송작업을 일곱 번이나 되풀이하고 20여일이 지나 맨 나중에 영국으로 되돌아오니 그때는 2시간도 채 안되어 하역을 마치는 것이었다. 작은 화물수입을 위해 그 많은 하역임금과 화물손상보상금, 연체보상금도 모두 영국정부나 로이드가 변상할 몫이 된 것이다.

   영국을 떠나며 '삼대거지와 삼대부자가 없다'는 속담을 말하며 영국의 신사도를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면서 한달 월급을 송두리째 런던관광비용으로 날려 버렸던 화풀이를 Agent Manager한테 토로했던 일이 오늘 더욱 새롭다.

    진실한 가치구분을 못하는 기득권의 고수 때문에 이데올로기로 신봉했던 공산사회주의가 몰락했고, 더불어 자본주의 역시 가치전도의 기득권 고수 때문에 중남미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경제가 비틀리고, 유독 비틀린 중심에 한국의 정체가 있고 그 속에 우리의 노조가 있는 것 같다.

   노동운동의 정의가 무엇인지 아는 자들이 스스로 자각하여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행동으로 옮기는 최선의 방법과 그 수단은 오직 청렴한 이성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