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은 흘러야 한다


  한기를 풀어준 공중탕의 따뜻한 물이 고맙다.

  생각을 바꾸지 않고 멍청하게 세월을 좀먹다가는  머지않아 목욕을 못해 정신병자가 생겨나거나, 목욕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생겨날지도 모를 것이란 불안이 엄습한다.

 

  푸른 유리같이 맑은 얼음판 밑에 붕어 잉어 피리 송사리들이 노니는 겨울의 남강에서

  얼음썰매를 지치던 때가 불과 수 십 년 전.

  ‘겨울을 잃어버린 남강’이 된 것은 댐이 생긴 탓이다.

  댐은 우리게 준 것보다 빼앗아 간 것이 많을 뿐이다.

 

  인간의 동,정맥에 밸브를 붙여 피를 아낀다는 핑계로 신장의 기능을 말살한 것이다.

  선진국들은 본질과 원칙을 지키며 물을 아끼고 고루 나누어 쓰기 위하여 댐을 만들었다가, 자연이 나누어주는 형평성의 가치가 더 큰 것을 깨닫고, 댐을 철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본질은 접어 둔 채 땅값과 저들의 이윤추구에만 생각이 묻혀있는 정부의 수자원정책에 발상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생각을 새해의 선물로 드리는 것이다.

 

  명심하오, 땅 장사여, 감사할 지어다!

  남강 물은 흘러야 한다.

  흐르는 것이 강이며 역사는 강물이 쓰는 것.

  강물이 멎을 때 역사는 중단된다.

 

  댐을 부수기가 아까우면

  언제나 댐 문을 모두 열어두어라.

  바닥 문을 만들어 언제나 열어두어라!

  연어 와 은어가 지리산 계곡을 찾도록 해야 한다.

 

  동척회사같이 빼앗은 농민의 땅을 모두 되돌려주고,

  농민이 그들의 들판에서 일하고 강가에서 손발을 씻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 들길을 되돌려 주어라.

  강물은 흘러야 병든 땅을 살린다. 

 

  맑은 물을 모두에게 불평 없이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은 흐르는 강뿐이다.

  제 욕심만 가득한 놀부․봉이의 쪽박으로 어찌 강물을 나눌 손가?

  흐르는 강물만이 썩어버린 그들의 욕심을 씻을 수 있다.

  모든 댐의 문을 부셔버려라!

 

  부수기가 싫거든 모든 댐의 문을 열어 항상 열어두어라.

  고향을 찾은 연어와 은어가 되돌아가지 않는 남강이 되게 하라!

                                  <2000. 세모  평안동 이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