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 인식
 

개척정신으로 살아가는 서구의 시민의식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를

든다면, 신뢰성 있는 정보유통의 중요성에 대한 높은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그들과 더불어 지내온 20년 동안의 취업생활에서 확인한 나름대로의 확신이다. 선․후진국의 시민의식 차이는 그 나라의 학벌․교육․경제수준이 아니라 ‘우편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라는 극단적인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최상급의 정부로부터 최하급의 소시민의 계층까지 ‘우편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가늠해볼수록 선진국을 꿈꾸는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주인 없는 우편물들이 길가의 낙엽처럼 그렇게 많이 굴러다니고, 심지어 비를 맞거나 빗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도 이를 줍는 이가 한사람도 없었다. 물론 내가 주어가니까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선진국의 어느 항구에서 하역을 하던 인부가 파도에 떠밀려 나가는 우편물을 발견하고 높은 갑판에서 파도 속으로 뛰어내리는 바람에 자살을 하는 줄 알고 모두를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아름다우리 만치 천진한 노란 머리와 파란 눈의 인부가 훔뻑 젖은 채로 들고 나온 편지는 한국선원이 읽고 버린 항공우편이었다.

 

  외항정박시 절대적 통제를 받는 gangway 하강도 mail!이라는 고함소리에는 통제를 잃을 정도로 반가워하는 그들이다. 심지어 해적들이 이러한 사실을 악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법적으로 우편은 도달주의를 표방하고 사적자치나 권리의무를 유보하는 중요한 정보의 송달은 제한의 마감일 10일 이전에 등기나 배달증명 등 확인송달을 하는 것을 통상적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에 대한 정보전달의 경우는 이를 지키지 못하고있는 것이 현실이며 길가의 낙엽처럼 번지 내에 버리게 하고서도 수신자의 입증책임으로 돌리는 한심한 행정처리를 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후진국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다. 이로 인한 국가와 소시민간의 다툼이 발생할 경우 조작능력이 무궁한 국가의 권력에 소시민이 이를 입증하여 진실을 주장하기란 차라리 자살하기보다 어려울지도 모를 형국이다.

 

  국가권력이 최하위의 우편집배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서글픈 결과를 선진국에서는 눈을 닦고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일선의 우체국에서도 경영합리화를 위하여 배달인원을 우편물량에 비례하여 집배원만 무작정 증원하지 못할 것이다. 부족한 인원만큼 신속 정확한 송달을 위하여 정기․부정기 우편물과 기간 및 지역을 단위별로 블록화 또는 자동화하여 효율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우정환경을 국가의 행정부처간 서로이해하고 협조함으로써 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는 행정을 집행한다면 이것이 곧 합리적 국가경영의 컨소시움이나, 아웃소싱 역할을 하게되고 궁극적으로 국가재정의 효율적 운용이 될 수가 있을 뿐 아니라 국민에게 고도의 봉사를 하는 정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의 내부부처간의 계층적 차별이 아직도 건재한 상태에서 我田引水의 자기합리화를 일탈하지 못하는 현행정체제로 전자정부를 이루기가 힘들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국민들도 선진시민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우편물을 무엇보다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가짐, 즉 정보유통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단초가 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이러한 자각은 누구보다도 우리를 위해 봉사하는 집배원들의 자긍심을 존경하는 계기도 될 것이며, 아울러 그들은 더 높고 귀한 의욕으로 시민의 정확한 눈과 발이 되어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