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우에게

2학년 김 금 석

 

   헤어진지 벌써 6개월, 어쩌면 긴 것도 같고 짧은 것도 같은 세월이었지만 나에게는 이 시일이 얼마나 뜻있게 쓰여졌는 자넨 모르겠지.

  생각하면 1년전, 우리가 향우라는 학교에 입학 시험을 보던날 가슴을 움켜지고 머리칼치켜 올리며 무난히 좁은 문을 돌파하지 않았는가. 부풀은  가슴을 안고 첫 수업에 들어가던 날, 자네와 난 나이찬 놈이 되었는지 어린친구에게 책상과 의자를 양보해 주지 않았나.

  줄도 그어지지 않앗던 선화지 위에다 글을 쓰고 있었지. 한참쓰고 닦고하니, 공책 용지는 분명히 찢어져 있지 않았던가. 이렇게 배워가면서 5개월 남짓 배우던 자네가 불타던 의욕 속에서 자네와 나는 3년이란 세월에다 앞으로의 설계를 다 짜 놓지 않았는가.

  물론  자네에게는 15개월이나 되는  시간도 굉장히 길고 몸서리 나도록 지루 했을 거야 그렇겠지? 바보같단 말이야. 그렇게 해서 자넨 밖으로 나갔었지. 그다음 나는 얼마나 쓸쓸했는지 몰라.

   하루의 고된 일을 마치고 19시에 나오기란 참 어려웠을 거야. 저녁밥도 먹지 않고 쪼르르 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한자라도 배우겠다고 나와서 2시간도 채 못해서 자네는 그대로 신문지 위에서 잠을 자지 않았는가.

  나는 자네의 머리를 쥐어 박으면서 일어나라고 했었지. 머리를 쥐어 박는 것은 자네도 별로 기쁘지는 않았을거야. 가끔 아팠겠지. 이렇게 배워가며 나가던 자네가 불과 31개월이란 세월을 못참아 그만 가 버렸지.

   이제 생각하면 또 들어오고 싶겠지. 이제 자네 같은 친구는 필요가 없단 말이야. "속담에 인간 말자"는 자네를 보고 그리했는지 몰라. 이제는 자네보다도 더 열성있는 친구가 내 옆에서 공부를 하고 있네.

   그야 부럽겠지. 벌써 자네가 간지도6개월이 지나 갔네. 벌써 자네 눈에는 학생 모집 광고가 보이겠지. 광고판 마다 붙어져 있는 그 모집 광고 그것을 본 자네는 틀림없이 고개가 숙으러 지겠지. 가슴이 쓰리고 아프며 왜 내가 그리 했는가의 참회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만 흘려 준다면 교실은 못올지언정, 창문 곁에서 배우게 해주지!

   이 바보 같고 어리석은 친구야, 그렇게도 추웠더냐 깨어진 유리창, 흔들리며 벽 내려치는 폭풍설에 저녁조차 굶은 그 몸이 얼마나 추웠겠는가! 얼어 터진 손가락으로 잡혀지지도 않는 연필을 쥐고 한 자 한 자 써 가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이제 봄이네. 진짜 봄이란 말이야. 꽃이 웃고 새들이 노래하는 봄이면서 우리를 위한 봄이었는지도 모르지. 그렇게도 내리치는 바람에 우리들은 싸워 이겼지만, 자네같은 친구는 그만 저 버리지 않았나.

   그것이 폭풍설과 우리의 대결이었는지도 몰라. 이제 신입생 모집하면 좋은 장소 골라 소풍이나 갈려네. 자네도 오고 싶겠지, 마음이 허락하는 한 친구들과 이야기해서 불러주겠네. 향우 첫돌마지 문집을 내면서 자네를 비판한 글을 많이 넣어서 미안해. 부디 회개하여 좋은 사람 되기를!

                                              1963.   9.        금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