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 안에서

2학년 김 영 준

 

  컴컴한 직장에서 일 하느니 보다 맑고 시원한 공기를 쏘이며 아무데나 가고 싶은 마음이다.
  어디를 가나? 에―라 모르겠다…….
  구례를 달리는 버스를 집어 탔다. 구례 화엄사로 갈 작정이었다.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어 밀치락 뒤치락 하며 경우 차장옆에까지 올라왔다. 누가 갖다 놓은 것인지 고기비린냄새가 코를 찌르며,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얼마를 달리니 바로 내 옆자리에 자리가 났다. 다리가 아파 정신이 나른한 것이 얼른 주저앉고 싶었지만 옆의 아주머니를 위해서 앉는 일은 그만 두기로 했다. 팔뚝도 굉장히 굵고, 몸집도 굵은 것이 나보다 훨씬 건강상태가 좋을 30세도 채 안되보이는 젊은 여자다. 저런 자리를 양보하다니 아무래도 마음내키는 일이다.

   한참 지난 뒤에도 자리가 그대로 비어 있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고 생각하여 앉으려는데, 옆에 있던 한 젊은이의 엉덩이가 엉큼 들어온다. 할 수 없다 생각하여 도로 서 있었다. 요즈음 많이 쓰이는 말로 정말 얌체다. 겨우 마련한 자리를 빼앗기던 것처럼 정말 분하다. '자식, 진작 앉을테지 남이 앉을라니 엉덩이를 갖다대' 하며 속으로 중얼 거렸다.

    버스는 조금 가다가 사람을 태우고 또 태우고 내리는 사람은 하나면 타는 사람은 둘이라도 과언아니다. "허, 이거 정말 시골사람 동태사다 서울가서 팔라다가 명태되 팔았다드니" 정말 어찌나 좁은지 기름을 짤 정도다.

   "자, 차장! 이제 사람 그만 태우고 가자!"여기 저기서 불평소리가 튀어 나왔다. 차안은 점점 소란해지고 커브를 돌때마다 크락선 소리와  차안의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것이 꾀 괴상하게 들린다. 더욱이 화개를 넘어서니 벌써 전라도라고 말하는 것을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얼마를 못가서 여차장과 손님과의 시비가 붙어 떠들고 있다. 때국이 기름처럼 쪼르르한 시피런 까운의 맘보바지나 걸쳐입고, 차체에 기대어서 냅다 씹어 뱉는 그런 차장들만 보아오던 나의 눈엔 꽤 멋있게 보였다고 생각되어, 여차장이 핏대를 올려가며 악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학급 자치회 같은 데서도 뜻이 만족하지 못하거나 발표력이 부족하면 쩔쩔 매고하는 나로선 지금 쉴새 없이 상대방을 향하여 마치 기관총 사격을 연상케 하리만치 맹공격을 퍼붓고 있는 여차장의 그 야무진 입술을 정신없이 바라보면서 감탄의 연발을 거듭할 뿐인 것이다.

   "아까 내가 뭐라고 그랬어요, 잔돈이 없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랬잖아요!" 뭐라구? 뒷자리에 앉은 채 실로 오래간 만에 대꾸해 보는 예쁜 아가씨다. 손에는 조그만 핸드백을 들고 차장을 흘겨 보는 것이었다. "흥! 제까짓 것들이 누굴…… 차장이라 얕보는 거야?" 뒤에 앉은 그 여자에게 들어라는 듯이 차장이 빼―액 고함을 지르자, 앞에 선 덩치 큰 여드럼 투성이의 청년이 쓰윽 손을 빼면서 이 전투에 참가했다.

  "야, 너  조금 가만히 있으라우."
  "흥, 차장은 말도 못하는 줄알아!"
  "이것 정말 가만있지 않고, 죽고 싶나?!"
  나는 그 말을 듣자 저 양반이 왜  저렇게 흥분하는가 이유를 몰랐다. 한 참 옥신각신 하더니 이제 좀 조용하여 정신을 차릴 정도였을까 한데, 맨 뒤 구석에 앉은 중년여인이 조그만 어린아이를 다리고 있으면서 "돈10원이 어디에 흘렀나" 하고 앉았다 섰다 야단 법석이다.

   사람들은 약간의 호기심을 느끼는 듯 했지만, 사건이 대단치 않을 것을 알고는 그만 조용해 졌다. 창밖을 내다보니 여기가 어데쯤 왔는가 몰랐다. 조금 가서 <토지>라고 차장이 고함지르는 소리에 여기가 <구례>라고 생각했다. 사실 <구례>의 지리를 모른다 해도 과언 아니다.

   버스는 화엄사로 가는 길초에 섰다. 나는 얼른 내렸다. 여기까지 오는 것이 너무나도 지루했다. 화엄사로 놀러오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 길가의 가로수는 푸른 잎들을 물고, 지나는 사람 사람 하나하나를 인사나 하는 것처럼 턱 버티고 서 있다.

   한참 걷다보니 하늘의 먹장 구름이 이쪽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공장 나올 때의 맑았던 하늘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금시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기에 발걸음을 더욱 빨리하여 주막집 있는데로 달려갔다.

  주막집 처마밑에 막 발을 디디기가 무섭게 등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조금 전만하여도 잠잠하던 구름이 갑자기 난폭하여졌다. 비는 거리의 사람은 물론, 논밭 가루수 할 것 없이 마구 갈기는 것이다.  꼼짝 못하게하는데 비가 꽤 괘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