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없는 교단에서
― 어느 學兄에게 ―

 

                                                                                                    교사   정  찬  갑

   S형! 정말 오랜만에 글 드립니다.
   삶에 지치다 보니, 게으른 것 보담 체념이 전부였다면 어처구니 없다고 하겠지요. 허나 힘없는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왼만큼 자리 하고픈 흐느낌이라도 있었으면, 하지만 그것은 시종 음울한 현재가 너무나 잔인 했다는 것입니다. 용기도 많았는데. 허지만 당신의 편지 받고 몇 번이나 힘에 겨운 마음이 솟았습니다.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지금의 너의 위치라는 것을――.

   몇 번이나 크나 큰 기쁨이요 창창한 북돋음이었습니다. 자학도 때론 얼마나 선약이 되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한 없이 어처구니 없다는 실소를 흘러보내지만――.

   S형! 희망의 꿈을 여기 고향에 묻고, 내일을 기다리며 참고 살겠습니다. 누군 행복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마는, 이것이 저에게 주어진 행복이라 스스로 다짐합니다. 참고 일하는 지금, 이 교사(校舍)없는 교단에서 찬 바람과 냉대의 태풍이 몰아와도, 그 초롱초롱한 어린 눈들을 대할 때마다 티없는 그들의 가슴에 선한 앞길 열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한 층 마음을 굳게 합니다.

  객지로 책가방을 둘러메고 창창한 희망속에서 화려한 미래에다 꿈을 두었던 허영이,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어리석었다는 것도 한 층 마음에 흐느낌을 줍니다. 언젠가는 이 자리에서 맑은 미소의 강열한 꿈이 실현될 그 날이 올 때까지 첩첩한 장애로 쉽지 않겠지만, 굴하지 않고 살겠습니다.

   S형! 군복을 입고 총을 멘 당신의 거을린 얼굴을 보고 십습니다.
   며칠전 뺑소니친 어린 학생을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교실없는 교단에서 망막의 감격이 숱하게 줄지어오는 순간순간이 꽤 지루하지 않습니다마는, 그래도 인내와 힘이 있는한 달려가면 그날 그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이상이 아닌 현실에 있는한 당신의 의지에 나의 식는 땀을 돋구어 의지하며 채찍질 주십시오. 창살도 없는 교실엔 매롱매롱 눈 뜬 어린 싹들이 이젠 제법 A·B·C로 장담을 합니다. 사람이 된다는 것이 난사중 난사지만, 선생도 어렵더군요. 

  이제 이 학생들이 커서 그들의 길을 갈 때, 난 마음 가득히 삶의 기쁨을 가질 것입니다. 아니 불행이 전부연던 그들에게 밝은 길 알게 한다는 것이, 사회의 냉대와 하늘 없는 그들의 현재를 벗어나는 길을 가게 할 때, 억겁의 년륜이 온 누리를 삽시간에 쓸어가도 기쁜맘으로 살겠오.

  S형! 쓰고보니 자만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허지만 자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군요. 다음 만날 때, 더 많은 얘기 들려주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그간 건강 하십시오.
   글 줄입니다.

                                                 1963년 9월

                                                  하동 친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