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의 맹세

 

향우학생회장 2년 김 동 명    

 

  차거운 삭풍이 양 귀를 에어갈 듯 발악 하던 밤, 텁수룩하게 해어진 작업복에 칼바람이 왼통 새어드는 떨어진 운동화를 신었다.
  굶주린 창자에선 개구리 밟히는 소리가 자꾸만 들리던 날, 우리는 공책만 싼 작은 책보를 끼고 향우학원에 갔었다. 

  왜 이렇게 쓰라린 공부를 해야 하는지, 남들은 따뜻한 이불밑에서 단잠이 들었을 텐데…….
  낮이면 밭이나 논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 피곤한 몸을 풀어야 할 이 시간에―――

  누구의 힘 인지는 모르나, 저녁이면 가난과 무지 속에서 헤매는 우리를 따뜻이 이끌고 간다.
  눈물겹기도 하다.

 유리 없는 창문에 신문지를 더덕더덕 바르고, 통바람을 막은 교실에서 가난한 배움을 할 망정, 우리는 열심히 배우겠다는 결심과  알고 싶은 의욕 밖에 없었다.

  험악한 이 세상에, 그 누가 우리에게 이처럼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주리까!
  국민운동 관계 기관장님 그리고 우리의 선배 형님의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해야 좋을지…….

  일년 반이란 세월이 선생과 우리를 정과 사랑이 한 핏줄로 엉킨 형제 같이 살게했다.
  포근한 바람이 살갗을 스칠 때, 파릇 파릇한 새싹이 우리의 가슴에 희망처럼 움터왔다.

  향우학원에 들어오기 전엔 날씬한 학생들을 보고 남몰래 눈물 짓기도 했었다.
  이젠 우리에게도 학교가 있다. 남보다 더욱 정직하게 열심히 배워 뒤떨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자기 살기에 눈이 붉은 이때, 낮에는 우리도 이 경쟁의 대열에 선 연약한 일꾼이다.
   이제 우리의 억센 두 어깨로 내일의 새 운명, 새 희망, 새 진로, 새 고장, 새 인간을 개척하는 고향의 일꾼이 될 것을 우리 향우의 이름으로 다함께 맹세한다!<편집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