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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만도 못한 사람 <아버지와 나 2> 동란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예전처럼 새참을 가져오는 나를 기다리신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무표정한 하얀얼굴이 어두어 보였다. 초등학교졸업을 앞둔 나는 단풍잎 처럼 붉게 부푼 가슴이라 알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동란전까지 아버지와 나를 떠나지 않던 귀가 쫑곳한 진돗개 한쌍이 살았다. 음식점과 여관업을 병영하던 우리집은 장날만 되면 번잡했다. 그러나 두 마리의 개는 언제나 마루밑 깊은 곳에서 우리가 부르지 않으면 마당으로 나오지 않았다. 교육을 시킨것도 아닌데 개들이 스스로 터득한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신농씨란 병명을 가지신 아버지가 소 돼지 닭이나 개와 같은 가축은 물론 야생 산짐승이나 날 짐승과도 언어교감을 하신다고 친분있는 어른들이 말하기도 하셨다. 「아버지, 장날에 백구와 황구가 왜 마당으로 안나오지예?」하고 물었다. 동화 속의 개가 주인을 위해 헌신한다는 이야기는 꾸민것으로 알고 있었다가, 어머니와 누나들이 땡볕아래 쓸어지신 아버지를 구해준 백구와 황구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백구와 황구를 새끼줄로 원두막에 묶어 두고 일을 하시다가 현기증으로 쓸어지셨다. 해질무렵에 목에 새끼줄을 건채로 황구만 집으로 돌아와 짖어대었다. 어머니와 누나가 이상하게 여겨 도망가듯 달려가는 황구를 따라 밭으로 와보았더니 쓸어진 아버지의 얼굴을 핥으며 백구가 곁에서 엎드려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물을 마시게하고 안정을 시켰다고 하셨다. 백구는 새끼줄을 끊고 아버지를 지키고 황구는 집으로 달려와 어머니를 모셔왔다. 하늘이 보내주신 효자같은 개라고 동네에 소문이 났다. 백구와 황구는 6·25 피난 중에 실종되었다. 이후 아버지는 백구와 황구를 생각하며 은혜를 잊고 배은망덕한 사람을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하셨다. <경자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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