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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어떤 선장 이야기(1)
태풍의 눈 속에서 신에게 32명의 운명을 맡긴 채, 균열된 main-engine의 4번 실린더의 피스톤 크라운을 교환했던 일이 있었다. 1976년 12월경 원목을 가득 싣고 미국 PORTLAND 항을 떠나 약 일주일 남짓 강한 마파람을 받으며 순진을 했던 본선은 알류산열도근해에서 예상에 없던 태풍을 만나 10m의 파고를 춤추듯 오르내리자 주기관은 공전을 거듭하다 이삼일을 못 견디고 중앙 4번 기통에 고장이 발생하고 말았다. 본선의 정오위치는 수 십 마일이나 태풍에 밀려나 있었고, 더 이상 항진을 계속할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서 하루 먼저 출항했던 우리 회사의 선박이 침몰하였다는 비보도 받았다. 기관은 죽을힘을 다하여 툭탁거리며 힘없이 돌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파도가 갑자기 큰 너울(일본말로 우네리라 부른다)로 변하면서 배를 반듯하게 세운채 하늘 위로 올렸다 땅 밑으로 내려놓는 듯 느린 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이때를 타서 기관을 고쳐 항해를 하자고 기관장에게 제안을 하였다. 기관장이 선장실로 올라간 뒤 잠시 후 긴급 고급사관회의가 소집되었다. 기관이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계속 항진을 해야 하는가 기관을 먼저 고쳐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순간이다. 태풍이 더 크게 확산되어 가는데 배가 조용한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선장이 본선 위치와 현재의 기상팩스를 보면서 본선항해 속도가 태풍의 이동속도보다 느린 바람에 태풍의 눈 속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과연 몇 시간동안 태풍의 눈 속에 머물 수가 있는가를 예측할 수가 없다고 했다. 기관을 고쳐야 하는가, 좋은 날씨가 오도록 그냥 기다려야 하는가, 서로 의견을 말해보라고 한다.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다. 선장의 판단과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이다. 「저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기관을 고친 후에 항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관 수리를 하는데 몇 시간이 필요한가?」선장이 나에게 물었다. 「정박 중에는 8시간이 보통 걸렸습니다. 배가 움직이고 있는 지금은 그 곱절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관장! 어떻게 하겠소? 가능하겠소?」선장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묻는다. 「1기사! 시간을 좀 더 줄일 수가 없을까?!」기관장이 손을 비비면서 엄연한 사실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묻는 것 같다. 「4시간정도는 줄 일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면 되는가?」선장이 반긴다. 「전 선원이 기관작업을 도우면 가능합니다.」 「음 그러면 12시간이라! 지금부터 시작하면 새벽 두세 시가 되겠구나! 그때까지만 이대로 있어준다면…, 좋다! 1기사 말대로 하자!」 「이 시간부터 main engine이 restart하는 순간까지 총지휘는 1기사가 맡는다!」 「일기사의 작업 지시에 무조건 따르기로 하자!」 선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린 듯이 기관실로 달려가 털털거리며 힘없이 돌고 있는 엔진을 정지시키고, 두 기관사의 작업분담과 지원자들의 보조 작업을 세밀하게 정한 뒤에 선체가 기우뚱거리는 기관실에서 4번 실린더 해체작업을 시작하였다. 이 순간 전 선원의 생명은 하느님께 맡긴 상태가 되었다. 「1기사! 내가 할 일은 무언가?!」 하얀 <스스끼작업복>을 입고 기관실로 내려온 선장의 진지한 표정이 참 착해 보였다. 「선장님은 피스톤 링을 소제하십시오!」 선교는 1등 항해사와 통신국장에게 본사와 상황교신을 맡긴 후 나머지 당직 항해사와 갑판원까지 모두 이끌고 기관실 작업을 지원하러 내려온 것이다. 애타게 기다림보다 작은 시간이나마 줄이고 싶으신 순수한 마음 때문이다. 전 선원이 목숨을 건 최후의 일전에 임하는 장렬한 모습이다. 전 선원이 꼬박 밤을 새워 핏발이선 붉은 눈으로 1기사의 작업지시에 따라 촌각을 아끼지 않고 필사의 노력을 하는 그 모습이 숭고하고 아름답기까지 하였다. 저승의 관문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기관실에는 거친 숨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세시가 좀 넘어 기관조립이 완료되었다. 미쳐 청소도, 수리 장비도 치우지 못한 그대로, 「난방! 터닝 기어를 빼고 윤활유 펌프부터 차례로 모두 돌리시오!」 「3기사! 시동준비를 해라!」 나와 기관장은 engine control room으로 뛰어 들어와 선교에 slow start telegraph 신호를 보냈다. 댕 댕 댕 소리를 내며 응답이 왔다. 「1기사, 워-밍 없이 운전해도 될까?」하며 기관장이 걱정을 한다. 「일단 기관을 움직여 저속항진을 계속하면서 warming up을 해야지 별 도리가 없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날씨가 더 나빠지고 배가 더 흔들리니 할 수 없지……, 조심해서 해보시오!」 큰 숨을 한번 돌려 쉰 나는 조용히 스타트핸들을 당겼다. 터덜거리며 금방이라도 멈추어 설 것 같았던 어제의 main engine이 낮은 압축공기에도 조용하게 피스톤들이 미끄러지며 점잖고 믿음직 서럽게 차례로 crank가 propeller shaft를 돌리기 시작했다. 「와! - 만세! 이제는 살았다!」하며 선장, 기관장, 선원 모두가 기름 범벅이 된 시꺼먼 손을 서로 맞잡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참으로 숭고한 기쁨이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선원들의 동지애가 어디에 있으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진다.<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