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鑑賞

     '음악감상'이란 본의를 종심에 들어서야 깨닫는다. 5대양을 누빌때 가는 나라마다 그 곳의 동전과 민요를 모았다. 동전은 쉬웠으나 민요는 구하기 어려웠다. 학창 시절에 들어본 악성들의 교향곡이나 명곡이 눈에 띄면 사 가져왔던 LP판이 100여장 된다. 새벽에 정신을 집중하여 인라인스케트를 탄 후에 명상으로 피로를 풀다가, 이 명상시간에 음악감상을 하면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LP판을 듣기 위해 새로 구입한 디지털 턴테이블의 헤드폰은 스피커의 소리보다 작은 볼륨으로도 선명하고 정교하게 들렸다. 베토벤 교향곡 1번부터 9번까지가 있었고 바흐의 합창곡도 있었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생명이 있는 지구모습을 사진이나 그림처럼 선명하고 깊은 심도로 원근감을 절도있게 그려 낸다. 가까히 닥아왔다 멀어지는 환상은 종교체험을 하는 나의 머리와 마음의 먼지를 깨끗이 쓸어가는 듯 상쾌함을 주었다.

   어느날 바흐의 합창곡도 들었다. 2중 3중으로 겹쳐나오는 웅장한 화음은 끝없이 넓은 땅, 바다와 호수 위에 서서히 몰려온 운무와 안개가 이 세상을 감싸는 듯한 아름다운 환상을 주었다. 처음 고전을 감상해 본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해설을 듣고 그렇게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음악 감상이 아닌 따분한 공부라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정직한 마음으로 음악이 나에게 그려주는 형상대로 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