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습

웅암 이진원   

   섬용회 30주년 기념총회를 다녀온지 달포가 되었다. 지난달 진주섬용모임에는 미국과 부산 남해친구가 합석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오늘 모임에 생각지도 않은 비보를 듣고 큰 자식을 잃은 친구를 위해 모임의 마침을 대평면 강여사의 집으로 했다. 쓰린 가슴을 참고있는 강여사의 모습이 애통하게 보였다. 매년 여름 감자를 심어 친구를 초청했던 앞마당에 아들의 기념관과 같은 멋진 한옥 황토방이 망루를 갖추고 있었다.

  연속극에서 '대수대명'이란 말을 했드시 아들이 중풍든 아버지의 명을 더 길게 만들어 준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대평에 도착했을 때는 친구는 산책으로 집을 비우고 있었다. 월례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심경을 알 것같다. 떠들석하게 분탕을 질러놓고 돌아왔다. 친구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이 이것뿐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우울한 친구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웃음거리를 던져 모두의 배꼽을 쥐게 하였다.

   벌써 3년 전 일이다. 미국친구와 부산친구를 대동하고 남해 친구를 찾아갔다. 나의 애마인 <설복이>코란도 5(1995년식 구형코란도)를 몰고 갔던 것이다. 남해 친구부부를 합승하여 남해 일주코스를 드라이빙을 하려고 하는데, 공구점을 경영하는 큰 아들이 마중을 하는척 나의 차를 유심히 한 바퀴 돌아보며 그의 부모 곁으로 가더니 낮으막한 목소리로 "아버지 괜찮겠습니까?"하는 것이다.

   외출을 삼가던 친구 부부는 "이젠 괜찮다. 걱정말아라!"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백군이 묻는 대답의 진의를 부모의 건강을 묻는 것으로 착각한 동문서답이었다. 차가 남해읍을 빠져나오자 나는 친구들에게 백군이 걱정했던 "아버지 괜찮겠습니까?"하고 물었던 것은 우리와 같이 늙은 나의 자동차를 걱정한 것인데 아버지의 엉뚱한 대답에 돼지 쓸개를 씹은 백군의 표정이 우스웠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친구들은 폭소를 감추지 못했다.

   엊그제 미국 부산 남해 친구가 시외터미널에 마중을 나온 이 차를 타면서 "아버지 괜찮겠습니까!"하면서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또 한번 배꼽을 잡았다. 50만원 짜리 자동차에 50만원짜리 새 타이어로 갈았으니 "아버지도 괜찮다"고 말했더니 또 폭소다. 18살이나 먹었지만 10만Km밖에 달리지 않았고, 최고급 50만원짜리 새타이어로 갈았으니 앞으로 20만Km는 문제없이 더 달릴수 있다고 우쭐거렸다. 멋지게 늙은 청년 모습이 나의<설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