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없는 마음이 청춘

웅암 이진원   

  강직한 해병정신을 간직한답시고 짦은 스포츠형으로 머리를 깎다가, 가을들어 뒷들미로 스며드는 냉기가 무서워 젊은 시절의 장발머리로 겨울을 나기로 했다. 긴 머리 탓인지 피로에 겹쳐찾아온 감기가 쉽게 물러갔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선용한 순리인가보다. 어제 문득 한 친구의 건강이 궁금하여 복덕방을 찾았다. 전기 곤로를 무릅 앞에 켜둔채 의자에 않아 졸면서 내가 들어 온 것도 모른다. 미리 전화를 걸고 왔는데도 깨울 때까지 죽은 듯 잠을 자고있다.

  대상포진이 오른팔에 붙었다며 오른 팔을 감싸안고 있다. 친구는 나의 긴 흰머리를 보고
「야무지게 생긴 너도 나이를 못이겨 늙는 구나!」 하고 힘없는 웃음으로 반긴다.
「외모가 먹는 나이를 숨겨려들면 더 추하게 보여.」
「마음이라도 나이를 안먹으려고 하는데 그게 더 어려워.」
「마음도 외모와 함께 나이 먹는 줄을 알아야 하는데…….」하고 친구가 말한다.
「맞아, 그 말처럼 마음도 나이를 먹었으면 반성하는 여생을 살거야. 마음이 나이먹는 것을 모르는 것이 늙은이의 착각이지. 마치 영원히 살 것 같은 마음가짐말이야!」
「육신이 무너져야 마음의 나이를 깨닫게 돼나봐!」하고 한숨으로 말한다. 그리고 이어
「탐욕이 삶 자체 같아」한다.
「본능적인 삶의 욕망은 성욕이나 물욕이지만, 탐욕은 남의 욕망까지 탐하는 뜻이 아닌가!」

  12시 15분전이다. 비빔밥을 먹기로 하고 일어섰다. 친구는 길을 가면서 이것 저것을 묻는다. 일일이 대답을 해주고 돌아보면 어두운 귀가 알아듣지 못한다. 제 할 이야기만 하고 대답은 상관이 없어 보인다. 눈을 맞추어 대답을 들어보려는 모습이 없다. 오른팔 때문이지 걸음걸이도 불편해 보인다. 나도 왼쪽 다리를 무리하여 근육수축증이 생겨 천천히 걷는데 친구는 더 불편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