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돈의 개념

 

웅암 이진원  

   친구에게 보낼 사진 봉투를 가지고 집을 나서는데 함박눈이 덤성하게 내린다. 우산을 쓸까 하다가 톱바의 머리덥개를 쓰고 눈을 맞고 싶었다. 눈 쌓일 겨를이 없이 녹아 버리는 젖은 길이 위험 하게 느껴져 미끄럼방지 방한화로 바꿔 신었다. 진주초등학교 운동장 곁의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손으로 쓸어모은 작은 눈덩이를 서로 던지고 있다. 기후 온난으로 30년 동안 진주에서 눈을 본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교육청 앞 주차장 관리자가 우산 두 개를 좌우에 더 세우고 있다. 면식이 있는 지인이라 수고한다는 인사로 '수고하는 만큼 돈벌이는 되느냐'고 물었다. 최씨는 정색을 하며 "돈 많이 벌어 무엇합니까!"하며 퉁명스럽다. 못 들은척 하고 지나가려는데 따라오며 돈이 많은 이미를 따져 묻는다. 최씨도 매사에 상대적인 긍정보다 비판적인 면이 많은 사람이다. "많은 돈이란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돈"이라고 잘라 말했다.

  '가족을 위한 돈은 정직하게만 살면 하늘이 그냥 준다'고 했다. 남의 말을 인정하는데 인색한 최씨가  "그렇지, 남을 도와주는 돈이 많은 돈이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재벌이란 단어는 남을 위해 쓰여지는 돈이 아니란 뉴앙스를 풍긴다. 선진국의 부호들은 사회에 환원하는 재분배의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그것이 남(국민과 국가)을 위해 베풀어지지 못한다면 없는 돈의 수치에 불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