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2


글/ 이 진 원


  작은 보리암의 좁은 방에 빽빽이 쪼그려 앉아 잠을 자려고 하니 너무 불편하고 피곤하다. 엎치듯 포개져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새벽을 맞는다. 벌써 일어나라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일출을 구경하기 위해서 모두 밖으로 나왔다. 태양이 솟아오르려고 저 멀리 어두운 수평선을 검붉게 물들이더니, 마치 가마솥에 물이 끓어나듯 붉은 파도가 일렁거리기 시작한다. 수평선에 깔린 이불솜털 같은 구름도 붉고, 노랗고, 푸른 색깔로 염색이 된 것처럼 부드럽고 곱다. 붉은 쟁반 같은 태양이 솟았다, 갈아 앉기를 두어 번 하더니 쑥 고개를 들고 솟아오른다. 와- 하고 우리는 고함을 지르며 금산의 새벽 메아리를 깨웠다.


  검붉은 태양은 점점 노란 색으로 변하더니 가장자리부터 눈이 부시도록 하얀 은빛으로 바뀌며 하늘에 깔린 작은 새털구름들의 이불먼지를 털기 시작하는 듯 뿌연 하늘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날이 밝아지고 보리암에서 나눠준 한 주걱의 점심도시락을 허리에 차고 금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뛰는 놈, 걸어오는 놈, 노래 부르는 놈, 돌팔매질로 새를 잡는 놈, 제멋대로 외길로 된 오솔길을 따라 용문사까지 내려와 점심 도시락을 먹기로 하였다. 선생님들은 우리보다 반시간이 늦게 여학생들을 인솔하고 오셨다.

  아직도 버스는 용문사에 도착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이곳에서 모두 도시락을 먹고 차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모두들 둘러 앉아 도시락을 열어보더니 <에게!>하며 서로 서로 보여주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산을 내려올 때 도시락 안에서 달랑거리던 밥 덩어리가 진짜 꽁 알 같이 동글동글 하였다.


  밥을 먹고 얼마 있지 않아 한 대의 버스가 도착하였다. 좌석을 통째로 들어내고 손잡이도 제대로 없는 멍텅구리 버스였다. 굴러가는 빈 상자와 똑같다. 사람을 짐짝처럼 많이 태울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일부러 창가 쪽의 의자를 들어내고 왔다고 했다. 그래도 군용 터럭보다는 났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차에 모두를 명태처럼 꼿꼿이 세워 태웠으니 오죽이나 답답할까마는 추운 날씨라 서로서로 가슴과 등을 붙인 덕에 따듯함을 느끼고 그대로 선채 자동차가 출발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들 잠이 든 것 같았다.


 꼬부랑 자갈길을 서너 시간을 달리는 동안 이제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 하였다. 만약 쉬기 위하여 사람을 풀어놓으면 다 태울 수가 없을 정도라 조금만 더 참으로라고 결려를 한다. 남녀학생 가릴 것 없이 어린 것들이 꼿꼿이 선채 오줌을 질기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벌써부터 속이 메스꺼워 구토를 하는 학생이 생겼다.


  이 모습을 본 비교적 키가 큰 김광석이 갑자기 왝 왝 하며 여학생들의 머리위에 토해버렸다. 지난번 정점숙이가 금산으로 갈 때 토했을 때는 광석이 등 뒤에다 토했으나, 이번에 광석이가 토한 것은 여러 여학생들의 머리였다. 이렇게 되고 보니 여기저기서 왝 왝 그리며 야단이 일어났다. 다행이 노량 나루터에 다 도착하였기에 다행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간신이 차에서 내린 우리는 어미를 잃은 새끼 펭귄처럼 덜덜 떨며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여학생 머리에는 음식물이 주렁주렁 달린 채 눈물만 찔끔 그리며 정신 나간 아이들처럼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채 남해노량의 바닷바람을 마시며 도선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동 노량으로 무사히 건너온 우리는 군부대에서 보내준 2대의 군용터럭에 나누어 탔다. 그래도 버스 보다 넓은 공간이기에 차디찬 가을바람을 마시며 다시금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초록색 군용터럭이 출발하여 노량 바다를 뒤로하고 한 굽이 고개를 돌아서자 한 아이가‘금수강산 삼천리’하고 교가를 불렀다. 한 두 아이가 따라 하더니 모두가 합창을 시작했고, 뒤따라오던 친구의 차에서도 우리들의 노래를 들었는지 뒤질 새라 더 큰 소리로 교가를 합창하며 제비새끼들처럼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