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학 도 인 의 삶
<아버지와 나 (2-1) 용담검무의 시원>

 

웅암  이 진 원     

 

   이웃 단짝친구 회경이가 읽어보라며 건네주는 크고 두꺼운 소설책 두 권을 받았다. 책표지 윗쪽에 네 글자의 큼지막한 한자제목이 쓰여있고 그 글자마다 네 색깔로 동그라미를 친 그 속에 (궁) (본) (무) (장)이라는 한글 운이 넣어져 있었다. 왜 말로「미야모도 무사시」라고 한다는 것은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알았다.
   처음에 언제 다 읽을까 싶을 정도로 두꺼워 망서리다가 어느날 첫장을 읽고 말았다. 그 다음날부터 해지고 날 새는 줄도 모르는 삼매경에 빠져 버렸다. 환각 속에서 일 주일을 보낸 후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야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이 정신을 들게 했던 기억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타고 새롬새롬 사무쳤다.

   아버지 새참 심부름을 갔다오라고 성화를 부리던 누나의 고함소리가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책을 읽어도 꼭, 미친놈처럼 읽는다니까!」
「……」
「어서 안 갔다 올끼가? 응?」
「그래, 알았다.」
「그 책 놓고 가거라. 바구니 쏟을라.」
「괜 찬다. 걸어가면서 책 안 읽는다. 교장선생님이 야단하시더라!」
「그 책을 이리내.」
  누나는 책을 빼앗아 바구니 밑에 깔고 음식보자기를 차곡차곡 쌓았다. 시장 대바구니에 가득담긴 술과 접시째 담긴 안주가 상당히 무거웠다. 거기다 두꺼운 책이 밑에 깔려 있어 더 무거웠다.

    들에 도착하니 모두 새참을 마친 것 같았다.  속으로 은근히 걱정되었으나 아버지는 꾸지람을 하지시 않았다.
「오늘은 늦었구나.」
「예」
「토요일 오후에도 공부를 더하니?」
「아니요, 집에서 책을 읽다가 늦었는디요…」
「무슨 책인데?」
「이 책요……」
「음, <미야모도무사시>로구나! 누가 주더냐.」
「회경이가 요.」
「그 집에는 일본책이 많이 있을기다.」

   회경이 부친은 왜정 때 합천 군수를 지낸 분이다. 비교적 청렴한 군수로 소문이 났기에 고향에서 이웃과 잘 어울렸고, 인사성이 밝은 회경이를 아버지도 좋아 하셨다. 아버지와 동갑인 회경이 부친도 아버지를 지개를 진 어진 선비라고 말씀하시며 항상 이 생원이라 부르셨다.

   나는 문득 아버지와 함께 성묘길에 횡천을 지날 때 아버지가 장정 세사람을 순식간에 제압하신 모습을 떠올리며 이 소설 속의 검법은 아닌가 하고 물어 보았다. 그 신비한 도법을 알아차린 나를 가만히 보시고,  총명하다는 듯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말씀을 이으셨다.

「동학에서는 모두를 도법이라고 한단다. 법술이나 도술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다른 종교인 도가나 도교 또는 선교에서 하는 말이고, 동학에서는 모든 것을 도라고 하므로 <도법>이라 하는데 이 도법이 여러 가지 일에 맞추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지.」

「동학의 도법은 몇 가지나 되는데요?」
「도법은 한울이 주신 자연법이니 얼마나 많겠느냐. 너가 학교에서 이것을 초능력이라고 배웠다며? 동학은 누구라도 한울님을 모시고 정직한 수련을 성심껏 다하면 모두 깨우칠 수 있단다. 다만 사람들이 도법을 깨닫지 못하기에 신비하게 여기는 것이지.」
「아버지는 깨달았습니까? 이웃집 강노인이 아버지를 신농씨 같은 분이라고 하던데요?」
「음, 농사를 잘 짓는다는 소리다. 농사도 때를 놓히지 않는 한울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란다. 다만 사람들이 핑계를 대고 때를 놓지니 농사가 잘 안되는 것이니라. 구용이가 오늘 처럼 새참을 늦게 갖다주면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되고 수확도 줄게되는 이치도 다 도법이니라.」

   검술을 알고 싶은데 자꾸 도법 소리만 하신다.  나는 아버지가 세 장정을 눈깜짝 할 사이에 제압하시고 그 장정 세 사람이 무서워 고개도 들지 못하게하신 그 검법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알고 계신 도법이 몇가지나 되는지도 알고 싶었다.
「아버지가 아시는 도법은 몇 가지나 되는데요?」
「너는 아버지가 하는 일을 매일 같이 보지 않았느냐?」
「……?」

   멀뚱히 처다보며 답답해 하는 나의 모습을 보시며 웃으신다. 고방대에 담배를 재워 무시고 아무래도 설명이 길어질 것 같은 지 가까이 앉으라고 하신다.
「구용이는 내가 장정들을 꿇어앉힌 검법이 알고 싶은 게지?」
「예, 또……」
「오냐, 알았다.」하시고는 내가 잘 알아 들을 수 있도록 고심하시는 모습이 역력했다. 담배를 두서너번 부드럽게 뿜어 내신다. 연푸른 연기가 짙은 하늘에 백조의 영상을 그리며 날아간다.
「동학도법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 사람이 늘상 쓰는 데 필요한 몇 가지만 말해 보마.」
「…」
「제일 먼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필법이 있지. 그 다음 사람끼리 예를 지키거나 제례를 올리는 예법, 건강과 질병을 고치는 의법, 호연지기를 키우는 무법, 노래나 춤을 추는 창법, 농사를 짓는 농법, 장사를 하는 상법, 치산치수를 하는 삼림법, 집을 짓고 다리를 놓는 공법, 경전이나 국법을 지키는 율법 등 더 많은 도법이 있단다.」

   아버지는 검법은 이야기 해주지 않고 엉뚱한 도법만 자꾸말씀 하신다.
「아버지의 동학검법은요?」
「니가 알고 싶은 검법은 이 무법 속에 있는 제일 작은 작은 도니라.」
「그러면 무법은 어떤 도법인데요?」
「동학경전은 우주의 진리를 글로새긴 한울의 지혜니라. 천혜라고도 하지. 인간 세상의 모든 도법이 동학진리 속에 있느니라! 사람이 동학의 진리를 바로 깨달으면 누구나 너가 말하는 초능력을 발휘 할 수가 있지.」
「아버지 처럼 축지법도 하고 신출귀몰하는 검법도 알 수 있어요?」
「그럼 그러고 말고! 너도 축지법을 하지 않았느냐?」
「제가 언제 축지법을 했는데요?」
「너가 횡천에서 나의 발자국을 따라 밟지 않았느냐! 너가 아버지를 믿고 성심껏 시키는 대로 노력 하니까 나의 염력과 너의 염력이 하나가 되어 같은 걸음걸이가 되는 것이니라.  사람들이 한울님을 믿고 성심껏 한울님을 모시면 천도도법은 자연히 베풀어 지는 것이란다.」
「동학도인은 아버지처럼 다 하겠네요?」
「동학도인이라도 그 믿음과 그 성품에 따라 도법이 다르게 나타나지. 같은 노랜 데도 부르는 사람따라 다르게 들리지 않더냐. 성인이 되기전에는 모두가 초보자니라!」

「아버지, 그러면 그 초보 동학검법을 가르쳐 주세요.」
「무법 뿐만 아니라 도법 전분들 못 가르치겠느냐만,  아직 어려서 도법을 행할 수 있는 수련을 감당할 수가 없으니 그냥 재미난 이야기로만 들어라. 알겠지?」
「예…」

 아버지는 한참 뜸을 들이시드니 혼자말 처럼 '오늘 일은 이왕 틀렸으니 이야기나 해 볼까' 하시며 말씀을 이으신다.
「동학도법중의 무범은 인간 세상의 모든 나라가 자국의 주권을 지키는 똑 같은 상무법리가 전부 들어있다. 같은 그 무법이 그 나라의 지형이나 기후, 국민의 생활관습에 따라 다르게 보여지는 것일 뿐 한울의 진리를 벗어나지 않은 음양의 이치니라.」

「동학경전을 배우면 무법도 알겠네요?」
「동학경전을 깨닫게 되면 우주의 도법을 모두 깨달아 성인이나 신선이 되지. 신선이 되면 무법만 알겠느냐! 경전을 깨닫는 것은 한울님의 뜻을 깨달아 한울님 마음을 갖고, 한울님 의지를 실천하는 것이지, 검술이나 도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무법을 어찌 배웠는데요?」
「구용아, 무법이나 도법은 배우는 것이 아니고 한울님을 믿고 한울님의 말씀을 성심껏 지키는 사람은 절로 깨닫고 알게 되는 지혜를 갖게된단다.  도법 중에 무법이 제일 복잡하지. 잘들어라.크게는 성을 쌓는 것부터 시작하여 철책이나 목책으로 적을 막는 진법, 말을 사용하는 군마법, 수레를 사용하는 전차법, 활을 쓰는 궁술법, 총과 대포를 쓰는 총포법, 창과 칼을 쓰는 창검법, 표창과 단검을 사용하는 창도법, 주먹이나 발을 사용하는 태권 택견법, 배를 사용하는 군선법, 하늘을 날거나 막아내는 방공법, 다리나 건물을 짓는 공정법, 농사를 짓거나 고기를 잡는 군수법 등 보국안민하는 모든 법이 무법이니라. 무법을 지휘하는 장사를 장군이나 무관이라 한다.」

「아버지의 동학검법은 어디 있어요?」
「니가 말하는 동학검법은 창과 칼을 쓰는 창검법 중의 한가지 검법인 음양금법에 속한 양의 검법인 용천검법이니라.」
「음의 검법도 있어요?」
「암, 있고말고. 아버지 이야기를 다 듣고 물어라. 음의 검법을 태화검법이라고도 하는데 왼손 검법이다. 그래서 용천검법은 양의 검법으로 오른 손에 용천검을 들고 공중에서 천검술을 펼쳐 공격하는 검법이고, 태화검법은 왼손으로 태화검을 들고 땅위에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지검술을 펼지는 검법이다. 천지음양검법이 무적의 쌍검법으로 바로 용천검법과 태화검법을 함께 펼치는 검법이다.  이 쌍검법은 일당 천의 천지음양검술로 한울님과 형통한 사람이 아니고는 이 검법을 쓸수가 없느니라.」

「동학검법을 알면 한 사람이 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천지음양검술은 한울님의 성품을 가진 성인이나 신선만 사용할 수가 있으므로 사람을 살리는 검법이라 한단다. 」
「어찌 칼로 사람을 살려요?」
「천지음양검법은 양 손바닥을 펴서 칼처럼하는 수도법도 있고, 양손에 회초리를 들어도 되고, 대나무나 지팡이를 들어도 펼칠 수가 있다.  심지어 지푸라기나 새끼줄을 들고도 검술을 펼칠 수 있단다.」

「어찌 지푸라기나 새끼줄로 사람을 칠 수가 있어요?」
「한울님의 권능은 초능력이라 하지 않았느냐. 사람의 염력은 곧 한울의 기운이니라. 이 기운이 감응되면 집푸라기도 지팡이도 칼 같은 힘을 낸단다.」
「아버지도 횡천에서 장정 세사람을 지팡이로 때렸지요?」
「아니다. 아버지는 그들의 몸을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그들의 혈을 눌러 종아리의 힘을 빼 버린 것이다.」
「혈이 뭔데요?」
「사람 몸에는 많은 심줄이 연결되어 꼭두각시 처럼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재. 그런데 그 심줄이 서로 얼킨 매듭을 혈이라 한단다. 동학의법은 이 혈을 다스려 병을 낫게 하고 혈을 튼튼히 하여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느니라.  수련은 이 혈을 바르고 튼튼하게 하는 훈련이니라.」

「지난번 횡천에서 한 동학검법은 용천검법인가요?」
「용천검은 양의 칼이름이고, 태화검은 음의 칼 이름인 데 좌 우의 쌍검을 <천지음양검>이라 부르는데 이칼을 쓰는 법을 <음양검법> 또는 <동학검법>이라 부른단다.」
「다른 쌍검법은 무슨 검법인데요?」
「어느 나라에도 쌍검법은 있다. 그러나 그 이치는 모두 음양의 이치로 같은 것이니라. 니가 읽고 있는 <미야모도 무사시>의 니도류(쌍검술)도 본성이 착하고 한울의 성품을 가진 그가 혼자 일당 천의 위험한 싸움을 벌일 때 무의식적으로 왼손에 적의 칼을 하나 더 들고 방어를 하면서 오른 손의 칼로 적을 공격하며 탈출에 성공한 순간은 한울님의 권능이 그에게 감응한 영적이니라. 그후 무사시의 니도류(쌍검법)가 특별한 겁법으로 생겨난 것 같지만 실은 동학의 음양검법이며 한울님의 감응하심으로 펼쳐진 천지음양의 자연검법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이니라.」

「그러면 정직한 사람이면 아무라도 위험에 처해지면 쌍검법을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 자연의 검법도 하나의 도법이니 원리가 정해져 있단다. 다만 그 진리를 깨닫지 못하여 한울님의 초능력을 감응 받지 못할 뿐이란다. <미야모도 무사시>같이 성인의 성품을 가진 검객은 필요 할 때 마다 한울님의 권능을 펼칠 수가 있단다.」
「아버지, 아시는 대로 동학검법을 가려쳐 주세요, 네?」
「동학검법 이야기는 말해선 안된다! 누나와 형님도, 경희 한테도 말하지 말아라!」
「예……」
「태평세월이 오면 모두 가르쳐 주마.」
「다른 도법도 이야기 해 주세요.」
「오-냐 그러마. 동학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조심하거라!」「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