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통사고 현장에서


이 진 원     


  2007년 12월 16일 오후 2시 반경, 동방호텔입구 근처 뒤 벼리 삼거리 신호 대 건널목에서 일어난 교통사고현장의 이야기다.

  나는 이날 방송대학교 기말시험을 마치고 학우들과 함께 뼈다귀 탕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 왔다. 새 포장공사를 마치고 아직 차선이 그어지지 않은 도로를 굴레를 벗은 검은 야생마가 성질을 부리는 것처럼 무질서하게 달리는 차들의 속도감이 험악하다 느껴져 괜스레 불안하였다.

  사고 지점의 건널목에서 약 15m남짓한 곳에 도착했을 때 파란신호등이 켜졌다. 한사람이 파란신호가 켜지자 건너가고 있다. 나도 신호등이 바뀌기 전에 건너려고 막 뛰었을 때 갑자기 떡! 하는 큰 소리를 내며 먼저 건너가던 사람이 속도를 줄이지 않은 산타페승용차에 부딪쳐 공중에 떠올랐다 곤두박질치며 길옆으로 떨어졌다.

  내가 넘어진 사람 곁으로 가 보았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오른 손을 위 옷 주머니에 넣은 채로 옆으로 꼬꾸라져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내가 몇 번 불러 보았는데도 대답이 없다. 사고 차에서 내린 아주머니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안절부절 한다. 그런데 운전당사자는 오히려 여유 있게 한참 뒤에 내렸다. 나는 구조차를 불러라 했다. 사고 운전자가 정신이 없는 아내에게 보험회사에도 연락하라고 하면서 119는 자기가 불렀다고 했다.

  어떤 신사한분이 나의 곁으로 뛰어와 의사라고 하면서 다쳐넘어진 사람을 조용히 진찰 하듯 살펴본다. 환자 머리에서 금방 피가 흘러 길을 적신다. 의사가 누구 손수건이 없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차로 뛰어 가면서 손수건 하고 외친다. 내가 얼른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의사에게 주었다. 의사는 손수건으로 머리의 지혈을 시키면서 사고 운전자를 처다 보며 상처를 설명한다.

“차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머리를 지형지물에 받혀 두골이 파열 함몰되었어요.”

“그렇게 세게 받치지 않았는데...” 한다.

“저 건너서 보았는데 세게 부딪혀 붕 떠서 아래로 떨어졌어요. 아마 머리를 길모서리에 부딪친 것이요.”

옆에서 보고 있던 내가 거짓 변명하는 사고 운전자를 보고 참견을 했다. 
“건널목에서는 항상 속도를 낮추어야지, 그리고 빨간불을 보고 그렇게 달려?” 하며 운전자를 나무랐다. 그러자 운전자는 무의적으로 <전화를 받는 바람에...> 하며 자기의 잘못을 운전 중 전화한 탓으로 돌린다.

의사가 지혈을 시키라고 사고 운전자에게 말한 후 다친 사람의 왼 팔목을 잡고 맥박을 재어본다. 나는 길을 막고 지혈을 시키고 있는 사고 운전자가 위험해 보여 길가로 옮겨 앉도록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아저씨! 아저씨! 하고 조용히 다친 사람을 불러 보았다. 천천히 눈을 뜨는 것이다. 의사가 119가 왜 이렇게 늦은지 불평을 한다. 핸드폰 시간을 보니 15분 가까이 되었다.

“아저씨가 의사니까 아저씨 병원으로 갑시다.”하고 내가 말했다.

“나는 부산입니다.”한다.

그때 아무런 경적도 없이 경찰차가 먼저 왔다. 지나는 순찰 차량인줄 알고 내가 손짓을 하여 불렀다. 그런데 이 경찰차가 사고신고를 받고 구급차까지 불렀다고 했다. 사고 운전자가 경찰서에 사고 신고를 한 것 같다. 15분이 다되었는데도 아직까지 구급차가 안온다고 했더니 구급차가 다른 길로 둘러오면서 차가 밀려 좀 늦는 것 같다고 변명한다.

의사가 반장(경사)을 불러 목격자의 사고경위를 설명해 주려고 하니 들은 체도 않고, 엉뚱하게 다친 사람을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라며 페인트 스프레이로 현장에 떨어진 안경(한쪽유리는 깨어졌음)위치를 마킹하고 상해자의 위치를 표시하며 의사를 피한다. 한참 후 늦게 도착한 구급차에 사람을 옮겨 실고 그 자리를 급하게 피하려는 듯 서두른다.

의사가 두 사람의 구급요원에게

“나는 의사입니다. 두개골이 파열 함몰되었으나 뇌의 파손은 확인할 수 없으니 큰 병원, 경상대학병원으로 빨리 가시오. 다행히 뇌진탕인데도 피를 흘려 생명에는 큰 위협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사는 또 교통반장에게 <그냥 가도 되겠습니까?>하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도 반장은 정황파악을 하기 싫은 눈치로 그냥 가라고 한다. 의사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갔다.

 나는 어이가 없어 <이보시오 경찰관, 목격자의 정황 진술을 제대로 들어야지!>하고 사고를 처리를 잘못 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공무 중에 바쁜 사람을 귀찮게 하지 말고 아저씨 갈 길이나 가라고 한다. 경찰이 무엇 때문에 초동수사를 얼렁뚱땅 넘기려고 하는지 알 수 없어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지!> 하며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나의 목소리를 들은 체도 않고 구급차를 따라 경찰은 피하듯 사라졌다.(옥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