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골 용소(龍沼)의 전설

―정언공 馨 아버지의 전설―

 

 웅암 이진원

 

   매년 음력 시월삭(朔)이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돔박곡 나룻터를 건너 광양 맷디재의 외조부와 진월 대리에 있는 조부모 산소를 성묘하시고, 다시 돔태기 나루를 건너 게잿재를 넘어 고전 지소로 건너와 증조부모님의 산소와 고조부모님의 산소를 성묘 하셨다. 이곳에서 오두재를 넘어 구정을 지나 횡천 남산 말티 산꼭대기에 모신 선조님의 산소를 거쳐 마지막으로 적량 공월티의 문중시조 <이 형(李 馨 강양군25세)사간원 정언공과 숙부인남평문씨(配 淑夫人南平文氏)>의 묘소를 참배하고 적량 바위고개를 넘어 집으로 돌아오시는 대장정의 성묘길을 나서셨다.

   아버지는 혼자 이 대 장정의 성묘길을 인시(寅時)에 떠나시면 해시(亥時)전에 돌아오셨다. 가끔 산청을 둘러 진주를 거쳐 오실 때에는 산청이나 진주에서 하룻밤을 묵고, 횡천에서 하루를 더 머물러 군 관내를 돌아 오시기도 하셨다. 이웃 사람들은 물론 가족들도 이상할 정도로 아버지의 발걸음이 너무 빨라 축지법을 하신다는 풍문이 나기도 했다. 나는 아버지의 축지법에 호기심이 생겨 성묘길을 따라 나섰다가, 발과 다리가 부어올라 걸을 수 없어 혼쭐이 난 일이 있었다.

   그 때 아버지는 나 때문에 횡천에서 하롯밤을 묵었고, 다음날 아침 첫차에 나를 태위 집으로 보내 면서 남은 성묘를 마치고 오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차부에 내려 아픈 발을 끌고 어정어정 집에 오니, 아버지는 먼저 집에와 계셨던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아버지를 따라 나설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시골에서 놀러오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즐겁게 먹고 놀던 풍성한 곶감풍경이 눈에 아련거렸다.

   아버지와 겸상을 하여 저녁을 먹던 어느날, 아버지는 이번 성묘는 횡천 말티고개와 적량 공월티만 다녀 오실거라고 하신다. 나는 아버지에게 버스를 타고 다녀 오시면 편하고 빠르실텐데 꼭 걸어시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그 느린 굼뱅이를 왜 타느냐, 시간만 탕진하지!>하고 일축하신다. 나는 언뜻 '아버지의 발자국만 따라 밟으면 쉽다'는 말이 떠오르며, 아버지가 횡천에서 버스보다 먼저 오신 일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그때마다 선조의 묘소를 한 곳에 모시는 것이 문중의 소망이라 하셨다. 나는 83년 하선하여, 진주로 이사를 온 후부터 이상하게 종중 일에 심취하게 되었고, 20년 동안 문중을 설득하고, 더러는 법정다툼을 하여 2004년 4월 18일 봉안당<제향귀진>을 준공하였다. 그리고 전라도, 산청, 하동군 관내에 산해 있던 선조의 영령을 모두 이것에 합동봉안하였다.

    이장준비를 위해 문중어른들을 모시고 하동군 관내에 있는 32위의 묘소를 확인만 하는데도,자동차로도 하루 반나절이 넘어 걸렸다. 이 먼 길을 아버지와 나는 새벽(보통3시)부터 저녁시간(저녁9시)에 성묘를 마치고 돌아온 불가사의한 그때의 환상을 이렇게 회상해본다.

                                                             *

   숲속의 오솔길은 형형색색의 낙엽들이 나그네 발길을 인도하는 폭신한 양탄자 처럼 줄지어 깔려있다. 땅거미가 드리우자 혼자 걷기도 무서웠다. 아버지도 몇 번을 앞서 가셨던 길을 되돌아오시며 나에게 용기를 주신다.
「다리 아프지. 좀 쉬어 갈거나?」
「아부지, 좀 더 천천히 가주이소 예?」
「구용아! 다리가 안 아프게 가는 방법이 있는데……」
「어찌로 하는데 예?」
「아버지 발자국만 따라 밟으면 되는데, 참 쉽재?」
「아버지가 천천히만 가시면…」
「오야, 천천히 가마. 절대 발자국을 놓지면 안 된다.」
「예.」
「두루마기를 허리에 걷어 올려라.」
「추운데 예?」
「땀이 많이 날 끼다.」
「땀나면 벗지예.」
「그래라. 자, 마음 단단히 먹어라.」
하시며 아버지는 두루마기자락을 허리에 걷어 올리고 허리띠로 묶는다.
「너도 이렇게 하거라.」

  아버지 두루마기는 가벼운 무명이라 허리에 잘 달라붙으나, 나의 두루막은 세비루에 공단 안총을 넣은 겹두루마기라 두꺼워 허리에서 자꾸 삐져내린다. 할 수 없이 그대로 걸어가기로 했다.
「자- 천천히 가마. 먼산 팔면 안 된다!」힘주어 말하신다.
「좀 더 빨리 가도 됩니다.」하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오-냐, 정신을 차렸구나.」

   정신을 차려 아버지의 발자국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밟았다. 얼굴에 스치는 가을 바람이 선풍기처럼 느껴졌다. 얼마를 걸었는지 모른다. 양쪽 어깨의 땀이 빗물처럼 모여 등줄기를 타고 허리춤에 흘러 고인다. 이때 나의 귀청을 울리는 말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희한한 사람을 다 보것네!>하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아무도 없는 환청이었다. 고개를 돌려 아버지의 발 뒷축을 다시 보았으나, 눈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와 함께 걸어 오셨던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다리가 무거웠고 발바닥이 아파 한 발자국도 더 걸어 나갈 수가 없었다.

   나는 기진맥진하여 그 자리에 장승처럼 멍청히 섰다가 큰 나무에 등을 기댄 채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현기증이 심하게 일어났다. 나무에 머리를 묻은 채 눈을 감아 버렸다. 깜박하는 순간에 잠이 들었나보다. 나의 어깨를 흔들며 일어나라고 하는 말이 들렸다. 눈을 떠보니 시골장정(큰머슴) 세 사람이 나뭇짐을 받쳐놓고 나를 무서운 살쾡이를 쳐다보듯 약간 거리를 두고 말을 건넨다.
「야, 꼬마야 일어나거라.」
「…」
「야, 니 세비루 비단두루마기 멋지네.」
「니 어디서 오노?」
「하동서요.」
「어디가노?」
「성묘요.」
「네 아버지는 어디 갔노?」
「…」

   이때였다. 갑자기 흰 바람이 소용돌이치듯 번쩍하더니 바지작대기를 짚고 서있던 한 장정이 풀썩 주저앉고 나머지 두 장정도 '아이고' 하며 종아리를 움켜잡고 주저앉아 버린다.
 「나 여기 있다. 이놈들!」
하시며 아버지는 어느새 한 머슴의 지팡이를 빼앗아 세 사람의 종아리를 후려치신 것이다. 나는 장정들이 주저앉는 것만 보았지, 맞는 것은 보지 못했다.
 「이놈들, 할 일은 않고 행인을 희롱하는 너희들 버릇을 고쳐야겠다.」
하고 조용하게 말하시며, 빼앗은 지팡이를 칼처럼 들어 올리신다. 장정들은 살려 달라며 땅에 엎드려 손을 치켜든 채로 싹싹 빈다. 나는 땀에 젖은 아버지의 어깨를 보며 용서 해 주라고 말했다.
「아버지, 용서해 주이소. 나한테 해꼬지 않했심니더.」
「이놈들, 다시는 행인을 희롱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예, 어르신.」
「예, 어르신.」
「네놈도!」
「예 어르신! 다시는…」

   세 장정은 한참 종아리를 주무르고 일어나더니, 각 자의 나뭇짐을 짊어지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아버지는 나의 곁에 앉아 허리춤에서 곰방대를 꺼내어 담뱃불을 붙여 무시고 곁눈질로 빙그레 웃으셨다. 흰 얼굴에 긴 수염, 붉게 홍조를 띈 양 볼의 온화하신 아버지 얼굴은 마치 신선처럼 고와보였다.

  우리가 마을 어귀를 지날 때까지 장정들은 놀고 있었는지 아직도 산을 다 내려오지도 못했다. 그들이 뒤에서 중얼거리는 말소리가 또 크게 들려 왔다.  
「참, 희한한 사람들이다! 야 ―!」
「그래 말이다! 저 사람들이 날라간다 아이가!」
 그러나 나는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

   아버지는 짧은 시간동안은 나도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을 아시고, 이번 길은 한 나절이면 구용이도 다녀올 수 있다고 말씀 하시는 것이다. 언제나 아버지의 말씀은 조금도 어긋남이 없었기에, 나는 은근히 자신감이 생겨났다.
 「아버지, 이번에는 적량으로 먼저 가겠네요?」하고 나는 물었다.
 「오냐. 적량 공월티를 넘어 남산 말티를 돌아 올끼다.」
 「도시락을 가지고 갑니까?」
 「아니다. 점심 안에 다녀 올끼다. 왜, 너도 따라 올려고?」
 「예.」
 「니가 따라 오면 좀 늦을 지도 모르니, 도시락 준비를 어머니께 말씀을 드려라.」
 「예.」

   어머니가 깊이잠든 나를 두어 번 깨우셨나 보다. 정신없이 옷을 입은 나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려 도시락 멜방을 양 어깨에 걸어 주신다.
「아버지가 기다리신다.」
하고 어머니가 재촉하신다.
  아직 어두운 새벽인데도 대문 밖에 하얀 연기처럼 아버지가 서 계셨다. 계절이 늦들은 탓인지 이른 새벽이 그렇게 춥지 않았다.
 「정신이 들었느냐?」아버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예.」
 「그럼 가자.」
  나는 어머니가 등에 찰싹 붙도록 메어준 도시락의 따뜻한 온기가 등줄기를 타고 발목까지 흘러 내려가는 것 같았다.

    소재를 넘어 적량 바윗고개를 넘어서자 여명의 황홀한 빛이 눈에 들어왔다. 우계리의 초가집에는 아직 밥짓는 연기가 나지 않았다. 공월티를 넘고 남산 고개를 넘어 횡천강의 징금다리를 건너 애치마을 선산 관리인 집에 도착한 시간도 이른 아침 이었다. 남산과 말티의 선산에 있는 여러곳을 성묘하고 횡천강을 따라 적량 동산리 용소 앞 정자나무 밑에 앉아 잠간 쉬게 되었다. 게으른 농부의 늦은 아침밥 시간이었다. 나는 시장끼를 느꼈다.

  「구용이 배고프겠구나.」
  「예, 아버지.」
  「아침밥 먹을 시간이 좀 지났구나. 어서 도시락을 먹거라.」하시며 아버지는 곰방대에 담배를 재어 무신다.
  「아버지도 좀 드시지요?」
  「아니다, 애치서 막걸리 한 사발을 했드니 별 생각 없다.」하시며 웃으신다. 햇빛이 아버지의 햐얀 얼굴에 맺힌 땀방울에 부딪쳐 눈부시다. 아버지는 담배 한 모금을 길게뿜어 내시면서 내 마음을 건드려 보려는 듯이 지나가는 말로,
  「구용이는 덴골 용소 이야기 들어봤나?」하고 물으신다.
  「아니요, 전설 이야기면 해 주이소.」하고 도시락을 내려놓았다.
  「밥이나 어서 먹어라. 가면서 천천히 해 보자.」하시며 하동은 중국 역사나 전설이 많이 있는 곳이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밥을 다 먹고 물을 마셨다. 납짝한 물통 두 개 중 하나는 아버지의 약통이였다.
  「집에 가서 마셔도 될 약을 가져 왔구나. 공복에 먹는 것이니 마시자.」하시며 단숨에 죽 들이키신다. 기분이 상쾌하신 것 같아 이야기를 또 졸랐다.
   아버지는 긴 이야기라 집에 가서 시작하자고 하신다. 나는 어서 집으로 가자고 서둘렀다. 아버지는 짧은 곰방대를 털어 허리춤에 꽂으시며 일어나신다. 주위를 둘러 보시며,
 「이 곳 용소 주위를 잘 보아 두거라. 동산이란 이름은 상제가 신선을 내려 보낸 곳이란다. 신선이 내려오는 계곡을 天谷이라 하고, 그 깊은 계곡을 이룬 양쪽 산을 앞 뒷 東山이라 부른단다. 그래서 우리도 아름다운 곳을 꽃동산, 뒷동산, 앞동산이라 부르지.」

    나는 아버지의 소매자락을 잡은채 이야기를 들으며 따라오다 보니, 어느새 소재를 넘고 눈앞에 확트인 너뱅이들이 나타났다. 집에 들어서자 어머니는 점심 전에 오신다더니, 때를 맞추어 오셨다고 반기신다. 점심 상을 차리라고 누님에게 이르신다.
 「구용아, 니도 아버지하고 같이 갔나?」하고 작은 누나가 묻는다.
 「응.」
 「니 다리 안 아프나?」
 「괜 찮다. 아버지 옷잡고 따라오니까 다리 아픈 줄 모리 것더라.」

   손발을 씻고 큰 방안으로 들어 오는데, 대청에 걸린 큰 괘종 시계가 둥 둥하며 12시를 친다. 조금 있으니 <오포>사이렌이 울려왔다. 진짜 한나절 안에 60리가 넘는 길을 다녀온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떻게 갔다왔는지 알 수가 없다.
   겸상으로 차려온 점심을 먹고 난 뒤에, 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따뜻한 방바닦에 양 손바닦을 깔고 엉덩이 허벅지 밑으로 끼어 넣었다. 방바닥의 온기가 손바닦을 타고 올라와 양 어깨가 녹는 듯 힘이 빠졌다. 아버지의 말 소리가 도란 도란 자장가 처럼 들렸다.

*

    횡천강이 적량면 동산리 어귀를 구비치면서 깊고 큰 보가 생기고 동리 안쪽에 넓은 모래사장을 만들어져 경치가 아름다웠다. 이 넓은 모래펄에 강둑을 막고, 농토를 만들어 동산리는 부촌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 매년 소풍을 이곳으로 왔다.
   땅거미가 내려 어둑한 모래밭에 붉은 구름 한 조각을 타고 내려온 초립갓을 쓴 경박해 보이는 사람이 주위를 살핀다. 나는 숨을 죽이고 정자나무 뒤에 숨었다. 그 사람은 강변 둑에 매어둔 황소를 끌고 용소 안으로 들어가니, 황소가 한 번 슬프게 울더니 그대로 따라 들어가버렸다.

   잠시 후에 한 농부가 그 황소를 찾는다. 농부는 황소 발자국이 모래밭에 선명하게 찍혀 용소 안으로 들어간 흔적을 발견하고, 황소가 자살을 했다고 통곡을 한다. 나는 농부에게 일러주려고 했으나 다리가 펴지지 않았고, 말도 나오지 않았다. 두 손도 꼼짝할 수가 없었다. 기를 쓰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일어나거라!>하는 아버지의 말이 들렸다. 나는 가까스로 눈을 떴다. 온 몸이 땀에 훔뻑 젖어있었다. 아버지가 온화하게 웃고 계셨다.

 「몹시 고단 했구나. 헛소리를 다하고. 낮잠이 길면 밤잠을 설친다.」하시며 헛소리를 듣고 나를 깨웠다고 하셨다. 구둘막에 깔려있던 녹색 군용담요가 내가 앉아 잠든 그대로 양 어깨부터 무릎팍까지, 술독을 싼 것처럼 덮여 있었다. 나는 다리를 펴고 손등을 주무리며, 이상한 꿈 이야기를 하려고 아버지를 쳐다보는데,
 「피래미를 쓴 놈이 농우를 몰고 용소로 들어 갔재?」하시며 아버지는 웃으신다. 나는 등골이 오싹하도록 깜짝 놀랐다.
 「아버지!어찌 아시는데 예?」
하고 나는 너무 신기하여 아버지 앞으로 다가 앉으며 물었다.

  아버지는 피로를 풀려고 명상을 하고 있는데, 내가 꿈꾸는 형상이 그대로 보여서 나를 깨웠다는 것이다.
 「어찌 그리 되는데요?」하고 나는 아버지에게 따지 듯 물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너는 용소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나는 그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서로 합쳐진 것이다. 이것을 <이심전심>이라하지. 아무나 서로 믿는 두 마음이 합쳐지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하고 설명 하시며, 학술 용으로 비유를 하신다.
「이런 꿈을 이상의 반영이라고 하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 끼리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런 염력, 요새 말하는 테레파시나 같은 것이니라.」
  아버지는 여행을 하신 그 다음 날이나, 이틀은 편안히 쉬면서 자주 명상을 하셨다.

   아버지는 곰방대를 재털이에 내려 놓으시고 멀찌기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를 바라보시며 훈장처럼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오늘 성묘를 다녀온 우계리 공월티 문중시조의 묘소가 이곳에 있게 된 연유도 덴골용소의 전설때문이고, <우계리>도 <공월>이란 이름도, 공월 입구에 있는 이씨정자를 지은 것도 모두 <덴골 용소>의 전설 때문에 생긴 것이니라.」하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자 왕자의 난을 일으켜 태조와 형을 쫓아 낸 태종이 왕으로 등극한 때라고 말씀을 시작 하신다. 태종원년에 각 지방에서 이상한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이 상소가 되어 올라왔는데, 그 중에 적량 동산리의 재앙도 있었단다. 왕은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사간원으로 보직된 정언공 <李 馨>의 고향이 하동이라는 것을 알고, 그를 남도순회사로 암행을 보내면서 적량 동산리 재앙을 처리하고 오라는 교지를 내렸다.

   御使<李 馨>이 남원, 거창, 함양, 산청을 거쳐 하동으로 잠행하여 하마에서 역졸을 풀어 동산리의 재앙을 상세히 알아오게 하였다. 역졸들은 국난이 일어난 그 해부터 가을거지가 끝나면, 동산리에 있는 늙은 황소만 아무도 몰래 보 안으로 들어가 자실을 한다는 것이다. 며칠전에 늙은 황소가 또 보 안으로 들어갔는데, 동네 사람들은 이 곳이 덴골(깊은계곡=天谷 : 티엔 구우<한어병음>)로 용이 살며 재앙을 부르는 곳이라 하여 <덴골용소>라 부르면서, 아무도 소를 몰고 강가에서 풀을 뜯지 못하게 한다고 보고했다.

    李御使는 지금까지 없어진 농우는 몇 마리나 되고, 얼마나 늙은 소가 죽는지 알아보라 하였다. 역졸들은 지금까지 도합 98마리가 없어졌는데, 모두 21살 이상 나이든 황소만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사는 지금 동산리에 남아있는 소 중에서 제일 나이 많은 황소가 누구집에 있는지 알아오라고 다시 령을 내리고, 이어사는 역졸들 뒤를 따라 한 밤중을 틈타 <데골용소>에 직접 가 보았다. 정월 보름이 사흘이나 남았는데도 달은 제법 밝았다.

    이어사가 용소가 바라 보이는 어귀에 지붕처럼 울창하게 가지가 퍼진 정자 나무밑으로 가서 달빛이 보여주는 곳은 빠짐없이 눈여겨 살펴보았다. 용소는 계곡이 깊고 달빛도 들지 않아 어두운데 긴 머리를 풀어 내린 것처럼 실버들이 주름처럼 용소를 가리고 있어 더 음산해 보였다.
   너무 적막하여 가끔 울리는 귀뚜라미 소리마져 귀청을 찢는 것 같이 소름이 끼쳤다. 살아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듯,  움직임이 없는 달빛에 비친 강물은 거울 같이 맑아 보였다.

 두려움이 가슴을 옥죄어 숨소리까지 내는 것도 힘들었다. 숨을 죽이고 용소의 수면을 응시하며 자정을 넘겨 보기로 했다. 시간 경계를 넘을 때에 반드시 무슨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이어사는 아무래도 좀 높은 곳에 숨어서 살펴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정자나무 위에 올라가 달빛이 들지않는 울창한 가지 속에서 표범처럼 엎드려, 물수리처럼 용소를 내려다 보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양 어깨의 혈이 막히며, 눈과 귀만 보고 들릴 뿐, 몸을 움직이거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이대로 죽게되면 개죽음으로 불충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달빛이 이저러 지며, 조용했던 수면이 일렁이더니 시커먼 그림자가 뛰어 올라 큼직한 버들 가지를 꺽어 물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악어가 황소다리를 물고 회오리를 맴돌아 살점을 떼어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잠해 진 수면위로 초립모를 쓴 작은 사람이 버들 지팡이를 들고 떠올라 거울 위를 걷는 것처럼 물위를 성컴성컴 걸어 나오는데도 수면에 그림자가 비치지 않았다. 뭍으로 나오자 곧바로 정자나무을 향해서 걸어오며 지팡이를 흔들었다. 하얀 지팡이가 칼처럼 달빛에 번득이는 것 같았다.

  이어사는 어차피 인간은 신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초립모를 쓴 놈이 황소의 굴레를 자기에게 씌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초립모를 쓴 그는 정자나무 밑을 지나가려다가, 무엇을 느꼈는지 멈칫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정자나무를 천천히 한바퀴 돌아서 가만히 쪼그려 앉으며 버들지팡이를 세워잡고 정신을 집중하더니,

 「상제가 보낸 이선비가 그대요?」하며 쪼그려 앉았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정자나무에 등을 붙이고 일어 선다. 임전 태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그의 말 소리가 바람결에 멀리서 전해져오는 것 같으면서도 우렁찾다. 이어사는 자기를 두고 하는 말로 알았으나, 가타부타 대답을 할 수가 없으니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자 뜻밖에 이어사의 등 위에서 부드러운 말 소리가 울려 나왔다.
  「그렇소만…….」하고 바람결 같이 대답한다.
  「축시에 닭골에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오!」하고 초립모가 말했다.
  「그랬지요. 이곳이 아름답다고 해서 일찍 와서 구경을 하고 돌아 가려든 참인데 귀공이 서두르는 바람에 이리 되었오. 상제가 귀공에게 내려준 동산과 너무 닮은 곳입니다. 이런 곳이면 상천을 못해도 행복 하겠오.」하고 이선비가 빈정대듯 말하자,
  「그 무슨 소리요. 정월 보름안에 한 마리만 더 바치면, 상천을 약속을 하지 않았오.」하고 초립모가 짜증스레 말한다.
  「물론이지오. 항상 우리가 상제를 속여 이런 사달이 났지, 상제가 속이는 일은 없오! 그러니 한울법이지요.」하고 이선비가 대답한다.
  「오늘 지킬약속은 무엇이오.」하고 초립모가 묻는다.
  「마지막 황소의 나이는 꼭 21살의 아구를 맞춘 시간에 상제를 알련하라 하셨오!」하고 이선비가 말한다. 이선비가 말을 할 때 마다, 이어사의 가슴이 조금씩 뜨거워졌다.
  「그 시간은 정월보름 유시가 아니오!」하고 초립모는 사색이 된다.
  「그리되오?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마지막에도 멋지게 속여 보시구랴!」하고 더 이상 물어 볼 말이 없으면 돌아가겠다고 말하자 초립모가 급하게 이선비에게 부탁을 한다.
  「지금까지는 황소만 속였오. 마지막은 사람도 속일 수 있도록 허락을 얻어 주시오.」하고 초립모가 간청한다.
 「사람을 해치는 일은 상제의 재앙이니 안될 일이요.」하고 이선비가 말하자
 「지당하오. 다만 한 사람의 생각만 그 시간 까지 바꾸도록 하겠오.」하고 초립모가 말하자,
 「그건 좋소. 나의 책임으로 상제께 고 하리다. 그럼 안골에 있다는 천지우각만 보고 가겠오.」하고 더상 말이 없다. 이어사의 몸이 참 가벼웠다.
 「잘 가시오, 다음에는 상제 앞에서 이공을 대면 하리다.」하면서 초립모는 회심의 미소를 띄운다. 

   꿈깬 사람처럼 정신을 차린 이어사는 정자나무에서 삿분히 뛰어내렸다. 여명이 밝기 시작했다. 역졸들이 모여들기 전에 역관으로 돌아와 깊은 잠이 들었다. 역졸들이 늦잠을 자는 이어사를 처음 보고, 몸이 불편한지 걱정을 한다. 이어사는 정신을 차려 간밤의 이야기를 곰곰히 생각해 봤으나 꿈속처럼 분명한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한 역졸이 말하기를,
 「우계리 안골에 사는 이씨집에 있는 황소가 금년 정월에 21살이 된다고 하면서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 소의 나이가 21살드는 날짜를 알 수 없었겠느냐?」하고 이어사가 물었다.
 「안골 이씨가 말 하기를 몇 년 전에 자살을 한 암소가 이 황소를 보름날 저녁 달집을 태울때 낳았다고 하여 <보름이>라고 했는데, 보름달만 뜨면 그 높은 재를 몇 번이나 달처럼 쉽게 넘어 갔다 온다고 공월이라 한답니다. <보름이>는 진주, 남원, 순천, 어령 등지에서도 이기는 놈이 없어<공월>이라고도 부른 답니다. 안골 이씨는 자살만 하지않는다면, 귀신도 끌고갈 수 없는 신우라고 장담했습니다.」하고 장황하게 아뢴다. 

   이어사는 정자나무에 들은 이야기 중에서 정월보름 酉時란 말이 기억났다. 이어사는 역졸 몇사람을 대동하고, 우계리를 방문하였다. 송구영신의 행운을 구하려는 동네사람들이 모여 이번 보름 달집은 <보름이>를 생각하여 공월티에 달집을 짓고 달맞이를 하자고 하는데,  뜻밖에 <보름이>주인 이씨가 <덴골 용소>의 모래 사장에 큰 달집을 짓고 달맞이를 할 때 <보름이>이가 어떻게 자살을 하는지 함께 막아보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용소에 가는 것을 두려워 하여 달집 짓는 것조차 발뺌을 하는 것이었다. 이어사는 재앙을 막아보려는 이씨의 마음이 갸륵하여, 역졸들을 시켜 동네사람들을 설득하라고 충동질을 시켰다. 큰 달 집을 지어도 산불날 염려가 없으니, 힘을 합쳐 재앙을 물리칠 수 있도록 큰 달집을 짓는데 우리도 도와드릴 것이니 그렇게 하라고 용기를 주었던 것이다.

    이어사는 다음날 용소에 달집을 짓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우계리로 혼자 가보았다. 우계리 공월티 입구에 있는 정자나무 밑에서 한 선비가 쉬고 있었다. 이어사는 누굴 기다리는 것 같아 그 선비에게 묵례를 하고 넌저시 말을 걸어보았다.
  「기다리는 사람이 계십니까?」하고 이어사가 말했다.

  「덴골용소에 웬 달집을 그렇게 크게 짓는 답니까?」하고 선비가 되묻는다. 이어사의 귀에 익은 목 소리 같았다. 이어사는 근심을 숨지기 못했다.
  「덴골 용소의 재앙을 막아 달라고 빌 모양입니다.」하고 대답했다.
  「강가에 달집을 짓고, 메기를 잡아 굽는다? 그 재미있는 축제가 될 것 가구료.」하며 이어사를 돌아본다. 이어사 속으로, 그날밤 용소에 떠오른 검은 그림자가 큰 메기란 말인가?
 「큰 메기를 어떻게 잡습니까?」하고 이어사가 물었다.
 「깊은 물속에 있는 놈은 낚시로 낚지만, 물밖에 나와 있거나 얕은데 숨은 놈은 거물밖에 있겠오.」하고 답답하다는 듯이 일어서며,
 「보름날 달맞이 준비나 잘하시오!」하고 일어나 공월티를 넘어간다.

   이어사는 공월티를 바람같이 넘어가는 선비의 뒷모습을 멍청히 바라본다. 정신을 가다듬고 <보름이>를 확인하려고 이씨집으로 가보았다. 우리에 매어 있는 우람한 <보름이>의 양어깨와 등줄기에 호랑이 처럼 굵은 검은줄무늬가 새겨져 있고, 굵고 긴 뿔은 양옆으로 벌어졌다가 오른쪽 끝은 하늘로 솟아 있고, 왼쪽 끝은 땅으로 숙여있었다. 이어사는 천지각우는 신선이 기르는 소라고 들은 기억이 있다.

   이어사는 용소의 이무기가 이 황소를 찾기위해 그 많은 황소를 제물로 바친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이어사는 아무도 없는 집에 고삐도 풀린채 <보름이>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늠늠한 모습이 믿으직 스러웠다. 이어사가 황소 앞에서서 <내일 저녁에 달이 뜨면 네가 이 마을을 구해 주게나!> 하며 이마를 만지자 <보름이>도 눈을 감고 머리를 내어미는 것이었다.

   이어사가 동네 문밖에 나오자 우렁찬 보름이의 울음소리가 크게 메아리쳤다. 그길로 용소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달집을 짓고 있는 역졸 몇 사람을 불러 무슨 엄밀한 지시를 내리고 이어사는 역관으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무소불위의 신과 한판의 결전을 한다. 어떻게 이길 것인지 생각을 해 보아도, 하늘의 도움 없이는 가당치 않을 것 같다.

    드디어 정월 대보름날이 되었다. 이어사는 인종에 일어나 목욕 재개하고 정화수를 떠놓고 꿇어 앉아, 상제의 감응을 기다렸다. 온 몸이 떨리며 바람소리에 전해오는 말이 있었다. '신선이나 사람이나 상제의 마음을 모셨으니, 정직한 마음을 지키는 자만 상제의 감을이 있느니라' 하는 것이었다.

   이어사는 이씨가 마음을 바꾸어 동리 사람들을 용소에 달집을 짓게 한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그 이후의 속임 수는 상제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한울도 어명을 도울 것이란 믿음을 가졌다. 이어사는 아침부터 역졸들에게 각각의 임무를 세밀히 지시하고 모두 평복으로 가장하되 무기는 짧은 봉퇴와 포승줄을 잘 숨기도록 하였다.

  어느새 <덴골용소>의 백사장에 땅그미가 지고 거대한 달집이 큰 산처럼 길고 큰 그림자가 용소를 덮고 있었다. 수많은 동네 사람들이 흰옷을 입고 달맞이를 나온 모습은 장관이었다. 이어사도 평복을 하고 달집 앞에 있었다. 저녁 6시가 되자 동녘이 파란 하늘을 들고 일어서듯 둥근 달이 떠 오를 때에 이씨가 <보름이>를 타고 달집앞에 나타났다.

   군중들이 보름이의 고삐를 쇠말뚝에 단단히 묶어 놓아야 한다며, 이씨에게 고삐를 내려 달라고 하자, 이씨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고삐를 동네사람들에게 내어 주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평소에 이씨가 소등을 타는 것을 극구 싫어 했다. 소는 말과 달라서 사람이 타면 중심이 등쪽으로 모여, 목심이 약해져서 싸움을 못하게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참 이상한 일도 다보네. 이 사람아, 소등에 타면 못써. 어서 내리게!」하고 마을촌장이 이씨를 나무란다.
  「괜찮소, 오늘만 특별하게 놔두시오.」하고 이씨가 고삐를 내리지 않는다.
  「이 사람아! 달집에 불이 붙으면, 황소가 날뛰면 큰일나, 어서 고삐를 이리 내려주게!」하고 통사정을 한다. 그러나 자꾸 뒤로 물러나며 소 고삐를 주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이 달이 뜨기 시작한다고 웅성댄다.
  「불을 질러야지.」하고 마을 촌장이 할 수 없다는 듯이 명령을 내리는데, 
  「잠깐 멈추어 주시오 촌장!」하고 어떤 노인이 한 사람을 업고 나타났다. 그 노인은 업고온 사람을 내려놓았다. 촌장과 이웃 사람들은 황소를 타고 있는 이씨와 땅바닥에 들어누운 이씨를 어리둥절하게 번갈아 보면서,
  「아니 이럴수가! 이씨가 두 사람이요.」하고 주위 사람들을 둘러 본다. 이때 노인이
  「저 사람이 이씨를 해친 것이오!」하며 황소를 탄 이씨를 가리킨다. 그러자 황소를 탄 이씨가 자신 만만하게 노인을 꾸짓는다.
  「이선비, 약속을 지키시오!」하고 황소등에 탄 이씨가 큰소리 친다.
  「약속을 어긴 것은 당신이오. 사람을 직접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었소!」하고 노인이 담담하게 말한다.
  「나는 그 사람을 잠시 잠들게 한 것 뿐 조금도 해친 일은 없오. 그러니 나는 이제 돌아가리다.」하며 황소 고삐를 틀어 용소 안으로 들어 가려고 황소등을 찬다. 그러나 황소는 잠이든 것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잠든 이씨를 깨워놓지 않으면, 황소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요.」하고 노인이 말한다.
  「그럼, 이씨를 깨워 놓고 갈테니 더 이상 방해를 하지 마시오!」하며 다짐을 받는다.
  「류공의 뜻대로 하시오! 상제의 사역도 끝났으니, 더 이상 관여 하지 못하오.」하며 이씨를 한번 흔들어 주고 사라졌다. 안골 이씨가 옷을 털고 일어서자 큰 소리로<보름아!>하고 부르며 뛰어가 용소로 들어가는 황소 앞을 가로 막고선다. 바로 이때,

  「어명이다! 어서 불을 질러라!」하고 이어사가 큰 소리로 역졸에게 명령한다. 
   엄청난 불꽃이 동산에 뜨오른 달빛을 시샘하듯 붉고 하얀 연기를 뿜어 올린다. 붉은 불빛의 열기가 <보름이>의 엉덩에 닿자, 길다란 울음을 남기며 물가에서 무릎을 꿇어버린다. 그러자 할 수 없이 보름이 등에서 내린 이씨 혼자 물속으로 들어가버린다.
  「아따, 그놈의 메기 한 마리 크다!」하는 소리가 이어사의 귀에 들려왔다.
  「그물을 세워라! 어서 그물을 끌어 올려라!」하고 이어사가 명령을 내린다. 강변에서 쥐불을 돌리고 있던 역졸들이 물속에 잠겨 놓아던 거물을 일제히 걷어 올렸다.

   황소를 내려 물속으로 먼저 들어간 초립모를 쓴 이씨가 이어사의 거물에 커다란 물메기로 잡혀끌려 나왔다. <보름이>를 살린 이씨는 너무 기뻐하며 이어사와 역졸에게 감사를 올렸다. <보름이>를 살린 달맞이는 용소의 이무기를 화장하여 재앙을 없애는 축제가 되었다.
  먼 훗날 이어사는 낙향하여 고향에 살았다. 사후에도 이어사를 공월티에 그 묘소을 두게하여 동산리의 수호신으로 모시면서, 이어사가 신선 이선비를 만나 게시를 받았다는 곳에 이선비의 정자를 지어 지금도 오가는 사람들이 신선이씨의 전설의 쉽터로 가꾸고 있다.

*

   상제가 사는 한울나라도 세상과 똑 같은 곳이며, 신선들도 세상과 같은 성과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다만 수명이 한정 되어 있는 세상과 영생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한울나라의 신선들은 영생 하기 때문에 상제를 거역하는 죄를 지으면 한울나라 밖으로 쫓겨나게 된다. 그 중에서 제일 좋은 곳이 한울나라와 꼭 닮은 세상이다. 상제를 거역한 신선이 세상을 원하면, 신선을 세상만물의 형상으로 바꾸어 그 수명대로만 살게 하였으나, 이것마저 상제를 속이고 세상을 속여가며 숨어사는 신선을 <이무기>라고 부른다. 상제는 지상에 내려온 신선은 인간의 심판과 경계를 받도록 하여, 영생을 못하게 한 것인데, 인간이 이들과 결탁하여 상제를 속일 때 내려지는 무서운 벌을 재앙이라고 한다.

    한울나라에 영특한 신선이 있었다.  그는 상제의 명을 받은 일이면 다른 신선들은 준비도 하기 전에 명받은 다음 날 마무리한 일을 상제께 알현했다. 상제는 탄복할 정도로 영특한 이 신선을 아껴 상제가 기거하는 동편에 있는 풍광이 좋은 개울과 깊은 늪이 둘러있는 작은 동산에 거처를 마련해 주며 개울가의 아름다운 능수버들처럼 정직하게 봄을 알리는 신선이 되라는 뜻으로 柳라는 성씨를 내려 주었다. 다른 신선들의 부러움과 시새움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류공은 남의 날자를 훔쳐 자기 수레에 실고가는 둔갑 술의 천재라는 풍문이 천궁에 나돌았다. 날자를 수례에 실은 모습은 車를 옆으로 눕힌 글자다. 다른 신선과 상제에게 날자를 속여 다른 신선들의 일을 곤혹스럽게 만든 죄를 지어 쫓겨날 뻔 했으나, 다시는 둔갑술을 쓰지 않는다고 맹세를 한 후 용서를 받은 신선이 바로 류씨라는 풍문이 나돌았다. 상제는 자기를 또 속일 수있는 둔갑술을 믿을 수 없어 그를 시험해 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상제가 두 내시를 류씨와 같은 쌍둥이로 둔갑시켜 한 사람을 류씨집으로 보내어 류씨를 데려 오게 하였다. 상제 앞에 나타난 세 사람의 류씨를 놓고 누가 진짜 인지를 골라보라고 하였다. 상제도 다른 신선들도 알아내지 못하자, 한 신선이 車공이 기르던 천지각우를 끌고 깊은 내를 건너게 하여 車씨를 알아내었다. 상제는 명을 거역한 차공의 그 영특함이 아까웠으나, 다른 신선들의 정직함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 세상에 하강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쫓겨난 柳공에게 상제는 그 재주가 아까워 자네의 <천지각우>도 세상에 내려 보낼테니 사람을 해치지 않고 사람을 속여서 데려온다면, 천상에서 둔갑술을 못하는 족쇠를 받겠다는 조건으로 상천을 약속하고 그동안 머물게 한 곳이 동산리였다. 류공은 자기가 기른 황소 때문에 인간세상으로 귀양을 오게되자, 사람을 해치지 않고 99번을 속이되 마지막의 천지각우를 데리고 상천하려다 상제를 또 속여 영원히 인간 세상에 남게 된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씀해 주셨다.
<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