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대꾸


                                                                                                                      원 점 자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언행에 조심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이 글을 쓴다.

 

  나와 같은 처지의 가정주부에게 잠재된 불만이 습관적으로 잘못 표현된 대꾸가 시간과 장소, 일의 내용과 상대에 따라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불행의 씨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신문 방송에 빈번하게 보도되는 家長의 방화에 의한 일가족 자살사건이나 친인척 또는 직계 존 비속의 살해 행위의 동기가 모두 주부의 남편에 대한 습관적이고 저질적인 대꾸에 자제력을 잃은 남편들이 우발적으로 일으킨 사고였다고 한다.

 

  나에게도 지난 4월중순경 남편과 대수롭지 않은 언쟁으로 큰 불상사가 날 뻔하였던 일이 있었다. 

  이웃에 사는 일족의 손부가 적극적으로 말려주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남편의 성격은 감수성과 의협심이 많고 결백증이 심한 편이다. 그러나 매사를 처리함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임하여 결과에 승복하는 비교적 언행이 일치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을 주위에서 듣고있으며, 나도 이점을 남편의 장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며칠 전 남편이 나에게 ‘종중의 납골묘 영령 합동봉안제의 제물을 우리가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하기에 나는 대뜸 ‘입으로 제물이 준비 되요?!’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해 버렸다. 그때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삼 사일이 지난 후 종중 총무와 부회장이 오셔서 감사인 남편과 협의를 하여 제물준비를 아내에게 공식적으로 요청을 하였다. 이때에도 무의식적으로 입버릇처럼 ‘제물이 입으로 되는 것인가!’라고 자연스럽게 대꾸가 나왔고, 젊었을 때 잘 봐 달라는 총무의 농도 있었다.  

 

  그러고 이틀이 지난 뒤 일이었다.

  남편은 갑자기 화가 난 어조로 옆방 벽을 두드리며 큰소리로

  “어이 당신 이리 좀 와 바!”하며 버럭 고함을 지른다.

 

  영문을 알 수 없어 급하게 뛰어와

   “왜 그래요! 정신나간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고!”

  남편은 거두절미하고 다짜고짜로

  “내가 앞으로 당신한테 무슨 일을 부탁 할 때 싫으면 싫다고 딱 잘라 거절을 하던지, 아니면 어렵다는 합당한 이유를 말하란 말이요! 알았오? 앞으로 꼭 그렇게 하란 말이오!” 하며 책상을 손바닥으로 부서져라 내리치면서 고함을 질렀다.

 

  나도 덩달아

  “제 성질로 화난 것을 맨맨한 나한테만 큰소리치면 다냐?”고 하 며 대어들었다.

  “이런 무식하게 미친여자가 어디 있노! 응?”

  “지금 당신이 미쳤지 내가 마쳤나?!”

 

  “이 무식한 여자야! 말로만 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 알기나 하느냐 말이다!”

  “말로만 지시를 하는 일이지!” 하고 대답했다.

 

  “무식한 여자같으니라고! 말로만 하는 일은 죽은 부모나 예수가 살아오는 일이거나, 한국공무원이나 위정자들이 하는 일이다 알겄나?!”

 

  “내가 하는 일은 입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말이다!”

  “걸핏하면 남들이 있는데서도 무식한 여자라는 당신이 제대로 합의한번 안 하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꼴이 더럽고 아니 꼬아서 그런 다! ” 하면서 바락 바락 고함을 질렀다.

 

“여자한테 경제적으로 독립할 능력이 조금만 생기면 주장이 지나쳐 지고 가정의 행복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리고, 남자가 곤경에 처해 경제력을 잃으면 그때부터는 남편은 불필요하게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려는 것이 요즘 우먼파워인줄 착각하는 것은 여자들이 스스로 망하려는 무식한 발상일 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악이 되고 있는 줄을 니가 아나?”

 

“우리도 희망 없는 여생은 진작, 지금이라도 당장 집어치워야 된다 아나?!”

옆집 일족의 손부가 장난 같은 일을 가지고 그러신다 하며 극구 말린다. 남편이 금방이라도 박살을 내고 불을 싸질러 버려야 한다는 둥 하며, 당장 별거라도 할 것 같이 분을 참지 못하면서 씩씩거린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리는 사람에게 변명처럼 토하는 열변이다.

 ‘합의 할 일이 따로 있지, 제삿날을 합의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더구나 제물을 준비하여 달라는 부탁을 합의 없이 지시한다고 함부로 불평을 하는 것도 상식 없는 노릇’이란 것이다.

 

  아무리 무식한 사람일지라도 ‘제례는 이유 없는 신성한 의무 그 자체라’는 전통의 의미를 모르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 화를 낸 것이다.

 

  엄청나게 화를 내어 이성을 잃고 야단을 쳤던 남편이, 말없이 가만히 있는 나를 보고 멋쩍었든지

 ‘여자가 잘하고 남자가 잘하는 일이 따로 있고, 당신에게 어려운 일이 나에게는 쉬울 수도 있고, 나에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 당신에게는 쉬울 수도 있다’고 하며,

 “앞으로 누구든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경박한 대꾸는 언제 어디서든지 제발 삼가 하란 말이오” 한다.

 

  나는 그래도 아무런 대꾸 없이, 말리는 사람의 손에 등을 떠밀리면 물러섰다.

하늘이 노랗게 물들었다가 파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2001. 4. 20 점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