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

 

                                                                                                                                        원 점 자   



  ‘가실’이란 고향의 '가을' 말이 잊힐 듯 생각난다.

  님이 떠난 슬픔의 옛 노래 ‘가시리’도 발음은 같다.

  끝맺음을 하는 부엌일을 가신다고 하여 여자의 이름으로 ‘가시내’란 말이 생겼단다.

  출산의 고통으로 얻는 재생의 기쁨을 맛보는 결과와 같이 가을은 여성적이고 시종의 결과를 되돌아보는 의미가 함축된 계절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그네는 향수를 느끼게되고, 불효자식들은 효도를 느끼게되며, 농부는 스스로의 노고를 신에게 감사함을 느끼게된다.

  풍요로움 속의 슬픔과 시련들이 후일을 기약하는 아름다운 내일을 위하여 스스로 물러서는 넓은 아량과 양보의 미덕을 가르치기도 한다. 왜 힘있는 인간들에게는 이 가을의 높고 푸르고 깨끗한 마음처럼 양보하는 미덕이 없을까?

   가을을 어버이의 사랑으로 비유하는 것은 이래서일까.  

   육신을 태워 썩혀서

  冬寒의 시린 발을 데우고,

  한이 응어리진 눈이 녹아

  개울이 흘러 봄 오기를 기다리는

  얼음물 속의 가시고기처럼,

  내혼자만 슬픈 가을은

  모두에게 따스한 풍요와 기쁨을 준다.

  가을이여!

  어미니 같은

  당신을 보며 고마움을 배운다.

  가을은 언제나 기쁨과 풍요를 가져오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괴로움과 슬픔과 시련을 겪고 이를 이기지 않고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 계절임을 우리는 왜 모른 척 하는 것일까.

‘고진감래’는 가을의 진실한 이름이리라!

  <2001.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