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4일 목요일 맑음

복지관에서 들깨국이 나올때마다 별세하신 장모님 생각이 난다. 시청의 부패행정으로 이산가족이 될 때까지 10여년을 모셨던 장모님은 시락국보다 들깨죽을 더 자주 끓이셨다. 죽이 나오는 날이면 나는 양식을 먹는 것처럼 죽을 먼저먹고 밥을 뒤에 먹으며 차와 디저트를 겸했으나, 장모님은 들깨죽에 밥을 말아드렸다.

복지관 경로식당에서도 어른들은 죽에 밥을 말아드시는데, 나는 밥을 먹은 뒤 후식으로 죽을 먹는다. 죽을 먼저 먹고나니 입이 말라 밥을 먹기가 힘들었고, 밥 맛도 죽 맛도 느낄 수 없었다. 집에서 처럼 여유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양식처럼 먹을텐데, 수용소같은 경로식당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