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세탁기, 냉장고, 김치독, 황토흙침대, 큰 가구만 옮겼다. 그러나 아내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았다. 요즘 젊은 세대에 이동비용이라는 신 경제용어가 생겨났다. 해묵은 인생의 연륜은 이사짐에서 나타난다. 우리사회도 이제는 이동 비용을 줄이고 19세기 선진국과 같이 가방하나로 이사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집을 지을 당시 필수적인 살림이 풀 옵션이란 이름으로 붇박이로 설치되기 때문이다. 70년을 넘긴 인생이 옛 서구의 거주문화로 되돌아가는 것이다.